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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가구 디자이너 ‘Bethan Gray’

sosoart 2013. 2. 18. 21:12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가구 디자이너 ‘Bethan Gray’

  • 리포터minimum - 영국 8기리포터정보보기 확대하기축소하기인쇄하기퍼가기
  • 등록일2013.02.05 조회수351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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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여성 디자이너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톱 레벨에서 여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의 마탈리 크라세, 스페인의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정도가 명함을 내밀 정도이다. 베썬 그레이(Bethan Gray)는 이런 남초 사회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가구 디자이너로 주목 받는 인물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가구 디자이너 ‘Bethan Gray’ - 이미지

베썬 그레이 ©Bethan Gray

 

‘따뜻하고 정직한 디자인’이라는 설명으로 대변되는 그녀의 디자인 특징은, 베썬이 만든 가구 작품에서 일관되게 보여지는 동그스름한 가구 다리로 압축돼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듯하다. 베썬의 행보는 여느 디자이너와 조금 다르다. 가구 회사에 다니다 뒤늦게 독립해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렸다.

 

사실 베썬의 잠재성을 알아본 이는 다름 아닌, 영국의 스타 디자이너 톰 딕슨이었다. 1998년 De Montfort University를 졸업하자마자 베썬은 스타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Habitat(테레스 콘란이 만든 영국 가구 리테일러)의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받았다. 당시 심사를 했던 이가 Habitat의 디자인 파트 총책임자였던 톰 딕슨이었다. 이후 베썬은 하비타트에 입사해 9년을 보내며, 가구 부분 총책임자로 있다가 2008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열고 독립했다. 엘르 데코레이션 디자인 어워드를 2005, 2007, 2008년에 잇따라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가구 디자이너 ‘Bethan Gray’ - 이미지

웨일즈의 다리 세개짜리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가죽과 나무를 믹스 앤 매치해 만든 의자 ©Bethan Gray

 

이후 영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존 루이스(John Lewis)와 콜라보레이션하고, 콘란 숍과 협업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면서 최근 가디언, 아이콘 등 영국의 매체들이 최근 집중 보도하는 주요 디자이너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오는 4-5월에는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유명한 곳이자, 그녀의 스튜디오가 있는 런던 서부의 웨스턴 그레이트 스튜디오(Western Great Studios)에서 그녀의 단독 전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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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루이스 백화점과 협업해 만든 장식장. 따뜻한 원목에 요철로 입체감을 줬다. ©Bethan Gray

 

 

얼마 전 이곳에서 만난 베썬은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꽤 오랜 시간을 자신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그녀는 ‘영국 디자이너(British Designer)’보다는 ‘웨일즈(Welsh Designer)’임을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반목 탓도 있겠지만, 베썬은 웨일즈의 헤리티지가 자신의 디자인 곳곳에 깊게 배있음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웨일즈는 영국에서도 목가적인 전원, 웰빙, 수공예의 이미지를 지닌 지역이다. 베썬은 그런 자연스러운 목가풍이 자신의 따뜻한 디자인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더 흥미로운 자신의 가족사를 들려줬다. 놀랍게도 그녀의 고조할머니는 그 옛날 가구 장인이었다. 여성 기술자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던 시절, 개척자나 다름 없는 인물이었다. 그 옛날 할머니의 개척 정신이 여성 가구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베썬에게까지 전해 내려온 듯하다. 친정 엄마가 대를 물려 쓰시다가 결혼 기념 선물로 주신, 고조할머니가 만든 찬장은 영감의 원천이자 보물 1호이라고 한다. 그녀의 가족사는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숲의 나무를 관리하는 수목 관리인(forester)이었단다. 어쩌면 머티리얼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감각은, 나무를 보고 만지고 가늠하는 일을 하신 할아버지로부터 타고난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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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하면서도 부드러운 선 처리 때문인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엿보인다. ©Bethan Gray

 

여성 특유의 세심함은 베썬의 작품을 더욱 또렷이 부각시킨다. 커피 테이블 ‘Brogue’는 세 발인데, 다리 세 게의 테이블은 웨일즈 전통의 크리켓 테이블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 발은 바닥이 고르지 않을 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디자인인데, 눈썰미 좋게도 옛날 웨일즈 사진을 보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믹스 앤 매치’는 여성 디자이너로서의 섬세함을 잘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Brogue의 앉는 부분은 가죽 신발에서 영감을 받아 가죽으로 처리했다. 어느 날 친구가 신은 하얀 처치 슈즈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 의자에 반영했단다. 대리석과 나무를 매치한 탁자에서도 탁자 끝을 약간 파이게 해 자신만의 배려를 담았다.

그녀의 가구는 매우 수공예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한 분업에 따른 것이다. 하비타트 재직 시절 전 세계의 하청업체들을 돌아다니며 그들과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구를 만든다. 장인정신을 티 나지 않게 슬쩍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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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루이스와 협업해 만든 테이블 "Noa". 올드한 존 루이스 가구라인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Bethan Gray

최근에 가구 디벨로퍼 토마스 터너(Thomas Turner)와 협업해 고급 브랜드 ‘G&T by Bethan Gray’를 런칭한 그녀는 존 루이스 등과의 협업으로 중가 이미지였던 그의 작업을 하이엔드마켓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전에 승선한다. 과연 그녀에게 2013년이 ‘여성’ 가구 디자이너라는 수식을 뛰어넘는 콴텀 립(quantum leap, 비약적인 발전)의 한 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

 

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