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지장암 - 김용택

sosoart 2013. 7. 18. 21:56







             

                  지장암 - 김용택 밤낮으로 저렇게 우는 소나무들을 어떻게 다 달래시는지요 달 뜬 마당에 서면 발밑까지 밀려와 보채는 저 짠 바닷물은 무슨 수로 달래 돌려보내시는지요 큰 바위 속에 들어앉은 부처님을 불러내실 때는 얼마나 가슴을 환하게 태우시는지요 우루루루루 잠자리로 굴러오는 內변산 바위들 틈에서 어떻게 숨을 고르게 내쉬어 작은 연못 연꽃을 피우시는지요 가을이면 하늘 한구석을 잘 닦아 쑥부쟁이 꽃을 피워두고 우리더러 꽃 봐라 ! 꽃 봐라! 꽃을 보라 하시는지요 매화피면 매화꽃 피는 데로 가고 쑥부쟁이 꽃 피면 쑥부쟁이 핀 데로 가고 소쩍새 툇마루에 찿아와 울면 소쩍새 불러 곁에 앉혀놓고 울게 하고 아 ! 그렇게 까만 밤이 하얗게 될때까지 생나무 가지 끝에 붉은 꽃이 터질때까지 울어나 볼걸, 실컷 울어나 볼걸 ...... 울지도 못하고 나는 벌겋게 마른감잎 위에 내리는
                  싸락눈 소리에 가슴만 쓸어내렸답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데로 가는 것들은 저절로 피었다가 지지요. 지면, 지면 ...... 또 피지요 산 안 가득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 하얀 눈 우에 붉은 홍수를 떨어뜨려주셨지요. 처마 끝에 서서, 흰 눈이 하늘 가득 내려왔지요. 눈 몇 송이가 마루까지 날아와 얼른 물이 되었지요. 내가 처음 지장암에 들 때였습니다 " 이건 술이 아니고 , 곡차여 곡차." 파란 솔잎에 내리는 눈은 곡차가 아니어도 취합니다. 삶이 ,인생이, 다 무심이다.무심이여 ! 무심한 삶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산을 찿아 진달래 아래에서 놀다가 눈이 멀어하산 길을 찿지 못합니다. 가련하게도, 삶이여 ! 느닷없이 푹 꺼지는 절벽길이 끝 모를 삶이여 ! 봄은 왔다가 가는 봄은,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제 몸보다 무거운 바람을 한 점씩 짊어지게 합니다. 그 짐이 꽃이려니, 꽃이려니 . ( 시집 - 수양버들, 창비 ,2009)(글쓴이 : boly)
           

          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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