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않고 김납니다
가을이 가는구나
이렇게 가을이 가는구나 아름다운 시 한 편도 강가에 나가 기다릴 사랑도 없이 가랑잎에 가을빛같이 정말 가을이 가는구나
조금 더 가면 눈이 오리 먼 산에 기댄 그대 마음에 눈은 오리 산은 그려지리..
가을에 읽는 시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 밤에 모든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들판을 너는 보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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