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락재 통신 368

소니골 통신 155- 세상은 또 바뀌고.... 김종삼의 시 "민간인"와 함께

potrait, 종이에 pigment liner 민간인 김종삼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김종삼 시인 생몰1921년 3월 19일 ~ 1984년 12월 데뷔1953년 신..

소니골통신-154: 빵집 어린 아기

빵집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 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

살다가 보면 / 이근배

태풍 고니가 지나가는 날의 제주 외돌개 태풍 고니가 지나가는 날의 세화 해안도로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

공존의 이유/ 조병화

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을 하지 않기로 하세 네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

수종사 뒤꼍에서/ 공광규

수종사 뒤꼍에서 공광규 신갈나무 그늘아래서 생강나무와 단풍나무사이로 멀리서오는 작은 강물과 작은 강물이 만나 같이 흘러가는 큰 강물을 바라보았어요 서로 알 수 없는 곳에서 와서 몸을 합쳐 알 수 없는 곳으로 멈춘 듯 흘러가는 강물에 지나온 삶을 풀어 놓았다 그만 뚝! 나뭇잎..

간절한 그리움으로/ 최호준

拙作, "내일의 벅찬 희망을 향하여" 민화, 은행나무에 陰,陽刻, 채색, 30x60 cm 간절한 그리움으로 최호준 쓸쓸한 마음 깊은 그리움으로 이어져 불현듯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 “그대.....”, 그대, 당신은 늘 그리운 만큼의 거리에 떨어져있습니다 손닿을 수 없는 만큼의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늙은 황소의 눈물/ 김형태

늙은 황소의 눈물 김형태 아버지를 모셔왔다 오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모셔왔다 그런데 그만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후, 아무도 아버지 곁에 가려하지 않았다. 강아지가 들어왔다 아무데나 똥오줌을 누고 털을 날려도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 앞 다투어 물고 빨고 침대에까지 데려간다..

소니골통신-137: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