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공예 LIBRARY/미술- 이론·비평·컬럼·작가

국외전 단상-국제전시의 안과 밖/ 이원복

sosoart 2012. 10. 12. 17:29

 

국외전 단상(斷想) - 국제전시의 안과 밖

이원복

SPEACIAL(47)

국외전 단상(斷想) - 국제전시의 안과 밖

1972년 8월 25일 덕수궁 석조전에 있던 국립박물관이 경복궁 안에 신축한 건물로 옮겨와 국립중앙박물관이란 새로운 명칭으로 재개관 했다. 외형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 법주사 팔상전, 금산사 미륵전, 화엄사 각황전 등 우리나라 전통건축을 원용하고 있다. 이 건물로 옮긴 이듬해 봄엔 대규모 기획전인 ‘한국미술 2천년전’(1973.4.17.-6.17)이 열렸다. 우리 문화재를 주제로 오늘날까지 국내에서 열린 특별전 중 규모와 질 두 측면에서 이를 능가하는 것은 아직 없다. 이기백(李基白, 1924-2004) 교수의 말씀을 듣고 이 전시를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대학교 도서관마저 문 닫은 때면 자주 찾게 되었고, 한국미술사를 공부하는 박물관인(博物館人)으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이 전시는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당시 중앙홀에 큰 불화(佛畵)를 줄에 걸쳐 빨래 널 듯 전시한 것이 눈에 선하다.


3년도 못되어 특별전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한국미술 5천년전’(1976.8.10-9.12)이 열렸다. 1975년 11월 실시된 공채를 통해 1976년 4월 15일 경복궁 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화창한 봄날 학예연구사로 박물관에 들어와 열린 첫 번째 대규모 전시였다. 진열장 밖의 관람자가 아닌 이 전시에 막내로 참여했으니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 아닌 ‘내 손바닥 안의 부처님’과 통하는 감동을 넘어 감격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이 전시는 1957년부터 1959년까지 미국 8개 도시를, 1961년부터 1963년까지 유럽 5개국을 순회한 이후 세 번째의 대규모 국외전시로 일본의 교토(1976.2.24-4.18)를 시작으로 후쿠오카 그리고 일본의 수도인 도쿄 등 세 고도(古都)를 순회하고 돌아와 한여름에 열린 귀국전시이다.
일본에서의 뜨거운 반응 등 성황(盛況)은 당시 국내 일간지에 크게 빈번히 소개되곤 했다. 그러나 이 전시를 열게 된 이유가 1965년 한·일 수교 10주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은 훨씬 시간이 지나서였다. 같은 제목으로 1979년 봄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관(1979.51-9.30)을 시작으로 미국 8개 도시에서 순회전이 열렸다. 또한 이 전시는 일부 교체가 불가피했고 265건으로 규모가 좀 줄었으나 미국 시카고·보스톤·클리블랜드까지 3곳의 순회전시에 대학시절 고고학과 미술사 강의를 들었으며 훗날 국립중앙박물관 제5대, 6대 관장을 역임한 한병삼(韓炳三,1933-2011), 정양모 선생을 모시고 반년 가까이 미국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슷한 규모로 선사시대부터 19세기 말에 걸친 일본 문화재가 우리나라에서 선보인 것은 26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주최 기념전인 ‘일본미술명품전’(2002.5.14.-7.14)이다. 당시 상호 교환전시로, 일본에선 ‘한국의 명보전’이 오사카와 도쿄 두 곳에서 순회로 열렸다. 전시에 출품된 일본미술품은 60%가 지정문화재들로 그야말로 일본 미술의 정수(精髓)로, ‘가장 일본적인’ 글자 그대로 명품(名品)들이나 이 전시를 찾는 관람객이 의외로 저조한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잘 차린 잔치상을 거부하며 되 물린 상황이라고나 할까. 우리들의 일본에 관한 인식 그 자체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본에 건네 준 것만 기억하지 어떻게 일본적으로 변모했는지, 그리고 그들 문화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나 알려는 의지가 희미했다. 한편 이 건물은 1993년 2월 18일 국립민속박물관이 이전개관 해 현재에 이른다. 구 조선총독부 건물 내부를 고쳐 국립중앙박물관이 1986년 8월 22일 재개관하기까지 불과 15년도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큐슈국립박물관의 요청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일본출장을 다녀왔다. 큐슈와 나라국립박물관에서 2014년 개최 예정인 ‘대백제(大百濟)’에 관한 사항으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학술조사는 힘들더라도 기쁜 마음이 앞서나 전시의 관리관으로 나갈 때는 늘 긴장 된다. ‘고려불화대전’(2010.10.12 -11.21)같은 타국의 유물대여 교섭차 간 경우 또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일본 국보 제1호인 고류지 소장 <보살반가상(菩薩半跏像)>이며 <칠지도(七支刀)> 등 일본 내 백제계 유물 다량이 함께 전시될 이 전시는 교섭절차가 남아 있으나 일본에서 잘 열린 이듬해 한·일 양국의 출품작 모두가 포함된 귀국전(歸國展)을 떠올려본다. 이 전시가 우리나라에서 열릴 2015년은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출처: 김달진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