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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사우나, Kulttuurisauna리포터hyuns82

sosoart 2012. 11. 5. 20:48

도심 속 사우나, Kulttuurisauna

  • 리포터hyuns82 - 핀란드 5기리포터정보보기 확대하기축소하기인쇄하기퍼가기
  • 등록일2012.11.01 조회수1097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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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유럽 국가는 역사적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구시가지를 보존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 건물의 변형이나 재건축 등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기에 도심 내에서 새로운 건물을 보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핀란드는 90년대 초, 중반에 걸쳐 전쟁 이후 빠른 경제 성장에 말미암아 많은 건축물을 한꺼번에 필요로 했고 그럼에 따라 건축가의 수도 늘어나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 또한 높아졌다. 이렇게 한 번 지어진 건물들은 여지껏 남아 헬싱키 시내에 고풍스럼움을 더하고 있는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다. 건물이 부족하던 시대를 지나 현재 우리들은 건물에 둘러 싸여 살고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의 건축가가 이 시대에 갖는 역할과 그 의미는 무엇일까?


올해 초 세계 디자인 수도 헬싱키 사업부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여러 소식 중 헬싱키 도심에 새 사우나 건물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존에 있는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거나 고쳐 짓는 것이 아니라 새 건물을 신축한다는 소식은 많은 질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우나의 이름은 Kulttuurisauna (꿀뚜리 사우나, 영제: Culture Sauna)로 바다와 인접해 있는 도시의 위치를 잘 살려 Hakaniemi의 바닷가에 지어진다. 이 사우나를 기획한 이들은 건축가 Tuomas Toivonen(투오마스 토이보넨)과 디자이너 Nene Tsuboi(네네 쯔보이)로 이 둘은 각각 헬싱키 건축 대학과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이래로 함께 건축 사무소 NOW를 운영하며 건축을 비롯하여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도심 속 사우나, Kulttuurisauna - 이미지
Kulttuurisauna의 모형. 건물은 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고 "ㄷ" 모양의 건물 가운데에는 안마당이 있다. (image copyright ©Kulttuurisauna)
도심 속 사우나, Kulttuurisauna - 이미지
Nene의 드로잉. Tuomas(좌)와 Nene(우) (image copyright ©Nowoffice)




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Nene를 직접 만났다. 아래의 내용은 Nene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되었다.


Kulttuurisauna 프로젝트는 Nene와 Tuomas가 직접 기획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자금을 들이고, 운영을 하게 될 그들의 프로젝트이다. Kulttuurisauna는 생애 첫 건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디자이너 Nene에게 매우 특별하다. 게다가 보통 건축가는 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건물을 짓기 때문에 건축가 본인이 설계하고 지은 건물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첫 기회라는 점에서 건축가인 Tuomas, 그에게도 매우 특별한 프로젝트이다.


일단 프로젝트의 시작이 궁금했다. Tuomas와 Nene는 함께 주체가 되어 건물을 만드는 것을 그려왔는데, 개인 혹은 특정 단체만이 아닌, 도시의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 건물을 짓는 것에 촛점을 두고 진지하게 공공 사우나를 만드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다. 온천과 대중 목욕탕이 낯설지 않은 일본인 Nene와 사우나가 익숙한 핀란드인 Tuomas에게 시민들을 위한 공공 사우나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이들은 2010년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이 사우나가 들어설 자리로 고려했던 곳은 재개발 계획이 한창인 과거의 항구 Kalasatama 지역이었으나 재개발 공사가 아직 기획 초기 단계인 탓에 이 둘에게 요구되는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헬싱키 시와 함께 새 건물 증측을 위한 빈 자리를 찾던 중 예상 밖으로 시내에 공터가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1년 겨우내 서류 준비, 2012년 3월 헬싱키 시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고 계약서를 작성한 뒤, 2012년 6월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올 연말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Kulttuurisauna는 총 면적 280 m²
단층 건물로 남자 사우나 실, 여자 사우나 실, 2개의 문화 공간, NOW 회사 사무실 공간으로 크게 나뉘며 건물 전체에 약 60명 수용이 가능하다. 각 사우나 실에는 각각 15명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고 사우나로 온 몸을 덥힌 후 안마당에서 몸은 식히거나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 수 있게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문화 공간은 지역 사회 내의 다양한 활동들을 담을 수 있도록 대여를 할 계획인데, 내년 1월에는 대대적인 건물 보수 공사로 강의실을 잃은 헬싱키 공과 대학 건축과 일부 수업이 이 곳에서 진행 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심 속 사우나, Kulttuurisauna - 이미지
Kulttuurisauna 건물 위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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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주 재료는 경량 기포 콘크리트 (Autoclaved aerated concrete, 일명 ACC, 혹은 ALC)이고 건물 전체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다. 사우나를 덥히는 데에 사용되는 난로(kiuas)는 우드펠렛(미활용 목재나 톳밥과 같은 부산물을 건조, 압축, 가공하여 만든 작은 알갱이)을 연료로 사용하여 이산화탄소와 연기 발생량을 줄일 계획이다. 보통 나무를 이용할 경우, 시내에 위치한 공공 사우나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주변 건물들로부터 민원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우드펠렛은 도심 속 사우나에 적절한 선택이다. 또한 건물은 해수냉난방 시스템을 이용한 열을 저장 시스템을 갖추어 사우나 가동 시 난로에서 발생한 열을 저장해 두었다가 건물 전체 난방과 온수 가동에 사용한다. 지붕에는 태양전지가 설치되어 태양 에너지를 직접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 건물에 필요한 전기를 조달한다. 이 건물에 사용된 에너지 시스템은 Fortum (핀란드 에너지 회사)와의 협력으로 개발되었다.

Kulttuurisauna의 개장 시간과 요금은 아직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 5일 개장, 약 10 ~ 12 유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도심 속 사우나, Kulttuurisauna - 이미지
Kulttuurisauna 에너지 시스템 (image copyright ©Kulttuurisa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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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lttuurisauna 건설 현장 모습. 나무는 안마당이 있을 곳이다. (image copyright ©Kulttuurisauna, image courtesy of wdchelsinki2012.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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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lttuurisauna 건설 현장 모습. (image copyright ©Kulttuurisauna, image courtesy of wdchelsinki2012.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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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lttuurisauna 건설 현장 모습. (image copyright ©Kulttuurisauna, image courtesy of wdchelsinki2012.fi)





처음 Kulttuurisauna의 증축 소식을 접했을 때 헬싱키 시내에 위치한 역사깊은 공공 사우나 (Yrjönkadun uimahalli)가 떠올랐다. Nene는 과거 200여 개에 달했던 헬싱키의 공공 사우나의 숫자는 1950, 60년대를 기점으로 현저하게 줄어들어 현재는 4개 뿐이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근래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는 각 가정마다 개인 사우나가 포함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자연스레 공공 사우나의 수는 극명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에너지 효율에도 좋지 않을 뿐 더러 더 나아가서는 지역 사회의 교류 저하 및 단절을 의미한다.


Nene는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공모전에 참여하고 주어진 프로젝트를 맡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능동적인 자세로 생산적인 일을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실 개인 의뢰인이 직접 공공 서비스 건물을 기획하고 직접 짓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이들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타이틀에 앞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그 도시와 지역 사회에 이바지 할 책임감을 느껴 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시민을 위한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고, "건축", 즉 "Kulttuurisauna"를 참여의 매개체로서 활용하는 것이다.


Kulttuurisauna는 건물의 완공이 끝이 아니다. 그 안이 사람들로 메워지고 열기가 가득 차고 손때가 묻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공의 순간과 실패의 순간이 반복 될 것이다. 앞으로 사우나의 주인이 되기로 한 이 둘의 용감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며 Kulttuurisauna가 공공 시설물로서 헬싱키 도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길 기대해 본다.

Kulttuurisauna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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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lttuurisauna Vimeo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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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