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소니골통신-143: 삶이 힘들어질때 잠시........- 좀 쉬세요/ 백창우

sosoart 2015. 7. 15. 20:44


졸작: 소니골 이야기, oil painting, wood panel에 부조, 50x60cm




좀 쉬세요


                     백창우


쉬고 싶은 만큼 쉬다 가세요
사는 게 힘들지요 

뭐 좀 해볼려고 해도 잘 되질 않고
자꾸 마음만 상하지요 

모두 일 다 미뤄두고 여기 와서 좀 쉬세요

읽고 싶던 책도 맘껏 읽고
듣고 싶던 음악도 맘껏 듣고
어둑해지면 나랑 같이
술이나 한잔 해요 

시계도 없고 달력도 없고
전화도 없고 텔레비젼도 없고
여긴 없는 게 많아서
그런대로 지낼만할 거예요 

아무 때나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것 하나만 해도
쉬는 값은 하지 않겠어요 

좀 쉬세요, 그러다 고장나요
한두 해 살다 그만둘 게 아니라면
이따금 세상에서 한발짝 물러나
숨을 좀 돌릴 필요가 있지요


 

백창우  시인, 작곡가


백창우 


출생1960년
작곡가·시인·가수·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1980년 가수 강영숙의 '사랑'을 작사, 작곡하면서 데뷔했다.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김광석의 '부치지 못한 편지', 윤설하의 '벙어리 바이올린' 등을 작사, 작곡했다. 1980년대 노래 동아리 '노래마을'을 이끌었다.
2장의 독집 음반과 4권의 시집, 8장의 작곡음반을 냈다. 

시집
“겨울편지” 1994,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1994,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1996,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2” 1999. 등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모든 살아가는 일들이 잘 풀릴 때보다 안 풀릴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남자로 살다보면 가정과 가족을 모두 등에 업고 때로는 언덕과 험난한 산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무릎의 관절이 닳고 닳아도 무거운 짐을 지고 내리막길을 풀린 다리로 지쳐 내려갈 때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든가, 어느덧 삶에 찌들어 다리가 부실해져서 내리막길에서 굴러떨어져 주저앉기라도 한다면 내 등에 업힌 누구와도 바꿀 수없는 소중한 내 가정과 가족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면 그럴 때의 그 공포는 최악의 어느 상황보다도 상상하기가 싫을 것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아무리 잘 나갈 때에도 또 아무리 힘들 때일지라도, 그럴수록 잠시 한 박자 쉬어 숨을 고르고 가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지금 이것을 하지 않으면 당장 무슨 사단이 날 것처럼 살아가고 살아온 인생이 아니었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를 아니 한 달을, 더 길게 보면 일 년이나 몇 년을 쉬었다 왔던들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하고 후회를 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이미 지나간 다시는 못 올 시간들인데........


잠시 잘못된 판단으로 너무 조급하게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빨리 빨리”라는 생활에 젖어 그만 내 인생의 큰 기회를 잃고 손해를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것들이 탄탄한 정신력과 경제력등 모든 여건이 뒷받침이 된다면 “한 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고 치부하며 허허! 하고 넘길 수 있지만, 대부분 절박하거나 여유롭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짧지 않은 인생에서 재기할 수 없는 구렁으로 빠지게 마련이지요.   

 

지나온 세월 돌이켜보면 백창우의 시처럼 근시안적인 시선과 판단으로 인생을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는 잠시 쉬었다가자는 여유는 남의 일이나 별세계의 일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어렵고 힘들수록 잠시 쉬었다 가는 용기를 가져야 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란 지나고 보면 왔던 길이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보이지만 누구나 안보이게 마련이라고 애써 합리화하고 위로하지 않을 현명함이 필요하단 것을 깨닫게 되는 이 나이에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는 많은 젊은이들과 또 이 시대의 힘든 가장과 고난을 겪는 이들께 “큰 주먹을 뻗기 위해 팔을 뒤로 움추려라” “도약을 위한 뒷 걸음” 등의 진리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저와 같은 후회하는 삶이 되지 말라는 뜻에서 말입니다.


작은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 인생의 너무나도 큰 것을 놓친다면 “이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니라 후회, 원망과 저주의 한”이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 주위엔 아무도 나를 쳐다봐 주지 않는 절대적인 외로움과 고통에 쩔어있을 때, 커다란 용기를 내어 잠시 괴나리봇짐 하나 싸들고 나를 찾아 여행을 해보는 것도 그것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긴 사람이란 남녀를 불문하고 부부싸움을 하고난 후 잠시라도 집을 나오려해도 막상 어디 아무데고 갈 곳이 없어 문 밖을 나갔다가 초라하게 다시 돌아오는 경우를 한 번쯤은 겪어 봤을 것입니다.

그럴 때의 외로움과 나 자신이 우주 공간의 한 복판에 버려진 것 같은 허허로움은 “내가 삶을 잘 못 살아왔구나.....”하는 자조섞인 확인을 느끼게 됩니다.

친구, 지인, 친척 누구에게도 갈 수 없고 털어놓을 수 없는 외로움과 절망감은 자신을 더욱 작게 만들지만,  살아가면서 너무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에는 잠시 모든 것을 버리고 잠시 쉬어보는 거지요.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라 해도 좋고.......

그러나 그 어려운 도피의 시간이 나에게 다시 한 번 추스릴 시간과 마음가짐을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길인 것을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시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니 이 인생이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해를 거듭할수록 차곡차곡 알게 되는 허망함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경제적인 이유라든지 정신적인 이유라든지 인간관계에서 기인된 이유라든지 내 인생에서 아주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면, 잠시 벗어나서 쉬어보는 겁니다.


그렇게라도 해보면 새로운 생활의 가느다란 희망의 빛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쉰다는 것이 단지 “모든 것을 잊는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쉰다”란 의미가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해본다” “모든 욕심에서 한 발 뒤로 하고 무욕의 평안한 마음을 갖는다”
“妄念不生爲禪망념불생위선-허튼잡념이 일지않게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고르는 것이 곧 선이 아닌가...?”하는 이런 마음으로 잠시 마음의 고요 속으로 침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인생은 영원할 수 없고 우리가 살다가는 것은 한 찰나에 불과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
성공한 삶이든 실패했다고 하는 삶이든 그저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다면 자학적인 후회는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인생은 항상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조병화 시인의 말처럼 헤어지는 절차와 방법 그리고 말을 항상 준비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 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 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 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 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