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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점의 자료 -(28)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잡지는 "미술과 공예"다/ 박암종

sosoart 2014. 12. 8. 22:31

이 한점의 자료 

 

(28)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잡지는 『미술과 공예』다

박암종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잡지는 1921년 10월에 발행한『서화협회보』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잡지는 1917년 4월에 발행된『미술과 공예』다. 이 잡지의 창간호는 현재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근현대디자인박물관 2층 상설전시장 제2관에 전시되어 있어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좌) 책 표지(The art and craft)

『 미술과 공예』는 동양미술협회에서 1917년 4월 발행되었으며, 당시 동양미술협회 이사장이었던 야마구치 세이(山口精)의 주도 아래 삼국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한국의 미술품과 공예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정리한 잡지다. 야마구치 세이는‘경성문고(京城文庫, 1908-1919)’의 주임으로 총독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주요 간행물을 발행 및 수집 기증받았으며, 1911년에는『조선산업지』를 편저하기도 했다. 경성문고는 야마구치 세이가 경성 수동(壽洞) 남대문통에 있던 일본인 상공회의소에 자비로 마련한 도서관이다.

근현대디자인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미술과 공예』는 이전에 경성도서관(京城圖書館, 현 종로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책이었다. 경성도서관은 1920년 11월 5일에 윤익선이 세운 한국인 소유의 최초의 사립공공도서관이다. 야마구치 세이가 운영했던 경성문고의 장서 및 지역 유지들이 기부한 도서 등으로 11월 27일에 정식으로 개관하였다.『미술과 공예』는 경성문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1920년 경성도서관으로 기부된 것으로 판단된다.

잡지의 내용은 삼국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대략적인 미술품과 공예품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적 설명과 미술적 가치에 대해서 나름 구분하여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목차는 크게 사진, 잡록, 서화골동, 회원의 소리, 공예안내로 이루어져 있다. 발행 호수가 표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잡지의 목차에는‘미술 및 공예 제1권제1호’라는 글귀가 나온다. 이는 근현대디자인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미술과 공예』가 창간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장에는 당시 조선총독부 2대 총독이었던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 1850-1924) 백작의 글과 1대 정무총감이었던 야마가타 이사부로(山縣伊三廊, 1858-1927) 그림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금동아미타여래, 조선 중기의 화가인 김명국의 관폭지도, 청자향로, 이왕가박물관 본관 사진이 실려 있다. 잡록 장에는 동양미술협회이사장 야마구치 세이의 발간사와 저명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진다. 발간사의 내용을 보면 당시 세계사적인 흐름 속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고, 이어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실용성이 문화의 중심에 서게 되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순수미술과 공예미술이 서로 연계성을 갖고 발전해야 하며, 이 책이 정신적으로 인생의 편익이나 사회문화의 흐름 등에 직접적인 효과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미술과 공예』가 어떤 목적으로 발행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축사 부분에서는 당시 추밀고문관이었던 쿠키 류우이치(九鬼隆一, 1850-1931)를 비롯해서 귀족원의원, 사법부장관, 이왕직차관, 농학박사, 경성일보사장, 토지조사국조사과장, 총독부박물관협의원 등 요직의 인물들이 잡지 발행에 대한 축사가 실려있다. 이는『미술과 공예』가 단순히 미술공예품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는 잡지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일개 잡지 발행 축사에 당대의 권력 핵심인물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발행처인 동양미술협회와 발행자인 야마구치 세이의 위치가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우) 금동아미타여래(gilt bronze Amitabha Buddha:이왕가박물관 소장)


서지사항
대정6년(1917년) 4월 05일 인쇄
대정6년(1917년) 4월 10일 발행
편집/발행장소 야마구치 세이(조선 경성 남미창정 10번지)
인쇄소 대화상회인쇄소(조선 경성 관수동 135번지)
발행소 동양미술협회(조선 경성 남미창정 10번지) 전화 1967번


- 박암종(1956- ) 홍익대 미술대학 학사 및 석사 졸, 박사과정 수료. 세계평화교수협의회 미술장 및 아트디렉터 역임. 월간 광장 미술부장 및 월간 디자인 객원편집장, 편집위원 역임. (사)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제9대 회장 역임. 현 근현대디자인박물관 관장 및 선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디자인생각』(2010, 안그라픽스),『간판역사 100년』(2012, 모디움).

 

출처: 김달진 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