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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세계 우수 문화예술도시 사례 연구 / Performance Art, Platform in Seoul , 김성호

sosoart 2012. 11. 12. 11:55

〔평론일반〕세계 우수 문화예술도시 사례 연구 / Performance Art, Platform in Seoul

김성호

평론일반〕

세계 우수 문화예술도시 사례 연구

세계 문화도시 디자인과 실험적 공공예술

김성호(미술평론가)

I. 세계 문화도시의 위상과 현재적 상황

문화는 집단적 상황으로부터 촉발된다. 컬쳐(culture)의 어원이 ‘경작’(耕作)으로부터 비롯된 것처럼, 문화는 집단 내외에서 생산하고 경작해 내는 유무형의 기호 체계를 통칭한다. 문화의 생산과 소비의 체계를 공유하는 이러한 집단 내 개체 구성원들은 그 구성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공유의 다접점을 마련하면서 분화되어 나간다. 이에 가세하는 공통의 취향, 합의 혹은 교육이라는 질서 짓기의 차원이 구성원들의 공유 체계와 인식을 구조화하면서 유무형의 기호체계의 덩치를 키워낸다. 타 집단이 바라보는 문화가 비로소 생성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의 생산은 매우 다차원적인 공간에서 생산된다. 학교에서, 마을에서, 취미 공동체에서, 지역에서, 도시에서, 국가에서....

글로벌 시대의 문화는 상호영향 관계로 인해 이미 각국마다 다차원적으로 혼융의 세계를 드러낸 지 오래이지만, 그럼에도 대륙이나 국가만의 독특한 문화를 이야기할 때, 도시는 그 국가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집단으로 기능한다.

근대적 시공간에서 문화는 당연히 도시에서 대량 생산되고 소비되었다. 그런데 당시, 도시에서의 문화생산은 대개 수요에 대한 요구에 기인한 것이었다. 국가 집단 간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전쟁을 통해서 주로 피지배국의 선진문화가 지배국의 도시의 필요에 의해 전파되거나 흡수되었다. 그리스→로마→프랑스/영국, 스페인→미국의 제국 문화의 헤게모니 이전의 역사는 전쟁과 침략 그리고 혁명들로부터 야기된 것이지만 이러한 문화의 파급과 이전에는 아테네→로마→파리→뉴욕과 같은 대도시 사이의 문화이전이 두드러지게 발현됨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아테네의 철학이 로마로, 로마의 르네상스 문화가 바르세이유와 파리로, 파리의 예술이 베를린과 뉴욕으로 이주한 것처럼 말이다.

거대 문화 기호체는 ‘도시문화중심주의(cultural centralism of city)’의 이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대도시 중심의 문화 이전은 권력의 문화중심주의의 이동을 의미한다. 근대적 관점에서 여전히 아프리카나 인도, 동남아의 문화가 주류로 편성되지 못한 것은 비권력지대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주로 문화의 오버디터미네이션 (overdetermination, 중층결정), 즉 문화의 중층구조와 그에 대한 정치적 담론을 도시적 권력 속에서 형성해 내지 못한 탓이다. 발현되었다 하더라도 서구의 도시적 권력의 담론 속에서 흡수되어 나타났거나 이해될 뿐이었다.

그러나 탈냉전에 이른 오늘날 컨템퍼러리 시대에는 탈중심주의의 문화시대를 예고하면서 포스트콜로니즘과 같은 제3세계의 담론들이 세계화와 민족화 사이에서 오고가면서 자국 도시의 문화를 글로벌 지형에 올려놓고 있다. 일본(도쿄, 요코하마), 중국(베이징, 상하이), 대만(타이베이), 태국(방콕), 인도(델리), 베트남(하노이),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싱가포르)과 한국(서울, 부산, 광주)의 도시들이 그것이다. 여전히, 뉴욕, LA, 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암스테르담처럼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들의 문화 중심주의의 위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시티는 이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전 대륙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더욱이 가상 네트워크가 실현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문화도시의 위상은 물리적 공간의 도시규모에 의해 판단이 좌우되는 상기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특유한 문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세계 각지의 중소도시에게로 확장되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II. 세계 문화도시 디자인의 전략_하드웨어

오늘날 세계의 대다수 대도시가 도시의 외형 부풀리기에만 집착하지 않고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문화라는 것이 인간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기본적 장임을 인정하는 일이며, 도시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 물리적 확장을 뛰어넘는 비물리적 상황,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는 ‘연성의 힘’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신뢰하는 까닭이다. 특정 도시가 글로벌 타도시와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그만큼 도시의 역사적 전통으로부터 근원하는 고유의 문화를 토대로 한 문화도시 창출이 주요해진 것이다.

최근 세계의 모든 도시는 이와 같은 미래적 도시 창출에 대한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 문화도시 디자인을 추구해오고 있다. 이 ‘문화도시 디자인(City of culture Design)’은 실상 ‘문화도시(City of Culture)’와 ‘도시디자인(City Design)’이 합쳐져 형성된 신 개념어이다. 오늘날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도시들은 물론이고 이미 근대적 도시디자인 개념을 확립한 서구 유럽에서도 ‘문화도시 디자인’은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탐구되는 실천적 화두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도시 디자인'은 건설 위주의 도시 건축을 넘어서 도시를 디자인하는 도시 브랜댕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드웨어로 출발하는 도시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파리, 베를린, 베이징, 서울과 같은 고도(古都)는 하드웨어 전략에 기반한 ‘도시 재생(Urban Revitalization)’의 작업들이 역사적 진행시간만 차이를 둘 뿐,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되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에서는 구도시의 이미지 브랜딩을 위해서 매핑 작업과 조사에 근간한 연구를 통해서 재생의 생태정치학을 구현해야만 하는 고난이도의 과제를 늘 동반한다. 반면, ‘도시 계획’에 의해 형성되는 신도시는 도시적 기반이 애초에 없는 허허벌판 위에 구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도시 재생과 관련한 과제들을 그 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한 연구에 기초해서 미리 차단하기 수월한 편이다.

구도시든, 신도시이든 간에 하드웨어적 측면은 도시 디자인의 필수적 바탕이다.

대부분 강을 끼고 발생한 대도시들은 도로와 건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이 등장하면서 도시재생 사업과 맞닥뜨리고 그 난제들이 풀려나가면서 문화도시의 지위를 보장받는다.

파리가 세느강 정비사업과 문화유적지 보존 등으로 도시개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하드웨어적 측면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은 좋은 예이다. 1889년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파리만국박람회를 위해 임시적 건축물로 세웠던 에펠탑(1887착공-1889완공)도 그러하지만 1977년 파리의 보부르 지역의 재래시장을 밀어내고 구축한 퐁피두센터(1971착공-1977완공) 역시 당시의 논란을 거쳐 오늘날 파리를 문화도시로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하드웨어들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금도 건축 중인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1882 착공-현재 건축 중)은 바르셀로나를 유명관광지로 만든 하드웨어이고, 오페라 하우스(1959착공-1973완공) 하나만으로 시드니를 유명 문화도시로 각인시키는 것도 하드웨어이며,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1993착공-1997완공)으로 스페인의 골치를 썩였던 테러분쟁 지역인 소도시 빌바오를 10년 만에 일약 관광문화도시로 만들어낸 것도 그 기초는 하드웨어였다.

한편, 신도시는 주로 대도시의 위성도시로 계획되는 만큼, 출발부터 도시의 위상을 갖추고 있지 못한 터전 위에 종합적인 계획을 통해 문화도시 디자인을 짧은 기간 안에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발에 제한이 많은 파리의 재생을 위해 파리 북부에 구축했던 위성 경제도시 라데팡스, 런던의 인구분산을 의도한 ‘대런던프로젝트’로 구축된 위성도시 할로우, 스티브네지와 도쿄의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세워진 다마, 츠쿠바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1960년대 신도시 마스터플랜으로 워싱턴 옆에 세워진 콜롬비아, 매리렌드 등 그 사례들은 무수하다.

물론 위성도시라기보다는 국가정책으로 황무지에 대대적으로 조성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같은 신도시 또한 없지 않다. 108미터를 넘는 160층이라는 세계 최고층의 ‘버즈두바이’(2005착공-2009 완공), 4개의 환상적 인공섬인 ‘팜아일랜드’(2015완공 예정)와 그 위에 세워진 7성급 호텔 ‘버즈 알아람’(1994착공-1999완공), 평균 기온 40도가 넘는 사막에 세운 실내 스키장인 ‘스키두바이’(2005 완공) 등 세계적으로 놀랄만한 신도시 계획 창출은 아랍에미리트의 오일머니에 기반한 막대한 국가 재정과 국왕의 정치력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어서 극히 예외적인 예들이 된다. 모든 도시가 미래적 문화도시 창출을 위해 두바이처럼 “최대로, 최고로, 최초로'라는 이슈를 내세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두바이를 포함한 앞서 언급한 신도시들은 종합적 검토를 거쳐 마련된 프로젝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도시의 기반을 구축함과 동시에 문화도시 디자인의 개념을 한꺼번에 성취하기를 시도한다는데 있어서는 공통점을 지닌다.

우리의 논점은 구도시이든, 신도시이든지, 하드웨어 구축의 양상이 오늘날 점차적으로 건설→건축→상징조형물→공공미술→공공예술의 차원으로 문화도시가 디자인되고 있다는 데 집중된다. 즉, 물리적 공간에 기초하는 하드웨어로부터 비물리적 공간을 껴안는 ‘콘텐츠가 결합되는 하드웨어’로 선진화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화도시 디자인의 진정한 위상은 두바이의 경우처럼 막대한 오일머니로 첨단의 가치를 내세우며 거대한 랜드마크를 통한 도시경쟁력에 집중하는 도시 만들기가 결코 아니다.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유형적 건물과 도로로 이루어진 도시의 공간 안에 무형적 콘텐츠와 문화를 어떻게 올려놓고 있는가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그것은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전략을 동시에 실행하면서도 하드웨어에 담아내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보다 더 방점을 찍는 일에 다름 아니다.


III. 세계 문화도시 디자인의 전략_소프트웨어

선진 문화도시의 디자인에 있어서 하드웨어는 도시민의 위계층위를 통합하는 커뮤니티 구축, 문화 예술의 향유 기반 마련, 흩어져 있는 인적 네트워크의 통합, 친자연적 도시 콘텐츠 개발, 도시민의 문화복지 창출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간주되고 모색되었다. 그런 만큼, 소프트웨어는 문화도시 디자인의 키워드이다. 오늘날 하드웨어의 예술적 차원이 상징조형물→공공미술→공공예술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어 온 까닭은 다름 아닌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주요성을 점점 더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세계 도시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엑스포를 유치하는 까닭도 문화도시의 위상이 하드웨어적 측면에 귀착된 것이 아니라 정보의 교류와 더불어 인간-환경-문화를 엮어내는 콘텐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바람직한 문화도시 디자인이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롭게 결합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빌바오구겐하임 뮤지엄이라는 하드웨어에 미술관 프랜차이저의 수용이라는 컬쳐노믹스(culture_nomics)를 실행하거나, 퐁피두센터의 하드웨어 안에 미술, 음악, 영화, 실험예술, 공공 도서관으로 꾸민 종합적 문화콘텐츠를 담아내거나 또는 군수공장을 개조한 따샨즈 예술구역(798 예술구역)이라는 하드웨어 안에 특화된 미술 콘텐츠로 올인하는 것은 그러한 예들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앞서면서 문화도시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 또한 없지 않다. 독일의 조용한 소도시 뮌스터에 1977년 이래 1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개최하면서 뮌스터를 일약 최대의 문화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것도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문화도시 디자인이었다. 여기서는 참여작가들이 뮌스터 곳곳을 탐방하고 환경이라는 콘텍스트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만나게 할지를 고민하게 함으로써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문화도시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 특히 이 행사가 10년이라는 긴 호흡동안 천천히 벌어지고 있는 도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앞서의 두바이와 같은 하드웨어가 주도하는 도시디자인과는 극명하게 차별화된다.

1982년 도시 곳곳에서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밤새도록 연주와 노래 축제를 벌이는 파리의 음악축제(fete de la musique), 1999년 파리에서 모든 이들에게 새벽까지 박물관, 미술관 무료관람을 제공하는 된 박물관의 밤(La nuit des Musée)은 2005년부터 전 유럽으로 파급된 축제가 되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한 문화도시 디자인을 훌륭히 창출한다. 2002년부터 매년 10월 첫 번째 주말 밤에 미술관, 공연장 등 모든 문화기관을 도시 곳곳에서 새벽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한 파리의 라뉘블렁쉬(la nuit blanche)에서도 주도하는 것은 문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이다. 도시민들이 일상을 탈피해서 한번쯤은 백야(白夜)라는 행사제목 그대로 모두 밤새도록 문화를 즐겨보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부단 뮌스터와 파리의 사례 뿐 아니라 세계 각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정기적으로 혹은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다양한 문화예술 축제의 양상은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한 문화도시 디자인의 지평을 열어놓는다.

그런데 주요한 것은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문화도시 디자인은 스펙터클이나 형식적인 이벤트로 매번 생산,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다. 예를 들어 뉴욕이란 복합문화도시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참으로 간명한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그것은 'I ♡ NY' 이라는 슬로건이자 디자인이다. 그것은 뉴욕시에 대한 친근함 때문에 미국인보다 뉴요커로 불리길 원하는 뉴욕시민들의 정서를 간명한 텍스트 안에 잘 녹여내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된다. 물론 각 도시들이 전략적으로 내놓은 슬로건들이 시민들로 하여금 체화의 단계에 이르게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렇듯이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문화도시 디자인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생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민의 삶과 깊이 연계한다. 더욱이 그것이 거창한 몸짓이 아닌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변화시키는 문화도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할 것이다.



IV. 실험적 공공예술로 접근하는 세계 문화도시 디자인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문화도시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할 때, 실험적 공공예술로 과연 문화도시 디자인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여기서 가능해진다. 실험적 공공예술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문화도시 디자인이 가능하다면 그것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며, 또 그것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을까?

보편적으로 실험예술(Experimental Arts)이란 다분히 실험적 경향의 미술을 통칭한다. 그것은 20세기 미술의 특징인 아방가르드의 특성을 여전히 견지한 예술유형이다. 트랜드화된 예술의 유형들을 답보하지 않은 채 예술 본연의 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의제기하고 그것에 대해 예술적 실험을 지속하는 유형들의 통칭이다. 그런 면에서 실험예술은 순수미술 혹은 전문예술의 영역에 속해 있다. 즉 시장주의나 대중주의와는 깊이 관여하지 않은 채 순수한 예술의 장에서 전문예술인들이 실험적 모색으로 실행하는 예술을 말한다.

이러한 실험예술은 대중들의 기호와 눈높이에 맞추는 식의 창작 행위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도시민들에게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주로 갤러리, 미술관, 공연장 등 순수 예술계 안에서 벌어지는 예술 행위에 관심 있는 대중들이나 소수의 전문적 수용자들이 참여할 따름이다.

그런데 본고에서는 언급하는 '실험적 공공예술(Experimental Public Art)'은 이러한 전문적 예술 영역 안의 '실험예술(Experimental Arts)'에 덧붙여 시민 혹은 대중들과 교류하는 '공공예술(Public Arts)'이 가세하는 예술을 의미함으로써 실험예술이 결여하고 있는 다수의 대중들을 껴안게 된다. 즉 실험적 경향의 전문미술과 대중과 교류하는 공공예술이 하나의 장 안에 어울리는 예술인 것이다.

여기서 대중과 교류하는 공공예술은 그러나 대중의 기호에 맞추기를 집중하는 시장의 대중주의(Populism)와는 차별화된다. 여기서 공공성이란 모든 이를 예술 소비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분포되는 예술 향유를 제공하고자 하는 ‘예술의 민주화(Démocratisation de l'Art & Democratization of Art)'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에서, 문화도시 디자인을 가능케 한 예술의 유형을, 도시계획 안에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던 공공미술로부터 도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로서의 공공예술의 양상으로 발전해 온 단계들을 검토했었다. 공공예술은 분명 도시의 상징조형물로서 기능해 왔던 그간의 공공미술의 위상을 한 단계 확장한다. 그것은 하드웨어의 기반 위에 소프트웨어를 사뿐하게 올려놓는 문화도시 디자인을 선도한다.

나아가 실험적 공공예술이 소통행위를 강조한다는 지점에서 그것은 도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참여예술(Participatory Arts)이자, 예술의 각 장르들의 전문성을 탈각시키고 상호 융합하는 '인터미디어아트(Inter-Media Art)' 혹은 '종합예술(Total Art)'의 유형을 창출해내면서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 즉 그것은 오브제 결과물을 통해서 소수의 관객과 소통하려는 예술계 안의 하드웨어적 예술이 아니라 소멸성의 예술커뮤니케이션 행위 자체가 주요해진 소프트웨어적 예술에 집중하게 된다.

그것은 문화도시 디자인에 있어서 하나의 가능성이다. 문화도시 디자인의 기본적 위상이 두바이의 경우처럼 국가적 차원의 도시의 하드웨어에 집중되는 것이 아닌 만큼, 문화도시 디자인은 하드웨어적 기반도 중시하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요도를 더욱 가치 있게 하면서 천천히 걷기를 지속하는 성찰을 중시한다. 가시적으로는 소멸되지만 그 예술행위의 흔적을 도시민의 가슴 속에 남기는 일련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예술운동(Art Mouvement)'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문화도시 디자인의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도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 디자인(Community Design)'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생각할 볼 몇 가지 주요문제들을 상정해본다.

첫째로, 실험적 공공예술의 실제적 양상이 예술축제와 같은 행사 차원의 소프트웨어에 국한되어온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행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점이다. 그것은 행사가 생산해낸 다양한 결과물들의 아카이브를 통해서 고민하는 시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의 방식, 시민 교육적 차원의 소통 이벤트, 문화도시 디자인의 예술가 주체로 시민들을 육성하는 방식, 도시의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데 일조하는 컬쳐노믹스를 추구하는 방식 등 다양한 실제적 방법들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다차원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실험적 공공예술의 문화도시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지점은 창작 주체를 전문예술가로부터 시민예술가로 이양하는 작업을 통해서 문화도시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전문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문화도시 디자인과는 다른 예술의 생산과 소비의 민주화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또 다른 주요한 과제이다.

셋째로, 실험적 공공예술을 통해서 문화도시 디자인의 미래적 향방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려면 도시 간 네트워크와 실험적 공공예술 간 네트워크가 동시에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도시에 집중하는 커뮤니티 아트를 도모함으로써 한 지역에서 문화도시 디자인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나 물리적 공간에 귀속되지 않는 세계문화도시의 모델을 지향해나간다는 차원이 더욱 주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작업은 필수적이다. 실험적 공공예술의 다양한 양상들을 세밀히 분석하고 그것으로부터 세계 문화도시 디자인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효율적인 방식은 개별 연구 보다는 네트워크 시스템 속에서 진행되는 공동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험적 공공예술을 표방하는 예술공동체의 입장에서는 문화도시 디자인의 목적 외에도 자생적인 자신들의 예술활동을 차별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네트워킹은 매우 유효한 작업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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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퍼포먼스아트(행위미술)과 퍼포밍아츠(종합공연예술)에 근간하면서 도시 디자인과의 관계성을 공유하고 있는 해외의 몇몇 실험적 공공예술 행사와 그 행사 주체에 대한 리스트를 정리해서 첨부한다. 하지만 이 리스트는 연구자가 일정한 시간동안 검색을 통해서 자료를 분류, 구축한 것일 뿐, 리스트가 곧 대표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밀한 비교분석은 또 다른 연구자의 후속 연구를 통해서 보강될 것으로 기대해보면서 단지 일차자료의 차원으로 부기해둔다. 퍼포먼스아트와 퍼포밍아츠 순으로 정리했다.

1.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erformance Art http://iapao.net/

(글로벌 네트워크 지향을 선언한 실험적 퍼포먼스아트 협회)

2. Cleveland Performance Art Festival www.performance-art.org

(클리브랜드 공공 공연장 프로젝트 일환으로서 1987년 창설되었던 퍼포먼스아트의 소품 및 자료들에 관한 미국의 주요 콜렉션 기관)

3. Live Action Göteborg, http://www.liveaction.se/

(스웨덴 괴테보르그에서 출발한 예술제로 아방가르드 성향의 퍼포먼스아트를 유럽 기획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각도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예술제)

4. Open International Performance Art Festival http://www.openart.org.cn/

(베이징에 창설된 국제 퍼포먼스아트 예술제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의 비공식 실험예술제로 2000년 자유국제퍼포먼스아트 플래폼으로 디자인됨.)

5. Infecting the City Festival http://www.infectingthecity.com/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의 예술제로 공동 협력 예술과 다양한 전시를 포함하는 도시 예술제)

6. Festival/Tokyo http://festival-tokyo.jp/en/

(도쿄에서 개최되는 퍼포먼스아트 예술제. 2009년은 ‘새로운 현실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열림. 500여명의 퍼포머가 공동으로 참가한 행사에는 19개의 다양한 퍼포먼스아트와 129회의 쇼로 이루어짐)

7. The International Performance Art Festival in Bandung

http://www.araiart.jp/bandung.html (관련 링크)

(실험적 퍼포먼스를 위주로 한 인도네시아 반둥의 예술제)

8. Asiatopia performance Art Festival http://asiatopia.blogspot.com/

(1998년 출발한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실험적 퍼포먼스 아트 페스티벌로 2008년 10주년 행사는 방콕 예술 문화 센터와 콘크리트 하우스 개관과 병행해서 실행됨)

9. Asian Performing Arts Festival 2009 Tokyo

(델리, 하노이, 쿠알라룸푸르, 마닐라, 서울, 도쿄 등의 아시아도시가 참여하는 공연 예술제로 아시아 퍼포밍아트의 예술 네트워크를 지향함. 행사에는 퍼포밍아트 마켓이 같이 진행됨. 2002년 개최 이래 매년 다른 도시에서 개최됨.)

10. The annual PuSh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Festival

http://pushfestival.ca/index.php

(캐나다 밴쿠버의 연극, 무용, 음악 등 퍼포먼스의 다양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국제공연예술제)

11. The Greater Victoria Performing Arts Festival http://www.gvpaf.org/

(뮤직페스티벌로 출발했던 만큼 음악을 위주로 한 행사가 주를 이루나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이 어우러진 빅토리아의 예술제. 매년 2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동참함.)

12. The Golden Mask Performing Arts Festival

http://www.theatre.ru/maska/eindex.html/

(아방가르드 연극, 오페라, 발레, 오페레타, 인형극 등 공연예술을 총집결한 러시아 모스크바의 예술제)

13. Tokyo Traditional Performing Arts Festival http://www.dento-wa.jp/en/top.html

(외국 관광객을 주요 관객으로 설정하고 계획된 일본 전통 음악 위주의 무용, 음악 공연제.)

출전 /

김성호, “세계 우수 문화예술도시 사례 연구”, 세계 문화도시 디자인과 실험적 공공예술(원제), 『 Performance Art, Platform in Seoul_예술도시생성프로젝트2009-2011 』, 한국실험예술제10주년 기념 특별기획 도서, 2012. 9. 8, pp.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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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달진 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