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남편/ 문정희

sosoart 2014. 10. 20. 18:17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문정희 시선집 사랑의 기쁨”, <2001115일 초판 발행/펴낸곳: 시월/ 인쇄/ 출판도시 활판공방에서 발췌

 

 

문정희 시인 연보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광주 서석초등학교 졸업, 전남여중 재학시 서울로 전학

1965년 진명여고 재학시 시집 <꽃숨> 간행

1966년 동국대 국문과에 특별전형 입학

1969년 제2<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등단

1973~75년 시집 <문정희시집>(월간문학사) 발간, 시극 <나비의 탄생> 명동예술극장 공연, , 시극집 <새떼> 출판

1976년 제21회 현대문학상 수상

1980년 동국대 대학원 졸업. <노천명시 연구>로 석사학위

1982~84년 미국 뉴욕대 대학원 객원수학

1984~92년 시집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문학예술사, 시집 <찔레> 전예원, 장시집 <아우내의 새>, 시극 <도미>카페 테아트르 추공연, 시선집 <우리는 왜 흐르는가> 문학사상사, 시선집 <그리운 나의 섬>예전사, 시집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나남, 시선집 <꿈꾸는 눈썹> 신원문화사, 시집 <제 몸 속에 살고 있는 새를 꺼내주세요> 들꽃세상, 시 선집: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어린 사랑에게> 미래사, 시집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미학사 출판

1993년 서울여대 대학원에서 <서정주 시 연구>로 박사학위

1994년 시, 창극집 <구운몽> 둥지 출판

1995년 미국 Iowa대학(IWP) 국제창작 프로그램 참가

1996~2000년 제11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남자를 위하여> 민음사 출판, 산문집<사포의 첫사랑> 세계사 출판

2000년 제13회 동국문확상 수상

2001년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 민음사 출판

2003년 제1<천상병 시문학상> 수상

2004년 영역시집 “Windflower" (Hawkspublishing, New York, Translated by Wolhee Choe & Robert E. Hawks), 레바논 아랍어권 Najil Naamans재단이 수여하는 나지나만 문학상공동수상, 15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발간, 마케도니아 테토보에서 열린 세계시인포럼(Ditet e Naimit)에서 작품 분수3<올해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

2005년 현대 불교문학상 수상

2006년 한국현대시100주년 기념 미국 버클리대학 한국학연구소 초정 한국, 미국 대표시인 포럼 참가. 이화여고 개교 120주년 기념(이화여고 교정) 유관순 동상에 장시 아우내의 새서시 시비 건립.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2007년 시집 <나는 문이다> 웅진 뿔 출판. 독역 시집<Die Mohnblumc im Haar(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Eition Peperkorn 등 출판

2008년 시집 <찔레> 도서출판 북인 복간.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문학부문 수상

2009년 검인정 중학교1학년 국어교과서에 시 <꽃 한 송이> 수록

2007~2009년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2005~2009년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문정희 시인의 시는 아가페와 에로스 둘 중의 하나에서 고르자면 에로스적인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편으로는 문정희 시인은 남자의 심리를 잘 아는 연애의 달인 같기도 하고, 남자친구가 많은 뭇 남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그런 여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위의 시 남편을 감상하면서 나는 나의 아내에게 어떤 남자로 비춰지고 있을까....?” 조금 궁금하기도 합니다.

부부란 것이 한 이불을 덮고 살을 맞대고 자는 사이라지만 어떤 때는 동상이몽을 꿈꾸며 한없이 멀리 느껴질 때도 있고, 때로는 나의 사람, 나의 아내가 아닌 전혀 화장으로 범벅을 한 외국의 이방인처럼 멀리 느껴질 때도 있고, 홀로이 산촌에 밤이 내리는 아직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나의 작업실에 앉아서 아내를 생각하면 나에게 시집와서 온갖 고생을 다하고, 비록 짧지만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두를 아낌없이 주며 쓰다, 맵다 전혀 얘기하지 않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준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눈물 젖어들 때도 있습니다. 이제 갈 데가 한 군데 밖에 없는 늙은이가 되어가서 그럴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 글쓴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마음의 담시(譚詩)”라고 끄적거리는 잡기장(雜記帳)에 옮겨놓은 글을 열어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저 세상에서도 같이 살게 해달라고 빌지는 않겠습니다>

 

나 아끼는 사람을 위하여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위한 사랑, 나 아끼는 사람에게 사랑을 보이려는 것은 사랑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는 사랑의 완성을 위해 평생 사랑이 무엇인가를 골돌히 생각하게 되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닐 것이라며..... 사랑은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사랑을 하며 살아야 되겠다고 사랑해 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살다보면 내 사람이 한 없이 가엾고 눈물 나도록 미안하여 흐르는 눈물 감추려고 그냥 꼭 안아, 등을 어루만지기만 해도 깊은 사랑이 전해진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살다가 다툴 일 있으면 싸우고, 화낼 일 있으면, 머리 꼭대기까지 화를 내고 욕할 일 있으면, 실컷 욕하고 그래도 나의 사랑은 식지 않을 것이라며...... 사랑은 깊은 신뢰이며 당신이 없어도 외롭지 않을 것이고, 당신이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는 것이라며........

사랑은 평생을 사랑하며 살아야지하며 사랑을 노력하는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라 의무일 것이라며....... 사랑은 의무도 권리도 내세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 그냥 내가 사는 마음일 것이라고.........

부부가 매일을 하루같이 웃으며, 서로의 의견 하나 다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기만 한다면

어디 그것이 사랑입니까? 방송용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누군 그럽디다. 아주 세상에서 제일 평온하고 평생을 제일 아끼는 부부라는 것을 내세우려 함에, 가위 눌려 김치.....!” 하며 웃고, “우리는 평생을 한 번도 다투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두 부부를 본 적이 있습니다.

행복이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연극무대의 조명에 가린 그들 이면의 너는 너”, “나는 나의 발가벗은 모습에 그들은 왜 저렇게 살아야 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사랑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그저, 두 부부가, 한 울타리의 가족이, 서로 지지고, 볶고, 삶고, 데치고, 구우며 내가 만든 것이 맛있네! 네가 만든 것은 맛이 없네! 하면서도 맛이 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 완성된 음식을 남에게 맛 보이기 위한 요리사의 음식은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사랑을 살고 있습니다. 남들이 그게 무슨 사랑이냐! 할지라도, 지금도 우리 부부는 40년을 살았어도, 일 년에 한 번,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다투고, 싸웁니다. 서로에게 너무 솔직하기 때문이지요. 그게 무슨 흉이 됩니까? 서로 냄비, 사발, 밥상 내던지며 이놈”, “저놈욕지거리하는 인생 막장의 악다구니 싸움이야 아니지만 서로의 주장과 의견이 다르면 거침없이 밖으로 내놓고 얘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조절하고 맞추어 가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사랑이 달디 단 쵸컬릿도 아니고, 독초 천남성의 사약도 아닌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대하는 평범한 밥상에, 굳 리빙(Good living)의 마음의 양념을 반찬삼아 먹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고....... 금방 싸우고도, 서로에게 미안해서 계면쩍어 하면서도 서로가 마음 답답해 할까봐, 상한 마음 그대로 하루를 넘길까봐 아픈 마음 먼저 풀어주기 위해 그날 늦은 밤을 넘기지 않고 먼저 말을 걸어주는 그것도 사랑의 엑기스만이 걸죽한 토종 사랑이라고.......

늦은 사랑이라고, 더 멋있는 사랑일 수 없고 더 행복해 보일 의무는 더욱 없는 것이라고....... 그냥 서로에게 편한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서로의 공통점을 만들고, 가꾸어 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아주 슬픈 이야기 이지만, 아내보다, 내가 먼저 죽는다면 마음과 몸이 약한, 내 아내 어떻게 살아갈까? 자식들의 구박은 받지 않을까? 자식들이 짐이라고 서름 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는 때가 있고. 나보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하직한다면 그 애틋하고 불쌍한 나의 아내보고 싶어서 어떻게 남은 날을 견디며 살거나? 세한(歲寒)의 벌판에 버려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아의 마음 되어 눈물이 앞을 가릴 때가 있듯이, 서로 잠시 언성을 높이고, 등 돌리고 돌아누워 잠들지언정 아내가 잠들 때까지 기다려 발로 차낸 이불 덮어주는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닌가......... 이 평범하고, 못난 돈도, 명예도, 지위도 아무것도 없는 지금을 살면서 나는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를 사랑이란 화두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주 복이 많은 사람이라면, 우리가 전생에 너무도 크나 큰 업장을 짊어진 사람들이었다 해도 그 인연을 탓하지 않고 부처의 뜻이려니....... 하늘의 뜻이려니...... 서로를 보듬고, 같은 날, 같이 세상 뜨기를 깊이 염원하면서, 사랑하면 그렇게 되겠지...! 믿으며,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불쌍한 마음으로 내 탓이로다 하며 죽는 날까지 평온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 게 해주십사 노력하며 사랑하며, 살며, 사랑하며......... 이렇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저 세상에서도 같이 살게 해달라고 빌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또 나를 만나면 당신은 또 고생만 할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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