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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컬럼-글이 있는 그림 (118)대학과 작가/황용진

sosoart 2012. 11. 12. 11:34

글이 있는 그림

(118)대학과 작가

황용진

글이 있는 그림(118)
황용진 / 서양화가


미술관에서의 개인전 1회나 단체전 2회 이상이면 취직으로 인정한단다.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이야기인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함)는 각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업률이란 게 있다. 요즘 대학은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는 상아탑으로서의 공간이 아니라 취업 준비하는 학원과 다를 게 없다는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격하되어 있다. 물론 요즘 청년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란 이유도 있겠지만, 교과부에서도 취업을 잘 시켜야만이 좋은 학교로 인정하겠다는 기본 생각이 있는 것이다.
여하튼 취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예술분야는 여러 세부분야마다 경우가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여러 경우 중 미술분야를 보면 디자인분야를 제외한 순수미술 분야가 있는 대학의 경우는 매우 난감하다. 순수미술 분야의 과, 말하자면 회화과, 조소과, 조형예술과 등의 학생들은 작가가 되기 위해 졸업 후 대학원을 진학하거나 작품전을 위해 작품제작에 매진하고 전시공모나 레지던시 입주 등에 지원한다. 이는 진정 시간이 지난 후에 작가로서 인정받기 위한 젊은 시절의 처절한 과정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학원에서나 다양한 곳에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본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로서의 성공을 위해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이러한 미래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정부는 취업을 하란다. 상식적으로 취직하면 그들이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있겠는가? 역으로 말하면 그들은 취업하지 말아야 작업을 할 수 있다. 대학의 교수들과 교과부의 수차례 논의 끝에 나온 대안이 미술관에서의 전시만을 취업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취업으로 인정하는 기준은 졸업한 해의 1년이다. 어느 미술관에서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인에게 전시를 기획, 초대해 주는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평가 지표로 만들었다. 그러니 대학에서는 살기 위해(?) 대학 내에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이런 기회에 미술대학에서는 미술관이 생기니 나쁘진 않겠지만 정부, 대학 모두가 진정한 학교의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더욱 실효적인 평가 지침을 만들어 교육자와 피교육자 모두가 진정한 목적을 추구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다.



- 황용진(1955- ) 충북 생.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18회와 다수의 단체전, 아트페어 등에 참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의 다수의 공공미술관에 작품 소장. 현재 서울과학기술대(구 서울산업대) 조형예술학과 교수.

 

출처: 김달진 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