그대 잘 가라
<도종환>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짓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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