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누군들 혼자가 되고 싶으랴.............

sosoart 2012. 4. 3. 13:35

 

 

 

 

오늘은 434월 초순인데 지금 바깥에는 함박눈이 소리 없이 쌓여가고 있다.

 

아침 7시 반경 거실의 커텐을 걷으니 때 아닌 함박눈이 마당에도 나뭇가지에도 쌓여 설화가 곱게 피어있었다.

 

하긴 해마다 4월이라 하더라도 이곳은 한, 두 번은 꼭 눈이 오게 마련이다.

 

이때 오는 눈은 습기를 많이 머금어 쌓였다가 금방 녹기도 하지만 내리는 몇 시간은 온통 산이 하얗게 덮이고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나뭇가지에는 하얗고 풍성한 설화가 가득 피어난다.

 

해서 이때는 가는 눈이 아쉬워 카메라를 들고 집 밖 주변을 돌며 마지막 내리는 눈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마음이 바빠진다.

느슨하게 여유를 부리면 금방 눈이 녹아 설화가 져버리니 이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셧터를 눌러댄다.

 

사진을 찍고 들어와 아침 식사를 하고 차 한 잔에 하루를 시작하며 컴퓨터의 메일을 뒤져본다.

산촌에서 유일하게 외부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은 인터넷과 메일이 아닌가 싶다.

 

 시골 소읍과도 약간 떨어진 이곳 산자락은 일간신문의 배달이 안된다. 신문을 보려면 우편으로 배달되는 신문을 봐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미 그것은 新聞이 아니고 舊聞이 되므로 메일로 배달되는 조선일보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인터넷의 순기능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활용 면에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압도적인 것이 안타깝기만 하지만.

 

 

 

산촌공방에서의 하루 일과는 이렇게 시작이 되고 작품작업을 하려면 공방 작업실로 건너가 작업에 필요한 난방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4월이라 하더라도 난방을 하지 않은 작업실에서 작업하기에는 추운 날씨이므로 장작난로 불을 지피는 일이 작업일과의 시작이 됨은 당연한 일이다.

 

장작을 마련하는 일은 참으로 힘이든 일이지만 그래도 작업실에서 두툼한 두께의 철판 난로에 불을 지피고 한 10분이 지나면 금방 후끈해지는 신속성에 힘든 작업의 시간은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보리차를 끓이면 구수한 냄새와 맛은 작업실의 습도를 올리는데도 좋지만 고구마나 감자도 가끔은 구워먹기도 하면서 장작 난로불의 낭만은 배가되기도 한다.

 

지지난 해부터 별채 공방과 화실 겸 살림집인 본채 동락재의 리모델링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로지 혼자서 공사를 하면서 작업 도중 수정도 하며 공을 들이다 보니 2년에 걸친 작업이 아직도 끝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외부 리모델링 작업이 끝나면 공방 작업실 겸 작은 갤러리의 내부 인테리어 작업이 또 몇 년에 걸쳐 진행이 될 것이다. 이 작업 자체가 작품의 제작과정이라 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내부의 인테리어란 것이 별 것은 아니고 작품을 전시할 수납장과 전시공간의 설치와 그 안에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좌석과 탁자 등의 제작과 배치, 또 음악을 들으면서 책도 읽을 수 있는 서가의 배치와 좌석, 또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좌식공간을 배치해 별도의 자그만 차실에서 책도 보고 작품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을 꾸며가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이나 직업에 종사한 것도 아닌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기술자로서 은퇴를 했고, 또 흔히들 책상물림들의 필수코스인 은퇴 후 세상물정 모르고 말아먹기과정을 거쳤으므로 남은 것은 오직 맑은 마음뿐이어서 이러한 산촌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입에 풀칠거리를 마련할 수 있는 -본채 살림집을 개조한 품격 있는 휴식을 위한 운영방식(숙박업소 운영방식이 아닌 미혼의 커플들은 거절하고 가족 위주의 입실을 허용하는)을 취하는- 펜션을 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고독과 고적의 세계로만 빠져들어가는 외로운 산촌의 생활에 소통과 정체를 방지 할 수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펜션에 입실하는 손님들도 천태만상이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과 억지를 부리거나 심지어는 압력밥솥은 물론 각종 취사도구 등도 훔쳐가는 아주 나쁜손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두 좋은 손님들이어서 그들과는 차도 마시고 때로는 산에서 채취해온 산약초로 담근 山藥酒도 나누면서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을 나누기도 한다.

 

 

아내와 함께 공예의 작업은 물론 그림도 동양과 서양의 경계 없이 드나들며 그리고 있으니 우리 부부의 산촌생활은 비록 돈이 풍기는 냄새는 없지만 나물 먹고 물 마시며 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신선이 부럽지 않다는 마음으로 무욕의 경지에서 자기성찰의 그윽한 세계를 탐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혹은 꾸준히 잡지나 TV에서 취재허락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우리부부의 산촌생활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이를 이용해서 나의 활동이나 작업을 PR할 필요는 더더욱 느끼지 않기에 거절하고 있다.

 

어쨌던 분주하고 복잡한 서울을 버리고 산촌에서 그림과 공예작업을 하면서 때로는 숲과 생태해설가로 봉사하기도 하며, 산간마을에는 널려있는 林道와 알려지지 않는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의 품에서 물과 풀, 나무들의 냄새를 맡으며 삶을 확인하는 것도 인생 23장의 커다란 기쁨이라 생각한다.

 

 

이제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우리 부부로서는 가끔은 이 세상, 이 자연과 영원한 이별을 불현 듯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되도록 한 날 같이 떠나고 싶지만 어디 그게 죄 많은 인간에게 내려질 복이겠나 싶어 만약 혼자가 되어 남을 경우를 생각하면 참으로 난감하고 지레 비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살아있는 날, 원 없이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하는데............

 

오늘 문득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니 또 한 번 부부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는 내 곁의 유일한 변하지 않는 언제까지나 나를 지지해 주는 친구이며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며 또 한편 만약에 누구든 혼자 남게 되더라도 자식들에게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가고 준비를 해야 될지 풀리지 않는 문제가 또 우리 앞에 놓여 있구나....” 하는 슬퍼지는 마음에 쌓여가는 눈만큼 마음이 무거워진다.

 

눈발이 휘날리는 하늘처럼 우리의 혼자되어 남는 날은 잿빛이 아니기를 기원해 본다 

 

 

 

출처: http://waple.chosun.com/link.html?url=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02/2012040202331.html

[만물상] 부부[만물상] 부부물상] 부부

[만물상] 부부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100자평(3)

 

입력 : 2012.04.02 23:10 | 수정 : 2012.04.03 09:41

"우리는 늘 서로에게 말했지요. 다음 생(生)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2006년 여든세 살 프랑스 정치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아내 도린에게 긴 편지를 썼다. 그는 아내가 20여년 전 불치병으로 심한 고통을 겪자 모든 활동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 아내를 보살폈다. 부부는 이듬해 함께 목숨을 끊어 쉰여덟 해 결혼을 편지 글 그대로 마감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네."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아흔 살 남편과 치매를 앓던 아내가 여행 끝에 실종됐다. NHK가 노부부의 아들과 함께 몇 달 동안 두 사람 행적을 쫓아 다큐로 만들었다. 신용카드 기록을 추적해보니 여행길은 부부의 옛 신혼여행지에서 시작했다. 부부가 즐겨 올랐던 산을 거쳐, 자주 갔던 온천에서 끝났다. 그곳 바닷가에서 부부의 옷이 발견됐다. 남편의 외투 주머니엔 동전 몇 십엔만 남아 있었다. 부부가 은행 잔고를 다 쓴 뒤 함께 바다로 들어간 마지막 '추억여행'이었다.

▶1912년 타이태닉호가 침몰할 때 뉴욕 메이시백화점 주인 스트라우스의 아내는 여자들에게 우선 내준 구명정에 오르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40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 와 떨어져 살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구명정이 부족해 타지 못한 남편과 함께 가라앉는 배에 남았다. 그리스신화에서 필레몬과 바우키스 부부는 한날한시 죽게 해 달라고 제우스에게 빌어 소원을 이룬다. 동양에선 "함께 늙고, 죽어 한 무덤에 묻히자"는 사랑의 맹세를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고 했다.

▶부부의 이상(理想)은 같은 날 죽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 죽음까지 공유할 만큼 완전한 사랑이 있을까. 미국 워싱턴공항공단 찰스 스넬링 회장이 6년 동안 치매를 앓아 온 아내의 손과 발로 살다 함께 떠났다는 소식이 어제 신문에 실렸다. 그는 "아내를 수발하는 것은 60년 동안 받은 뒷바라지의 빚을 갚는 일"이라고 했었다.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엔 "우리는 행복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뒤까지 살지는 않기로 했다"고 썼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내력도 성격도 다른 남녀가 고락(苦樂)을 함께하며 아주 조금씩 닮아간다.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 말투, 얼굴까지 비슷해진다. 서로의 결함과 상처까지도 받아들이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이 쌓인다. 결혼은 일생을 함께 거는 일이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세상, 서로를 참아내지 못하는 세상에서 현대판 필레몬과 바우키스들은 가슴 저릿한 정화(淨化)요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