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부 사진전 <에펠탑의 페인트공>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하는 마크 리부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마크 리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 작가이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만들어진 사진 작가 그룹 매그넘의 회장이습니다. 서정성이 담긴 다큐멘타리 사진으로 유명한 그의 사진에는 시적인 은유와 상징이 가득합니다.
1953년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그의 대표작이 된 ‘에펠탑의 페인트공’은 마치 연출된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실제 상황입니다. 1953년 어느 날 파리 시내를 산책하던 마크 리부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지상 300m 위에서 에펠탑의 도색 작업을 하고 있는 페인트공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안전장치 없이 에펠탑 위로 올라가 필름 한 롤을 다 쓸 때까지 셧터를 눌렀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프로 근성입니다.
‘에펠탑의 페인트공’은 일상의 한 순간을 포착했을 뿐인데, 뛰어난 기하학적 구도가 주는 미적 효과로 인해 일상을 넘어서는 의미를 느끼게 합니다. 이 사진에 부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삼각형 속 인생의 춤 A dance of life in a triangle’이라고…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우리 삶의 모습이 함축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속에서 한 손으로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무엇인가를 붙들고 다른 손으로는 삶이 녹슬지 않도록 여러가지 색을 칠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삼각형의 세 꼭지점에 무엇을 놓을까요? 가족, 일, 꿈? 아니면 사랑, 믿음, 외로움? 이 사진을 보며 무한한 상상을 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 사진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페인트공이 살짝 미소를 띠고 있는데 마크 리부가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무섭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생각하며 견디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답인 거 같습니다^^
마크 리부는 ‘사진을 찍는 것은 매 순간 강렬하게 인생을 음미하는 것이다. Taking pictures is savoring life intensely, every hundredth of a second’ 라고 했다고 해요. 인생의 ‘every hundredth of a second’를 음미하며 살 수 있다면 삶의 색에 빛이 날 거 같습니다.
마크 리부의 사진 190점이 전시되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이 밖에도 빈민 수용소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잠들어 있는 여인이 보여주는 순결한 아름다움, 총을 들이대고 있는 시위진압군에게 꽃 한 송이를 내밀고 있는 소녀가 보여주는 평화의 힘, 아치형 다리 밑에서 키스하고 있는 퐁데자르의 연인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순간성과 영원성,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하는 다즐링 차의 원산지 인도 다즐링 지역의 운무 낀 풍경이 보여주는 차 향처럼 신비롭고 은은한 자연 등등 따뜻한 시선과 서정성 깃든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마크 리부의 렌즈에 담기면 빈민촌도, 시위와 혁명의 현장도, 아프카니스탄의 삭막한 사막까지도 사랑과 웃음, 위트가 깃들게 됩니다. 우리도 그런 렌즈 하나쯤 눈에 가지고 있으면 행복할 거 같아요. 숨가쁜 디지털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성한 그의 흑백 사진을 보며 많은 위안을 얻게 됩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매그넘의 창시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브레송과 마크 리부 모두 비슷한 시기에 매그넘 회원으로 활동했고 마크 리부가 브레송에게서 사사 받았었다고 하니 두 사람을 비교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에펠탑 페인트공, 파리, 1953
난민수용소의 어린 아기엄마, 콜카타, 인도, 1971
퐁데자르의 연인, 파리, 1953
카이베르 고개, 아프가니스탄,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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