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소니골통신 159: 또 가을이 오는 가 봅니다

sosoart 2017. 9. 16. 23:46

 

 

 

 

또 가을이 오는 가 봅니다.

여름이 한창일 때 아마도 해마다 8.15가 지나면 뜰 앞의 작은 텃밭에 김장배추를 심곤 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거나 텃밭이 이, 삼백 평이나 된다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텃밭이라야 그저 삼, 사십 평(전에 60대 때만 하더라도 오, 육십 평은 지었지만) 손바닥만 한 넓이를 가꾸는 것도 이제는 힘에 부쳐 올 해에는 우리 두 내외가 안 하겠다 번번이 되 뇌이면서도 아내가 올해는 배추 값이 너무 비쌀 것 같다며 힘이 들어도 배추를 심자고 해서 마지못해 올해에도 시장에서 배추모종을 사다 심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날 아내는 손주가 장염에 걸려 오지 못하고 혼자서 저의 공예작업장인 이곳 동락재에 내려와 마당의 우리 식구인 진도개 복실이와 그 딸인 복자와 그야말로 격한 인사를 하고 이 녀석들이 좋아하는 먹다 남은 반찬과 몇 가지 먹을거리를 모아놓았다가 밥그릇에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녀석들은 먹성이 너무 좋아서 무엇이든 없어서 못 먹을 뿐이지 아주 큰 그릇에 쏟아 주어도 냉큼 다 먹어치웁니다.

덩치도 아주 커서 주변의 이웃 사람들이 놀러 와도 겁이 나서 선뜻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지도 못합니다.

 

어쨋거나 이제는 그때에 심은 배추도 속에서 고갱이가 생길 정도로 여물어 가는 것을 보니, 또 대추나무의 대추 열매가 많이 땅에 떨어지고, 나무에 매달린 대추도 조금씩 벌건 물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가을이 서서히 우리 집 마당에도 한 발짝씩 그 발걸음을 들여놓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옆 울타리 밤나무의 밤송이가 입을 떡 벌린 채로 마당에 짙은 갈색의 커다란 밤송이를 떨어트려 수확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보다도 약간은 일찍 밤이 여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여름에 너무 더워서 그런지, 햇볕을 많이 쬐어서 그런지 아무튼 열매가 전보다 빨리 익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기다란 장대를 가지고 밤나무의 밤송이를 다 털었습니다. 이렇게 밤송이를 터는 것이나, 떨어진 밤송이를 까는 것도 큰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가을이 되어 나무에 맺힌 열매를 수확 한다거나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은 힘이 들기는 하지만 커다란 기쁨이자 보람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농사를 짓는 즐거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작물이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것이 그만큼 농사를 짓는 사람이 정성을 들여 가꾸는 손길에 따라 잘 자란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자식에게 사랑과 정성의 손길로 키우면 다 그만큼 성장하고 부모와의 사랑을 몸으로 받아들여 성장을 하여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도 아름다운 가족의 정을 가꿔나가는 것이지요.

 

여담입니다만 이 동네에도 해마다 어김없이 수 백 평의 밭에 배추를 심어 농사가 잘 되었지만, 그것도 정말 해마다 거둬들이지 않고 서리와 눈을 맞도록 버려두고 정부의 보상금을 챙기는 놈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짓거리를 자랑삼아 시장에 내다 파는 것 보다 이것이 훨씬 낫다고 떠버리는 놈이 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해마다 내 눈으로 확인한 것만도 오, 륙 년은 족히 계속해서 해먹는 다는 것은 면사무소 공무원 어떤 놈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은 이 마을 사람이면 다 아는 일입니다. 하늘은 뭐하는지 몰라! 이런 놈들 잡아가지 않고.......

 

오늘은 올해의 밤농사를 결산하였고 (밤농사라고 할 것 까지는 없는 밤나무 한 그루입니다만) 올 여름 내내 비타민 씨의 공급원이었던 싱싱한 고추밭도 정리하여 배추밭에 고추나무의 그늘이 들지 않도록 다 걷어 들이고 고추나무는 뽑아서 마당의 한 곁에 쌓아두고 다 마르면 태워버리려고 합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 땀에 젖은 몸을 샤워를 하고 맛있게 저녁밥을 지어 푸짐하게 싱싱한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이, 삼년 묵혀 둔 향기 깊은 더덕 술에 돼지고기 한 점 상추에 쌓아 비록 혼자 먹는 저녁이지만 맛있고도 고맙게 한 끼를 해치웠습니다.

 

벌써 밖은 오후 6시가 지나면 어둑어둑 해지고 사위는 고요하고 적막해 집니다.

이른 가을 밤, 어쩌면 오늘은 아내와 함께 있지 않으니 쓸쓸해지는 마음입니다. 울타리의 자작나무는 더욱 희게 보이고 자작나무의 열매는 이 밤 또 다른 자신의 후손을 밤바람에 날려 퍼뜨리고 있겠지요.

 

이제는 고인이 된, 저의 젊은 시절 많이 좋아했던 조병화 시인의 시를 가을의 문턱에서 되뇌어 봅니다.

 

<밤의 이야기 -12>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고 하지만

차가운 겨울밤을

빈손을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육체는 소모해 가며 없는 자에게 지혜를 주며

생명은 노쇠해 가며 가는 자에게 시간을 준다

사랑과 미움은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끝이 없는 거라 하지만

 

너와 나는 사랑도 미움도 없이

어두운 다리목에서

그저 마주 서 있는 거다

 

아 아침이여

 

따스한 입김이여

사랑스런 눈물이여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 하지만

차가운 긴 밤을

빈 손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우리네 사람들은 가을이 오면 왜 고즈녁한 시간의 한 가운데서 공연히 쓸쓸해지며 지난날들의 추억을 기억하게 되는 것인지요?

또한 가을이란 찬 공기의 순환 속에서 우리네 추억도 다시 떠올리며 기억의 순환 속에서 잠시 옛 시간의 공간 속에서 머무르기도 하며 깊은 사유思惟의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는지 또 다시 짚시의 행간에서 허덕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채우지 못한 소망을 첫사랑의 향기처럼 막연하게 그리워하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게 옛 시절 추억과 자신의 모습을 찾아 보따리를 싸고 저 멀리 낙엽 쌓인 산 속의 오솔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은 그래서 뜨거운 여름의 열정에 녹았던 마음을 차분히 되찾기 위해 마음의 여로를 걷고자 하는 가 봅니다.

 

 

<밤의 이야기- 20>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시국도 하 어수선하고 나라의 안위는 풍전등화와 같은데 이 나라의 국민들은 참 천하태평입니다.

하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핵폭탄을 우리 국민들의 터전에 마구 쏟아 부으려 하고 있는데도 그 놈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돈을 퍼붓겠다고 합니다.

 

이 무리들은 인도적이라는 뜻이 무언지도 모르는 아주 무지몽매한 자들이 아닐까요?

세습독재자의 밑에서 그것도 모르고 살고 있는 자들 불쌍타 말고 내 국민 아픈 곳, 슬픈 곳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 것이 국민의 공복 대통령이 할 일이거늘...........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아직까지도 문재인이 우리의 대통령,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빨리 깨닫고 실천하는 인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이 가을에 짙은 사색에 잠겨 저를 깨닫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