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일숙
복효근
먼 서해남단
홍도에는 *빠돌 해변이란 곳이 있지
애초에 뾰족뾰족 날카롭던 빠돌
바닷가 그 돌들은
밤새워서 옆엣놈들과 한 바탕 씨름도 하고
꼭 홍도초등하교 코흘리개 녀석들이 그랬듯이
치어박기도 하면서
더러는 징징 울기도 하면서
말다툼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면서
제 모난 데를 자꾸만 깎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대견스러워
저 태평양을 돌아온 물결들도
깎여나간 빠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었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먼 영원을 두고
빠돌들은 하늘의 별들처럼
둥글어져만 가서 마침내는
스스로 별이 되어 빛나게 되는 것이다
홍도에서 일숙一宿
선착장 빠돌 해변 그 돌들의 비밀을 지켜보면서
이 세상 참된 사랑과
참된 싸움의 뜻을 생각하자니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다
*남해안의 다른 해변에서는 그 매끌매끌 둥근 돌들을 몽돌이라 부르지만
홍도에서는 빠돌이라 불렀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淸曉 趙書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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