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정호승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淸曉 趙書賢 원글보기
메모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 > 詩가 있는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성묘(省墓)/ 고은 (0) | 2014.02.22 |
---|---|
[스크랩] 너는 내 생각속에 산다 / 조 병화 (0) | 2014.02.22 |
[스크랩] 어떠한 날까지 / 박인환 (0) | 2014.02.18 |
봄비/ 조병화 (0) | 2014.02.18 |
[스크랩]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다 / 정유찬 (0) | 201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