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하는/ 서정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아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 홀로서기 시선집 (문학수첩,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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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의 모자람과 상처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무수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사랑 앞에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처음 사랑을 할 땐 그의 ‘빛나는 눈’과 ‘따스한 가슴’과 고운 미소만이 눈에 들어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점은 새롭게 감각되지 않고 아름답지 못하거나 못마땅하고 거슬리는 부분이 눈에 더 크게 들어옵니다. 이때부터 사랑이 흔들리고 소위 ‘통박’도 굴리게 되는데요. 사람을 사랑함에 있어 좋은 점만 떼내어 사랑할 수는 도무지 불가능한 노릇일진데, 자기 자신을 포함해 이 세상엔 완전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무가 열매와 꽃만으로 된 것이 아니듯이 ‘그대 뒤에 서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시인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상대의 결점과 그늘까지를 다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그 사랑을 참사랑이라 말합니다. 그렇게 그대가 ‘나에게 전부로 와 닿을’ 때, 바로 참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그의 장점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지요. 오스카와일드도 ‘사랑을 할 때는 상대의 연약함이나 과오, 불완전함을 다 알고 난 뒤에 사랑한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 그대로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사랑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내 역할과 그대의 빈구석이 있기에 사랑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함께 가야할 곳도 불태울 사랑도 있는 것입니다. 사랑은 때로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라 ‘의지’가 요구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이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내가 즐겁게 기꺼이 채워주리라는. 그 의지가 사랑을 굳세게 견인합니다.
권순진
You will always on my mind / Chris De Bur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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