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유인숙

sosoart 2014. 11. 4. 22:44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유인숙

 

 

어느 날,

마음 한가득 바람이 일어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벌거벗은 채 온 몸을 던져

습한 대지 위에 드러눕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나

누군가와 마음을 터 놓고

한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땅 위에 처연하게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며

고독한 가슴을 쓸어보리라

빛 바랜 낙엽은 말이 없어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가만 가만히

귓속말로 유전遺傳을 전해 주는 걸

마음으로 깨달아 알 수 있으리라

한 생을 살다 문드러진 몸

그대로 누워 흙으로 돌아가는 날

나뭇잎은 삶을 이루었다 말하니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다음 세대를 위해 빈자리 마련하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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