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아내와 다툴까봐, 외로울까봐 산골생활이 걱정이 되신 다구요?

sosoart 2012. 6. 27. 12:16

 

 동락재의 야생화 화단에 핀 "꿀풀"

 

아내와 다툴까봐, 외로울까봐 산골생활이 걱정이 되신 다구요?

 

오늘 아침에 밖에서 지내는 우리 개똥이와 복순이, 그리고 복실이, 길동이......

녀석들이 배설한 개똥을 치우며 또 호박과 가지, 고추가 열렸나 살펴보며 오늘의 양식을 거둬드리고 새로운 메일을 확인하다가 블로그에 올라온 다음과 같은 방명록의 사연을 읽어 보았습니다.

 

인생만리 2012.06.27 08:41

 

칭구님방 마실갔다 잠시 들렸습니다

노후?를 두분의 공간속에서 보내신다니

부럽기도 한데..혹시 다투시진 않나요?

외롭진 않으신가요? 이두가지 궁굼해서

산골생활 결심하기 힘들어서요'' ㅎㅎ

근사한방 구경 잘하고 갑니다..

늘 행운가득 하세요''walden ''

 

 

 

 

인근수타사의 산소길에서 내려다 본 수타사의 대적광전

 

 

 

 

 안녕하세요? 인생만리님

아내와 다툴까봐, 외로울까봐 산골생활이 걱정이 되신 다구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철들어 아내가  더욱 더 소중하게 되고 나와 오랜 동안 살아준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장년을 지나서 노년에 접어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도시에서는 다투지 않고 시골에서는 다툰다는 또 외로울 거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님은 아직도 팔팔한 성정을 가지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가 봅니다.

 

이 세상 부부 지간에 다투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가끔 TV에서 명사랍시고 나와서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큰소리 내지 않고 다투어 본 적이 없어요......."라고 하는 사람들을 아주 가증스러운 위선자라고 치부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금슬이 좋은 부부도 싸움을 하고, 또 서로를 미워할 때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투면서 부부라 할지라도 알지 못했던 또는 나의 아내니까, 나의 남편이니까 하면서 간과했던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알게 되는 순기능적인 면도 있는 것이 부부싸움이 아니겠습니까?

 

완전하지 않기에 죽는 날까지 자기성찰의 길을 가는 게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 블로그에 게재된 "동락재통신" ---  몇 년째 중단하고 있지만---  에도 누누이 썼듯이 우리 부부는 "하루라도 다투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그러한 부부랍니다.

 

그런다고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거나 아끼고 위해주지 않는 파탄지경의 부부는 절대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요.

 

외롭지 않냐구요?

 

답을 대신하여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옮겨봅니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 잎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 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사람인데 어찌 외롭지 않을까요?

 

산촌에서는 집안에 기르는 개도 혼자면 매우 외로워 하며 우울증까지도 걸린답니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요?

 

사람에게 외로움은 죽는 날까지 함께해야 할 버릴 수 없는 친구가 아니겠습니까?

 

시골에서 전원생활이 되었던, 산촌생활이 되었던 귀촌과 귀농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시골생활이라는 것은 우선 육신이 고달픕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다보면 주변의 온갖 동, 식물들과 함께 일체가 되어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도 보살피고 가꾸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손길을 주면 주는 대로 그렇지 않으면 그런대로 그만한 보답이 오게 마련이지요.

 

부지런하지 않으면 부지런한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그 댓가는 정직하기 때문에 몸을 아끼는 사람은 적합치 않습니다.

 

그리고 백수건달로 시간을 마냥 허송할 요량이면 시골의 생활은 견디지 못하지요. 너무 무료하기 때문이지요.

 

나의 ”-그것이 생업이든 취미생활이든 정신과 육신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이 있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공무원은 아닙니다만 공직을 퇴직하고 인생 칠십....., 2막에 들어서면서 젊은 시절 다 하지 못했던 그림그리기와 음악 감상 및 연주 또 퇴직 후 "목공예디자인"을 늙은 나이에 새로 공부하여 지금은 "목공예의 작업"에 전념하고 목공예가로서의 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수 년 간은 생태해설가로서 숲 해설가로서 숲과 자연을 찾는 사람들에게 생태와 숲을 이야기 하고 자연의 매력과 편안함을 뼛속 깊이 인식시켜주는 활동도 했었고 자연과 도시 속에서 생태공예와 목공예의 강의와 강사 활동도 했었습니다.

 

아내 역시 젊은 시절 외국어 전공을 살려 직업에 종사하다가 중년시절부터 시작한 "문인화" "한국화" 지금은 "한지공예"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2~3년 후에 부부 합동전시회를 목적으로 작업에 몰두하고 죽기 전에 전시회를 2번만은 하기로 하고, 가끔은 오지의 여행을 즐기기도 합니다.

 

시골생활에서의 문화적 소외를 탈피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서울에서 공연 및 전시회를 관람하며, 남아 있는 살림채(주로 별도의 공방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를 펜션으로 활용하여 겨우 각종 세금, 공과금 등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펜션의 유래?라면 유럽의 은퇴자들에게 아주 작은 소득과 소일거리가 되는 것일진데,  작금의 형태는 숙박업을 모방한 일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러브호텔로 변형되어 운영하는 일부 우리나라의 이지러진 펜션의 전형들이 많지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건물에 볼거리 느낄 거리가 가득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여 우리의 펜션을 찾아주는 손님들과 때로는 살아가는 이야기, 전원생활의 정보, 공예와 미술과 음악 이야기 등을 나누며 인연을 쌓아가는 재미도 쏠솔합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지신 분이라면 전원생활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 충실하고 꼼꼼한 몸과 마음의 준비가 절대 필요합니다.

 

저와 같은 책상물림들이 범하는 호된 수업료(몇 천에서 수 억 대가 되겠지요)를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려면 치밀한 사전조사와 준비가 필수 입니다.

 

전원생활은 무조건 낭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철저히 준비하는 만큼 손실은 적어진다는 평범한 진리.

 

오늘도 서울엔 찌는 듯한 더위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저의 아내는 잠깐 서울에 다니러 갔는데 서울에만 가면 너무 더워 지친다고 합니다.

 

이곳 홍천,  산촌 자락의 좋은 점은 더워도 그렇게 습기가 많은 찌는 더위는 아니고 해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싸주고 집 앞의 호수 제방 아래로 넘어가는 해의 석양 노을이 사진처럼 예쁜 것이 마음의 위로를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저의 블로그를 방문하여 방명록에 흔적을 남겨주심에 고마운 말씀을 전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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