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이광석
가끔 버스에 나를 두고 내린다
우산 모자 심지어 핸드폰까지
버스보다는 한밤 택시 뒷좌석이 더 썰렁하다
언젠가는 나도 이승에서 하차를 할 것이다
얼마 안 남은 종점이 눈에 자주 밟힌다
막버스가 끊기기 전에 서서히 채비를 하라고 한다
우산 모자 대신에 내 시도 버리고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승에서 너무 많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같은 헛소리들도 거두어 갈 일이다
잠시 쉬어가는 산마루 팔부능선 그늘 아래서
오늘은 내가 나를 버리는 이별아리랑을 불러본다
山寺 겨울 스케치
이광석
먼저 내린 눈이
뒤에 내린 동생
발자국이 된다
빈손 가득 찬바람 거두어 돌아온
탁발승 겨울나무들
저녁공양은 시린 달빛이다
동안거(冬安居)의 늙은 바위가
밤새 두드리는 목탁소리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사이
먼저 하산한 산그림자 내게 어깨를 준다
어둑어둑 세상의 길들이 산문(山門)으로
귀의할 때 그 꼬리에 매달린 강아지 한 마리
어둠이 낚아채 어디론지 몰고 간다
- 출생 1935년 경남 의령
- 학력 경남대학교경영대학원
제공 : 조인스 (2011.10.18)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겨울나무들, 겨울을 나는 흰새, 겨울산행, 잡조가 어찌 낫을 두려워하랴,
삶, 그리고 버리기, 바다변주곡 등
마산문인협회장, 경남문인협회회장 역임
한국현대시인협히상 수상
경남신문 편집국장, 주필 역임
출처: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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