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에 걸린 편지 - 이길원 어머니, 거친 봉분을 만들어 준 전우들이 제 무덤에 철모를 얹고 떠나던 날 피를 먹은 바람만 흐느끼듯 흐르고 있었습니다 총성은 멎었으나 숫한 전우들과 버려지듯 묻힌 무덤가엔 가시 면류관 총소리에 놀라 멎은 기차가 녹이 슬고 스러질 때까지 걷힐줄 모르는 길고 긴 철조망 겹겹이 둘러 싸인 덕분에 자유로워진 노루며 사슴들이 내 빈약한 무덤가에 한가로이 몰려 오지만 어머니, 이 땅의 허리를 그렇게 묶어버리자 혈맥이라도 막힌듯 온몸이 싸늘해진 조국은 굳어버린 제 심장을 녹일 수 없답니다 우리들의 뜨거운 피를 그렇게 마시고도 더워질줄 모르는 이 땅의 막힌 혈관을 이제는 풀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식어버린 제 뼈위에 뜨거운 흙 한줌 덮어줄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무덤가에 다투어 피는 들꽃보다 더 따듯한 손길을
*李吉遠 詩人 / 아호는 벽천碧泉,1944년 충북 청주 출생, 연세대학교 졸업. 現국제PEN클럽 한국본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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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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