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 줄 알아야 살 줄 안다. 일상이 공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삶이 공부라는 것을 우린 잊고 산다. 표정을 잃었던 아이들에게 놀이를 소개했다. 아이들은 마구 치달리고 목이 터지라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에 한 걸음 다가갔다.
오래전 내가 근무하던 작은 분교가 있었다. 마암분교다. 섬진강댐 언덕에 자리 잡은 이 작은 학교에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아이들은 모두 18명이었다. 교실과 교정은 누구도 돌보지 않아 사람 나간 집 같았다. 아이들은 표정이 없었다. 부임한 날 나는 이 폐교 같은 학교에 들어서며 풀 죽어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 의아해했다. 나는 학교 이곳저곳을 뒤져 운동 기구들을 찾아냈다. 모두 헌 것들이었다. 배드민턴 채와 야구 방망이를 찾아 배드민턴공과 야구공을 사왔다. 아이들을 불러내 배드민턴과 야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점점 야구 방망이를 거머쥐고 다부지게 서서 공을 쳤다. 함성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고 아이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아이들 특유의 고함과 몸놀림을 찾아갔다. 거침이 없고, 망설임이 없었다. 마구 치달리고 목이 터지라 고함을 질렀다. 운동장 가에 걸려 있던 호수 물결이 살아났고, 학교 뒤에 있는 소나무 숲이 푸르러졌다. 아이들과 산천이 어우러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산도 물도 사람이 있어야 산이고 물이었던 것이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왔다. 아이들도, 솔숲도 부산해졌다. 아이들은 내가 없어도 스스로 편을 갈라 야구도 하고 축구도 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 가에 앉아 나는 행복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기를 바꾼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놀면 큰일 나는 줄 알지만 아이들은 놀면서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고쳐 상대방과 맞춰나간다. 야구공이 잘 맞지 않는 방망이를 스스로 고치고 바꿔 익숙하게 해서 야구공을 잘 치게 되듯, 사람을 대할 때에도 그렇게 자기를 바꾸고 고쳐 상대를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일상이 공부가 되어야 한다. 삶이 공부라는 것을 우린 잊고 산다. 그러므로 놀 줄 알아야 살 줄 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관계를 맺고 산다. 나 홀로 살지 못한다. 자연이 그러하다. 사람도 자연이어서 소나무 한 그루가 사는 것과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같은 이치다. 관계의 정상화가 삶 아닌가. 소나무 숲도 이와 같고 그와 같다.

출처: 국민은행 KBSTORY
'同樂茶軒-문화와 예술 > 詩가 있는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택의 시 이야기] 겨울 사랑의 편지 (0) | 2013.06.19 |
---|---|
[김용택의 시 이야기] 나의 ‘애인’과 느티나무 (0) | 2013.06.19 |
김용택의 시 이야기] 온몸으로 웃던 살구나무 (0) | 2013.06.19 |
[김용택의 시 이야기] 사랑 (0) | 2013.06.19 |
[김용택의 시 이야기] 나의 시,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받아쓰다 (0) | 201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