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합원(四合院)의 재해석
베이징 사합원(四合院)
베이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통공간은 ‘사합원(四合院)’과 ‘후통(胡同)’이다. 이름이 내포한 것처럼, 사합원은 중정을 둘러싼 4개의 건물이 배치한 ‘ㅁ’형태이며, 후통은 사합원의 입구가 나있는 골목이다. 베이징 사합원은 대부분 과거 성벽이 위치했던 2환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베이징의 도시배치에서 1환은 자금성의 외벽이며, 자금성을 중심축으로 바깥방향으로 2, 3, 4, 5환으로 뻗어나간다.)
사진1. 차이궈창의 사합원, copyright ⓒ decomag.com
사합원의 빈익빈 부익부
베이징의 사합원은 신중국 성립과 도시화로 인해 많은 부분이 철거되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사합원들도 베이징 인구밀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많은 비율이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하나의 사합원에 여러 가구가 쪽방처럼 거주하는 대잡원(大杂院) 형태가 나타나면서 남아있는 사합원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대잡원에서는 생존을 위한 공간의 효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기존의 배치는 무시되었으며 임의대로 구조를 변경하는 일이 잦았다. 현재도 높은 보수비용 및 생활이라는 현실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사합원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의 차이가 극명한 것처럼 사합원에 대한 대우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잘 나타난다. 보존가치가 큰 사합원의 경우 "희소가치" 때문인지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예전 청나라 왕족이 살던 모 사합원의 경우 거래가가 4억 위안(한화 약 710억위안)에 달할 정도이다. 또한 성공한 예술가들은 사합원에 대한 개조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현대적인 건축물에 고급 사합원을 접목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사합원(四合院)의 재해석 1: Robin의 사합원
브루나이 출신 건축가 Robin은 중국근대미술 선구자인 이숙동(李叔同)의 고택을 구입해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원래 이 고택도 정부의 철거대상이 었으나 각방의 노력으로 겨우 살아남은 경우이다. 집주인이자 건축가인 Robin은 가능한한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으나 워낙 훼손이 심해 어쩔 수 없이 사합원에서 핵심 골조와 중요한 몇 가지 디테일은 남기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를 결심했다. 예전의 것들을 활용한다는 취지아래 반으로 갈라진 옛 우물의 뚜껑을 거실 테이블로 활용하기도 했다.
아래사진의 유리복도의 경우, 첫번째 공사에서는 없었지만, 생활의 편의와 공간활용을 높이기 위해 두번째 공사에서 추가했다. 유리 소재를 사용해 전체적인 구도는 망치지 않으면서 필요시 쉽게 철거할 수 있다. 유리복도의 한쪽 벽에는 사합원의 원래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걸어놓아 옛 모습에 대한 기억을 담아놓았다.
사진2. 좌: 리노베이션 전, 우: 리노베이션 후Robin의 사합원, copyright ⓒ atcast
사진3. Robin의 사합원, copyright ⓒ atcast
사진4. Robin의 사합원, copyright ⓒ atcast
사합원(四合院)의 재해석 2: 차이궈창(蔡国强)의 사합원
두번째 소개할 사합원은 중국을 대표하는 당대전위예술가인 차이궈창(蔡国强)의 사합원이다. 이 사합원은 중국 유명 건축가인 주페이(朱锫)가 리노베이션을 담당했다. 건축가는 베이징사람으로 어릴 때 사합원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사합원이 갖고 있는 공간의 특징과 장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 프로젝트에 적합한 인물이다. 그는 가능한한 예전의 재료, 기술을 바탕으로 베이징 현지의 장인을 활용해 리노베이션을 완성했다.
옛것과 새것의 대화라는 콘셉트로 기존 사합원의 대부분 골조를 이루고 있는 나무와 새로운 재료인 유리와 금속이 공존하는 공간을 구성했다. 과도한 장식을 배제해 간결한 느낌을 살렸으며 목재틀 격자로 공간을 구획했다. 공간의 곳곳에 여백을 주어 거주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면서 전체적으로 환하고 확 트인 공간감을 주고자 했다. 건축주는 이 곳을 생활과 작업을 함께 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전통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현대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5. site 및 평면도, copyright ⓒ decomag.com
사진6. 리노베이션 전, copyright ⓒ decomag.com
사진7. 차이궈창의 사합원, copyright ⓒ decomag.com
사진8 차이궈창의 사합원, copyright ⓒ decomag.com
사진9. 차이궈창의 사합원, copyright ⓒ decomag.com
사진10. 차이궈창의 사합원, copyright ⓒ decomag.com
사합원(四合院)의 재해석 3: 공중사합원
기존 사합원의 리노베이션을 넘어서 현대적인 건축물에 사합원을 만든 경우도 있다.
베이징 내 유일한 7성급 호텔인 판구(盘古)호텔이 있는 판구다관(盘古大观)의 꼭대기층에는 호화스러움을 넘어 사치스러운 사합원이 있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鸟巢) 서쪽에 용머리의 형상을 한 길다란 건축물이 바로 판구다관이다. 지면에서 85m높이에 있기 때문에 "공중사합원(空中四合院)"이라 불리고 있으며, 4개의 건물마다 각각 3채씩 총 12채의 사합원이 있다.
사진11. 공중에서 바라본 모습, copyright ⓒ 网易
이곳은 철저히 상위 0.1%이상을 주고객으로 하고 있으며 매매가 아닌 임대로만 운영하고 있는데, 하루 임대료가 무려 백만위안(한화 약 1억8000만원)이다. 얼마전 개인적으로 운좋게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소개하는 직원에 따르면, 이렇게 비싼 임대료에도 향후 1년동안 임대가 모두 완료되었으며 대부분은 해외명품브랜드의 쇼케이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전체 설계는 타이완 유명 건축가인 리주위엔(李祖源)이 담당했으며 구조와 배치는 사합원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2개층으로 구성하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는 등 약간의 변형을 주고 있다. 중정의 천장에는 개폐가 가능한 유리지붕이 있으며 또한 중정에 1.5m 깊이의 흙을 깔아 보통 사합원처럼 나무도 심고 연못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의 가구는 대부분 이태리산 명품 가구로 구성되어 있고, 바닥은 최고급 대리석, 계단의 나무는 아프리카 가봉에서 직접 공수해온 마호가니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계단을 걷는 수고를 덜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띈다.
다만, 세계각국에서 공수해 온 최고급 자재와 가구를 사용한 것 말고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설계는 많이 아쉽다.
사진12. 개폐식 유리지붕, copyright ⓒ 盘古大观
사진13. 공중사합원, copyright ⓒ 盘古大观
사진14. 공중사합원, copyright ⓒ 盘古大观
사진15. 중정에서 내부를 바라본 모습, copyright ⓒ 盘古大观
사진16. 사합원 내부모습, copyright ⓒ 盘古大观
글쓴이: 김은조
건축대가를 꿈꾸던 대학시절, 우연히 취미로 시작한 중국어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렸다. 결국 그 중국어를 업으로 삼아 여러 해 동안 디자인전문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칭화대 연수를 인연으로 베이징에 깊은 호감을 갖게 되었으며, 현재는 베이징산업디자인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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