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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골통신-142: 사랑에 관한 그 시詩 - 문득/ 정호승

sosoart 2015. 7. 8. 19:24

 

 

 

문득

                     정호승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 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정호승

 

출생 195013

학력 1976년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졸

1985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졸, 석사

경력 2000년 현대문학북스 대표

수상 2000년 제12회 정지용문학상

2001년 제11회 편운문학상 본상

2002년 제15회 경희문학상

2006년 제9회 가톨릭문학상

2011년 제19회 공초문학상

 

출처: Daum 

 

간결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픈 마음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던 간에 지금은 계속된 만남이 아닌 것 같지만 그녀가 문득, 아니 항상 그리웠지만 득 문득 시도 때도 없이 그리운 그녀에게 성산포 앞 바다에서 같이 걷던 그 여운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항상 한 구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리움에 진저리쳐지는 그러한 사랑을 거의 누구나 다 경험을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던가, 아니면 영원히 미진한 과제 그때 내가 좀 더 열정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나갔더라면 이루어지는 사랑이 아니었을까...?하는 마음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아예 기억하고 싶지 않은 배신감이나 더러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사랑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라서 그런지, 아무리 순수한 아가페적 사랑이던 대단히 정열적인 불같은 에로스와 같은 사랑이라 할지라도 3년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하지요?

 

그것이 이루어진 사랑이던 이루어지지 못하고 살아가면서 늘 혹은 때때로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랑이었던 그 추억은 살아가면서 아련한 그리움으로 내 곁에 남아 기억의 창고에 보관하고 버리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90십을 넘은 어느 노철학자(老哲學 者)도 그런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사랑을 하고 싶다......

 

이제 나이 들어보니 사람은 늙었다고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런 희망도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느 어머니가 자식들에겐 항상 생선살을 발라주면서 자기는 생선 뼈다귀에 붙은 아주 작은 살점만을 먹는다고,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는 생선살보다는 생선뼈 발라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듯이, 젊은 사람들이나 아직 늙지 않은 청장년들도 늙으면 죽어야지.....!”, “늙은이들이 무슨 희망이 필요한가.....?”, “늙은이 주제에.....”, “저 늙은이들 때문에 지하철 자리도 빼앗기고, 공짜로 지하철 타고 하릴없이 다니니 젊은 우리에게 부담만 되는 쓸데 없는 존재들.....”, “차를 운전할 때에도 무작정 위험하게 끼어들어 뭐라고 하면 늙은 사람이 양보를 해야지!’ 하며 모욕감을 주며 달아나는 천하 불학무식한 호로 자식들이 태반인 지금 세상에 늙은이가 사랑을 하고 싶다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생각을 해보면 사랑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희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사랑이란 것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제주의 성산포를 가든 지리산의 둘레길을 걷든 며칠간의 둘레길 코스를 완주하기 위하여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면서 우연히 만나는 여러 계층의 여행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세대간의 생각하는 바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그리고 서로를 존중한다면 그 또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사랑의 의미와 형태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고 서로 다를 수 있다고도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다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많이 안타깝고 아픈 것이 인생살이와도 같지 않겠습니까?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자존감을 버리고 비굴해지고 애원하고 자신을 버려두고 사랑을 애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요.

 

사랑은 곧 아픔이며 포기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사랑이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지만 그 아픔을 겪는 이들을 보면 그 마음이 처절해지도록 공감이 가기도 하지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에도 사랑에 관한 많은 시가 있지요.

아래의 시는 서정적이고 아름답다기 보다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아픔을 절제하고 무욕과 무념으로 승화시키려는 슬픈 노력이 마음의 저 밑 깊은 곳을 아프게도 합니다.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허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정호승 시인의 시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연작시 유관순에서 사용한 시어(詩語)가 적절치 않아 유관순열사의 유족과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지요.

 

사람이란 인생을 살다보면 몇 번이나 실수를 하게 마련입니다. 사람이 곧 신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란 삶에서 다반사로 겪는 일이지만 한 번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 것이 또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정호승 시인이 그러한 일을 겪음으로서 다시 새로운 사랑받는 시인으로 거듭 태어난다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호승 "유관순 순국정신 훼손" 35년 만에 사과- "시에 쓰면 안 될 낱말 사용"

 

출처: 20130713() 중앙일보. 김효은 기자

 

 

시인 정호승(63·사진)씨가 연작시 柳寬順(유관순)’에서 유관순 열사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며

12일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9편으로 이뤄진 연작시는 1979년 발표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 실렸다.

정 시인은 시행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특정 낱말 (그리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창녀, 문둥이)을 사용함으로써 35년 동안이나 유관순 열사의 고귀한 명예를 욕되게 하고 애국애족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어 순국선열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대한민국 시인으로서 석고대죄하며 참회하고 사죄 드려야 마땅한 일이라고 밝혔다.

 

사과문은 유관순 열사 유족들의 요구로 게재됐다.

유족들은 올 5월 한국시인협회가 발간한 사람-시로 읽는 한국근대인물사(민음사)에 연작시가 다시 실리면서 이 시의 존재를 알게 됐다.

유족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30여 년 동안 시가 인터넷 등에 돌아다니는 것을 전혀 몰랐다.

열사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모독이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5월 정 시인에게 일간지와 광복회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와 있는 시를 삭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한국시인협회엔 시집을 폐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시집 사람은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정치인·경제인 등을 미화하는 내용의 시를 포함했다는

논란을 빚으며 출간 즉시 전량 회수됐었다.

 

다음은 정호승의 문제가 되었던 시 유관순입니다.

 

 

柳寬順(유관순)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는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

 

그리움에 눈감고 쓰러진 뒤에

낫 들고 봄밤만 기다리다가

 

날 저문 백성들 강가에 나가

칼로 불을 베면서 함께 울며 간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기다림의 피

쫓기는 속치마에 뿌려놓고 그리워 간다

 

그리운 미친년 기어이 간다

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맞추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