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가 사라진 까닭/ 이정인
소가 일하는 논밭에
힘센 트랙터가 나타났다.
소는 그만 할 일이 없어졌지.
먹고 놀고 자고 먹고 여물만 축났지.
그러더니 한 마리 두 마리
점점 소가 사라졌어.
소가 사라지니까
쇠똥이 사라졌지.
쇠똥이 사라지니
쇠똥구리도 사라졌어.
쇠똥구리가 사라진 건
쇠똥 때문이 아니라니까!
- 동시집 『남자들의 약속』(푸른책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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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유발한 선행 원인이 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끝없이 꼬리를 물며 또 다른 원인이 이어진다. 그 수많은 원인들이 미묘하고도 복합적으로 연속 작용해 어떤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일이 시작될 무렵의 아주 작은 변화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나비효과’란 이론이 있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주장한 것으로,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인데, 나중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 점차 경제학과 일반사회학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어느 날 중국 베이징 근처 작은 숲속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나비의 날개 짓에 놀란 몇 마리의 벌이 윙윙거리자 이 소리에 놀라 다람쥐가 폴짝 나뭇가지 위로 뛰어 올랐다. 다람쥐가 나뭇가지를 흔들자 참새 서너 마리가 퍼덕거렸고, 동료가 움직이는 모습을 본 참새들은 동시에 날아올랐다. 수백 마리의 참새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자 그 충격으로 많은 양의 낙엽이 덤불 위에 떨어졌고 덤불은 개울에 걸쳐있던 썩은 나뭇가지에 몰리면서 물의 흐름을 막아 버렸다. 개울물이 막히면서 범람한 물은 넓은 평지로 이동했고, 더운 날씨로 인해 범람한 물은 많은 수증기로 변해 제트기류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한 달 뒤에 뉴욕 하늘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의 원인이 되었다.
그렇듯 자연의 이치는 작은 원인이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아무 것도 아닌 사건이 점점 증폭 되면 예기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불가에서는 어떤 일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직접적 원인을 '인(因)'이라 하고, 그 결과를 내는 데 영향을 준 간접적 원인을 '연(緣)'이라고 한다. 벼를 예로 들면 볍씨는 '인'이고, 논과 비료와 물과 태양과 공기와 농부의 땀이 간접적 원인인 '연'이 되어 가을에 추수를 하게 된다.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포한한 숱한 인연들이 얽히고설켜 만사가 이뤄진다. 4대강 개발과 대규모 간척사업, 토목사업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그것이다.
트랙타가 일하는 소를 사라지게 하고, 길바닥에 쇠똥이 나뒹굴지 않으니 쇠똥구리가 경단을 만들 수 없고, 쇠똥구리의 퇴각이 지구환경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경제현상도 마찬가지다. IMF환란도 그랬지만, 1930년대 대공황이 미국 어느 시골 은행의 부도로부터 시작되었음을 환기한다면 이것은 극명한 나비효과의 한 사례인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별 의미도 생각도 없이 행한 어떤 선택이 훗날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리는 생각이나 무심코 내뱉은 내 말 한마디, 습관처럼 행하는 행동 하나의 작은 우연이 훗날 큰 결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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