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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실용성을 넘어 장식 예술로 완성되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sosoart 2008. 10. 22. 20:30

월간문화재사랑


일제강점기 이후 일반적으로 ‘표구表具’라는 용어로 사용된 장황은 서화書畵와 서책書冊을 보존하고 장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삼국시대에는 서화미술과 기록 자료에 장황이 필수적이었으며 이러한 전통은 이후 조선시대에 까지 이어졌다.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여러 가지 서화書畵·서책書冊·서지書誌 등의 장황이 실용성을 넘어 격조 높은 장식예술로 완성되었다.
이번 ‘장황’ 특별전은 서양식 장정裝幀에 익숙한 일반인들이 조선 왕실과 중국 청나라 황실 그리고 일본 근세 상류사회에서 제작·감상했던 서화 문화재를 통해 두루마리, 족자, 첩, 책, 병풍 등 전통 장황의 형식을 살펴봄으로써 동양 삼국의 전통 장황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한국 유물로는 국보 제131호 ‘이태조호적원본’, 보물 제931호 ‘조선태조어진’을 비롯하여 왕실의 책봉문서인 ‘교명敎命’, 왕실족보인 ‘선원록’, 조선시대 왕들의 중요한 업적을 기록한 ‘국조보감’, 임금이 남긴 글과 글씨, 세계기록유산인 의궤 등 조선왕실에서 정성과 예를 다하여 만든 원형 그대로의 장황 문화재를 전시한다.
중국 유물로는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장황 예술을 집대성한 청대 건륭제 때 만들어진 서화작품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보관상자가 함께 선보인다. 일본 유물로는 일본 특유의 장황 장식의 미를 보여주는 서화 족자, 서책을 비롯하여 일본 중요문화재인 ‘대마종가문서對馬宗家文書’를 엮은 두루마리가 전시된다.

전 개최 계기와 의미에 대해
오늘날 흔히 전통 서화를 꾸미는 작업을 ‘표구’라고 부르는데, 이는 일제시대 유입된 용어이다. 우리의 전통 장황에 대한 인식이 점차 사라져 장황 기술 대부분이 일본식으로 대체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전통 장황의 요소를 잘 보전하고 있는 유물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장황의 유구한 역사를 고증하고, 전통 장황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을 살리는 것이 이번 특별전이 갖는 의미이다.

도움이 될 만한 관람 포인트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글씨와 그림이 주는 작품의 인상뿐만 아니라, 각국의 장황에 쓰인 비단의 쓰임과 부속구들을 눈여겨보면, 삼국이 선호하던 색감과 재질, 재료 등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장황의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의미에 대해
장황은 서화 창작의 마지막 완성 과정이다. 작가의 창작품에 소장자의 감식안과 장황사의 미적 기술이 보태져 비로소 서화 작품이 완성 된다. 따라서 시대적 미감을 반영한 장황을 통해 그 시대의 문화적 수준 또한 가늠할 수 있다.
선조들은 글과 그림을 오래 보전하기 위해 묵은 장황을 새롭게 고치는 작업을 계속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의 예술품 보존의 노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장황은 오늘날 고서화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나라 장황만이 갖는 특징
장식과 기교를 많이 쓰는 중국과 일본의 장황에 비해 조선시대 장황은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특히 조선왕실에서는 많은 서화 유물과 기록물들을 왕실의 격식과 법도에 맞게 꾸미고 갖추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장황의 기술과 취향을 선도해왔다. 임금은 왕실 기록물의 구체적인 장황의 방법까지 지시할 만큼 높은 식견을 가졌고, 과거 전례를 기준으로 법도에 맞춰서 전통을 이어왔다. 천연 염료로 염색하고 큼직한 문양을 짜 넣은 비단을 선호하고, 여러가지 종류의 종이를 사용했으며, 재질의 치밀함은 삼국 중에서 으뜸이었다.


▶글_ 박윤희 학예연구사
▶사진 제공_ 국립고궁박물관
게시일 2008-10-13 09:4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