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홍도 일숙/ 복효근

sosoart 2013. 11. 23. 22:45

홍도 일숙

 

 

복효근

 

 

 

먼 서해남단

홍도에는 *빠돌 해변이란 곳이 있지

애초에 뾰족뾰족 날카롭던 빠돌

바닷가 그 돌들은

밤새워서 옆엣놈들과 한 바탕 씨름도 하고

꼭 홍도초등하교 코흘리개 녀석들이 그랬듯이

치어박기도 하면서

더러는 징징 울기도 하면서

말다툼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면서

제 모난 데를 자꾸만 깎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대견스러워

저 태평양을 돌아온 물결들도

깎여나간 빠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었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먼 영원을 두고

빠돌들은 하늘의 별들처럼

둥글어져만 가서 마침내는

스스로 별이 되어 빛나게 되는 것이다

홍도에서 일숙一宿

선착장 빠돌 해변 그 돌들의 비밀을 지켜보면서

이 세상 참된 사랑과

참된 싸움의 뜻을 생각하자니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다

 

 

*남해안의 다른 해변에서는 그 매끌매끌 둥근 돌들을 몽돌이라 부르지만

홍도에서는 빠돌이라 불렀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淸曉 趙書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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