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무화과를 먹는 저녁 / 이성목

sosoart 2013. 1. 1. 17:56

 

 

 

 

 

 

       

 

 

 

 

 

       무화과를 먹는 저녁 / 이성목

 

 

 

 

  지난 생에 나는 거기 없는 당신을 기다리는 벌을 받고 울다가 내 안으로 들어와 몸져누운 날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우두커니 서서 육신을 익혀가는 계절, 몽둥이에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엉덩이에 푸른 멍이 번지던

  저녁이 있었습니다.
 
  한 시절 몸을 탐하느라 나를 잊을 뻔도 했습니다. 아파하려고 꽃이 나에게 왔었다는 것,

  위독은 병이 아니라  이별의 예각에 숨어 피는 꽃이라는 것조차

 
  거기 없는 당신을 기다리다가 끝내 당신 속으로 들어간 마음이 진물처럼 흘러나와 어찌할 수 없을 때,
  바람은 스스로 지운 꽃냄새를 풍기며 선득하게 나를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없다면 어느 몸이 아프다고 저렇게 큰 잎을 피워내서 뒤척일까요.
 
  아무렇게나 태어난 아이들이 골목길로 꿀꺽꿀꺽 뛰어드는 환청, 꽃을 숨기느라 땅이 저물고 하늘이

  붉어지는 것을 몰랐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적 없는 꽃냄새가 당신도 없이, 입안에 가득하였습니다

 

 

 

                 

          

                                                                                                                    이동원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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