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이란 무엇인가?
- 칼럼니스트
- 박현택
- 작성일
- 2015-01-07
문양이란 무엇인가?
사전에서 문양을 찾아보면 ‘장식을 목적으로 표면에 나타낸 형상’, ‘물건의 표면에 나타난 어룽진 모양’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나타낸 어떠한 형상이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형상 모두를 일컫는다. 문양이란 인위적이건 자연적이건 간에 시각적으로 지각되는 모양이나 그림에서부터 동물들의 무늬(거북이나 얼룩말 등)와 나무의 나이테, 수면 위의 파문, 곤충들의 몸뚱이에 어른거리는 형상들까지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선의 패턴으로 나타나는 나무의 나이테 ⓒ 박현택
점의 패턴으로 나타나는 표범의 문양 ⓒ 위키피디아
문양을 한자어로는 紋, 紋樣, 文樣으로 쓰고 여기에서 유래하여 우리말로는 ‘무늬’라고 한다. 영어 표현으로는'figure', 'design', 'pattern'등이 쓰인다. 그렇다면 紋과 文은 어떻게 구별되고 또 영어에서의 디자인이나 패턴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혹은 같은 것일까?
우선 紋과 文을 살펴보자. 文은 문장, 글월, 나무의 결, 형식, 꾸밈, 채색, 빛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文자의 왼쪽에 가는 실이나 직물의 가닥을 뜻하는 아래내용참조(사)가 붙은 紋은 무늬나 주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紋은 ‘가는 실’이라는 뜻이 붙어 있듯이 바탕과는 구별되게 실에 의해 무엇인가를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비해 文은 어떠한 표현을 함으로써 바탕과 구별되어 나타나는 형상은 물론 본래의 것이나 내용에 추가된 새로운 지식이나 형식, 꾸밈새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文은 紋에 비해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紋이 ‘문명적 양태’라고 한다면 文은 ‘문화적인 관점’까지 담고 있다. 즉 紋은 비교적 물질적인, 기술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文은 정신적인, 관념적인 측면까지 아우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의 문양이란 물질적, 시각적 소재로서만이 아니라 정신적, 상징적 측면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紋樣보다는 文樣으로 표기하는 것이 보다 광의적이라 하겠다.
한편 영어권에서는 문양을 대체로 시각적 짜임새와 체계화를 뜻하는 디자인이나 연속과 반복을 뜻하는 ‘패턴’으로 쓰고 있어서 文樣보다는 紋樣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동양권에서의 문양에는 문자와 그림의 양면적인 특성이 보이는 것들이 종종 발견되는데, 이는 상형문자, 형성문자라는 한자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다. 한자는 그 자체로 문자로서의 기능은 물론 그림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자를 이용한 그림 화 된 글자가 문양의 기능을 겸하게 될 때는 글자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하고 혹은 문양이기도 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렇게 동서양에서 쓰는 문양의 의미와 활용 례가 다소 차이가 있듯이 실제의 문양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며? 이러한 차이가 동서양 간의 문양의 시지각적 특성을 구분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희(喜)’자 문양이 새겨진 은입사 촛대 ⓒ 국립중앙박물관
글씨와 그림의 효과를 겸하는‘희(喜)’자 문양 ⓒ 국립중앙박물관
벽면과 문에 이슬람 양식의 패턴이 장식되어 있는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 박현택
문양이란 문화적 약속의 하나로서 이들을 통하여 우리는 예전 사람들이 남겨 놓은 생활 기물이나 의례용 기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로써 그 시대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과 생활관습, 종교관, 세계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아무리 단순한 문양이라 하더라도 그 문양 속에는 우주의 섭리가 깃들어 있을 수도 있고 또한 아무리 현란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문양이라 할지라도 그저 단순한 장식의 기능만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문양은 그 크기나 밀도에 상관없이 각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사물의 진실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그 문양의 성격에 따라 장식할 물건의 용도와 문양이 배치될 자리가 달라졌음을 이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양은 항상 그것이 장식하는 대상과의 관계에서는 부수적인 요소이며, 비록 회화적인 형식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독립적인 조형물로 취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양은 조형물 자체가 제시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거나 부적과 같은 주술적 기능, 권력이나 특정한 의미를 상징하는 기능,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는 식별부호로서의 기능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문양은 조형 활동에서 중요한 표현요소로 활용되는데 이는 말이나 글자로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을 그림이라는 시각적인 기호로 효과적이고도 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양이 기본적으로 대상의 형상성, 즉 대상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정보나 감정을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양은 장식적, 감상적 대상일 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기원을 담은 주술적 대상으로 또는 그러한 정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는 상징적 조형물이다. 때문에 문양의 표현 역시 조형 요소로서의 원리를 따르게 된다. 즉 점, 선, 면, 색의 구성 또는 그 요소들의 특정한 배열에 의해 이루어지며 건축·회화·조각·공예·디자인 등 모든 조형분야에 활용된다.
·글 박현택(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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