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오탁번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그전 같지 않아
삼겹살 곱창 갈매깃살 제비추리
두꺼비 오비 크라운
아리랑 개나리 장미 라일락
비우고 피우며 노래했는데
봄 여름 지나 가을 저물도록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아들딸 결혼식장에서나
문상 간 영안실에서나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지
오늘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까
영영 오지 않을 봄을 기다리듯
다 헛말인 줄 알면서도
자주자주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지지
그래그래 마음으로야
좋은 친구 자주 만나
겨울강 강물소리 듣고 싶지만
예쁜 아이 착한 녀석
새 식구로 맞이하는
아들딸 결혼식장에서나
그냥 그렇게 또 만나겠지
이제 언젠가
푸르른 하늘 노을빛으로 물들고
저녁별이 눈시울에 흐려지면
영안실 사진틀 속에
홀로 남아서
자주자주 만나자고
헛약속한 친구를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다시는 못 만날 그리운 친구야
죽음이 꼭 이별만이랴
이별이 꼭 죽음만이랴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 Foster & Allen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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