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오탁번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그전 같지 않아
삼겹살 곱창 갈매기살 제비추리
두꺼비 오비 크라운
아리랑 개나리 장미 라일락
비우고 피우며 노래했는데
봄 여름 지나 가을 저물도록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아들 딸 결혼식장에서나
문상 간 영안실에서나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지
오늘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까
영영 오지 않을 봄을 기다리듯
다 헛말인 줄 알면서도
자주 자주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지지
그래 그래 마음으로야
좋은 친구 자주 만나
겨울강 강물소리 듣고 싶지만
예쁜 아이 착한 녀석
새 식구로 맞이하는
아들 딸 결혼식장에서나
그냥 그렇게 또 만나겠지
이제 언젠가
푸르른 하늘 노을빛으로 물들고
저녁별이 눈시울에 흐려지면
영안실 사진틀 속에
홀로 남아서
자주 자주 만나자고
헛 약속한 친구를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다시는 못 만날 그리운 친구야
죽음이 꼭 이별만이랴
이별이 꼭 죽음만이랴
오탁번 시선집 “사랑하고 싶은 날”, <2009년 10월20일 초판 발행/펴낸곳: 시월/ 인쇄/ 출판도시 활판공방>에서 발췌
오탁번 연보
1943년 충청북도 제천군 백운면 평동리 169번지에서 출생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인민군이 총 한 방 쏘지 않고 마을을 점령. 여름 내내 인민군 여군 병사가 가르쳐주는 북쪽 노래를 배웠다. 가을에는 다시 국군이 들어왔으나 겨울이 되자마자 피난을 갔다. 엄동설한에 경북 상주까지 가서 견디다가 이듬해 봄에 돌아왔다.
1951년 마을이 모두 불에 타서 움막에서 살면서 산나물죽을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다.
1958년 백운초등학교 졸업. 원주중학교 입학
1960년 원주고등학교 입학
1962년 詩 “걸어가는 사람” 학원문학상 당선
1964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영문학과 입학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철이와 아버지” 당선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당선. 고대신문 문화상 예술 부 문 수상. 고려대학교 “응원의 노래” 작사
1968년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처형의 땅” 당선.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입학
1971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정지용 시 연구로 문학석사. 육군사관학교 교수 부 국어과 교관. 육군 중위
1973년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전임강사. 육군대위. 첫 시집 “아침의 예언”(조광) 출간
1974년 육군 제대. 수도여자사범대학 전임강사. 첫 창작집 “처형의 땅”(일지사) 출간
1977년 창작집 “내가 만난 여신”(물결) 출간
1978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조교수, 창작집 “새와 십자가”(고려원) 출간
1981년 고려대학교 부교수. 창작집 “절망과 기교”(예성) 출간
1983년 고려대학교 교수. 정지용, 김소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 객원교수
1987~2002년 단편 “우화의 땅”으로 제12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소년소설 “달맞이꽃 피는 마을”(정음사) 출간/ 논문집 “한국현대시사의 대위적 구조”(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출간. 창작집 “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문학사상) 출간/ 평론집 “현대시의 이해”(청하) 출간/ 제3~6시집 출간
2003년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198번지에 “원서문학관” 개관. 시집 “벙어리장갑” 으로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오탁번 시전집“(태학사), 시적 상상력과 언어-오탁번 시읽기“
(태학사) 간행
2006년 제7시집 “손님”(시안황금알 시선 2)출간
2008년 사단법인 한국시인협회장
2008년 8월 고려대학교 교수 정년퇴임. 정년기념 자선문집“입품방아품”(원서현), 평론집“헛 똑똑이의 시읽기”(고려대출판부)출간. 고려대 명예교수.
이 시를 감상하면서 “나에게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인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어떤 이는 “세상 살면서 남자는 진정한 친구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는 성공한 인생이다” 이런 말을 했지요.
과연 “나는 인생 칠십 년을 살면서 정말 내 친구는 아무개이다 라고 서슴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는가?‘ 자문을 해보면 참 암담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남에게 친구가 될 만한 자격이 없어서인지, 나에게 친구로 다가오는 사람을 내쳐서인지..........
여하튼 “이 사람이 내 진정한 친구요”라고 말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는 말하기가 어려워, “나는 한 평생 참 잘못 살아 왔구나“라는 자괴감에 슬픕니다.
어설프게 손을 잡는 친구가 있다
어설프게 인사를 하는 친구가 있다
어설프게 웃다마는 친구가 있다
...............
...............
바람이 부는 서울
햇빛 아래, 나의 길 종착의 도시
다리목의 거리
두루 소요 하며
남은 여정, 맑은 하늘 걷우는 날까지
되도록이면 피해서 살아 돌음에
어차피 그저 그런거! 하지만]
오다 가다 때로 만나는 골목길
이건 실로 어설픈 일이다
보게나! 그냥 지가가세
먼 길이로세
많은 사람, 바쁜 길이로세
어차피 헤어지는 장터
.................
.................
조병화님의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 다리목에서>의 일부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 살다보면 어설프게 인사도 하고 손도 잡으며 허허 서로 웃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결국은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에 진정한 친구가 없기로서니 뭐 그리 대수이겠습니까?
이제 제가 몸을 의탁하고 공예작업에 정진하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우거寓居 동락재의 뜰 안으로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가을이 성큼 들어서있습니다.
아 ~ 가을은 정말 쓸쓸한 계절입니다. 산촌에서의 가을이란 바람처럼 휙 지나가고 그의 머릿채를 잡고 반갑지 않은 겨울이 우격다짐으로 들어옵니다.
내일을 빨리, 이 추운 겨울을 미리미리 준비하라면서........
이 얼마 남지 않은 가을날, 오랜만에 저 멀리 서해안의 한 둘레길을 같이 걷지 않겠냐?며 친구에게 전화라도 걸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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