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저녁강에서 / 복효근

sosoart 2012. 7. 25. 08:11

 
      저녁강에서 / 복효근 사는 일 부질없어 살고 싶지 않을 때 하릴없이 저무는 강가에 와 웅크리고 앉으면 내 떠나온 곳도 내 가야 할 그 곳도 아슴히 보일 것만 같으다 강은 어머니 탯줄인 듯 어느 시원(始原)에서 흘러와 그 실핏줄마다에 하 많은 꽃 하 많은 불빛들 안간힘으로 매달려 핀다 이 강에 애면글면 매달린 저 유정무정들이 탯줄에 달린 태아들만 같아서 강심(江心)에서 울리는 소리 어머니 태반에서 듣던 그 모음만 같아서 지금은 살아있음 하나로 눈물겹다 저문 강둑에 질경이는 더욱 질겨 보일둥말둥 그 끝에 좁쌀 같은 꽃도 부질없이 핀다 그렇듯 세상엔 부질없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어 오늘 밤 질경이 꽃 한 톨로 또한 부질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직 하류는 멀다 언젠가 이 탯줄의 하류로 하류로 가서 더 큰 자궁에 들어 다시 태어날 때까지는 내일도 나는 한 가닥 질경이로 살아야겠는 것이다 저 하류 어디쯤에 매달려 새로이 돋는 것이 어디 개밥바라기별뿐이겠느냐 나는 다시 살고만 싶다
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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