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냥...... /장근배
우리가 산길을 오를 때
낮은 양지에서 수줍게 피어난 구절초가 엎드려 고개숙이고,
온 밤을 하늘에서 지샌 보름달이 서쪽으로 기울어 아침 이슬을 마실 때
타래난이 붉은 입술을 배배꼬며 기둥을 돌다
더디게 키를 키우는 것도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별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속삭이는 것도 까닭이 있기 때문이고
강물이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것도 사연이 있기 때문이며
선운사 뒤뜰 동백꽃이
꽃다운 봄날 핏빛으로 자진하는 것도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살다 죽었느냐고,
왜 그렇게 피는 거냐고,
왜 그렇게 반짝거리는 거냐고 묻지 마라.
우리도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 살다가 그냥 그렇게 그들처럼 죽는 것이다
그냥, 그냥, 그냥이란 말처럼 달콤하고 아늑한 말이 어디있겠는가.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淸曉 趙書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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