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픔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poem / 김용택 Reciter/ 김세원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가을....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무엇인가로 물들고 싶은 날
오지 않을 추억의 아주 먼 곳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 어깨 기대어 같이 숨쉬는 맥박소리를 맞추어 보고 싶은 날
2.NOVEMBER.2014 by j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