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놈이 詩를 쓴다
박상문
술을 먹으면 詩가 나온다
新春文藝 등단한지 40년 된
고등학생 때
치기어린 마음으로
폭넓은 인생경험을 한다며
사창가에도 가보고
어린놈이 꼴 같지 않게 별난 짓거리를 해대던
詩人이 된 내 친구가 보면
"개나, 소나 다 詩를 쓰고....."
"더구나 학교수업 빼먹고 담치기나 하던
너 같은 놈이 詩를 쓴다“고
“나는 가야겄다”라고
대갈일성 입에 게거품을 물고
지껄이겠지.
그런데 이놈아
이 詩人놈아!
詩란 것이 무엇이냐?
너는 진정 詩란 것이, 무엇인줄을 알고
詩라는 것을 쓰고 있단 말이냐?
나는 네 놈이 나에게
꼴 값, 六甲을 떤다고
얘기를 한다 해도,
또, 네 앞에 둔,
잔에 있는 말간 물이
술이라며
너는 “술을 마신다” 하지만,
나는 “술을 먹는다” 이놈아!
네 말처럼
지금은 개나, 소나,
돈이 조금 있으면,
또 젊은 신출내기 월급쟁이 보다 많은
공무원이나 교원, 군인 연금이나 타는
적지 않은 희떠운 인사들도
여분의 돈이, 아주 쬐끔 있어도
詩人이 되고자, 作家가 되고자
수필도 쓰고 詩도 쓰더라마는
그런데, 글이란 것이
추천이다, 제자다,
나의 무엇이다 하며
地緣, 學緣, 人緣,
어쩌구....... 하며
돈이 있는 사람만 쓰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냥 끼리끼리,
패거리 끼리, 희희덕 거리며
놀다가, 또 서로 웃다가, 욕하며
아니면 배짱이 서로 맞는다며
이 차 라든지, 노래방에서 라든지
아니면 密室에서 더욱
詩다운, 수필다운
글 얘기를 한다며 눈이 맞아
밤을 지새우며 논다고
네가 얘기하지 않았더냐?
이젠 너도
모두를 버리는 것이
그리 아깝지 만은 않을 거다.
그냥 버리면
모두를 얻는다는 것이
나의 詩이며, 나의 肉聲이란 것을
너에게 얘기하며,
이제는 서로를 인정하며
손을 잡자.
악수를 하자.
우리 서로 친구끼리
가식의 언저리를
기웃거리지는 말자는 말이다
그러나 손끝만 살짝 잡는
시건방진 짓거리는 하지마라.
그러면 네 놈은 나에게
손목이 부러져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하찮은 놈들
손잡을 나는 아니지만,
세상은 또 그런 놈들 혼내주라고
내 등을 떠민다 할지라도,
이제 나도 나이 六十,
“육실 할....”이 아닌, 육십을 넘어
고갯마루에 앉아
몇 년을 끊었던
담배 한 대 물고
저 산골짝 자락 위로
허전한 시선視線 던지며
나를 버리고 있다.
더러운 인사들
눈길 섞지 않으려........
내 손, 내 마음에
"겨"도 "똥"도 묻히지 않고
그냥 가련다.
주접의 흔적을 망각하며,
그냥 부처처럼
흔적 없이,
산비탈 자락에서
나무를 다듬으며
나를 버리고,
찾고, 또 버리고
그러다 보면
나는 마음 오롯한 부자가 된다.
그냥 그 뿐이다.
"이게 다"이다.
한 10여 년 전 산 밑 허름한 저의 우거에 찾아온 한 이름 모를 시인이 머물다 그리 두껍지 않은 시집을 주고 간 적이 있습니다.
공직에서 한 길을 오랫동안 종사하며 웬만한 이들이 오를 만큼의 직위에 올라 소위 아랫사람들이나 간부직 동료들에게도 나름대로 일로서나 품성으로서도 많은 지지를 받던 이였는데, 김대중 정권이 집권한 후 기관의 장이 자질과 자격도 기준미달인 자로 경질되어 낙하산으로 내려와 목불인견의 행태를 보이면서 노는 꼴이 가관이었는데,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이란 미명하에 저희들 사람으로 대거 교체, 승진시키며 나이 든 평직원은 물론 저희 패거리가 아닌 다른 간부직들을 내보내는 일이 정당함으로 포장되어 자행되던 때가 있었는데.
성정이 곧은 이 양반은 분연히 사표를 내던졌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이는 전문직으로서 전문가로서 그 기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어서 1년 동안 사표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기 뜻대로 사표를 던지고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로 귀촌을 했다합니다.
자신은 물론 심사숙고하고 나름대로의 퇴직 후 인생2막의 전략을 빈틈없이 세우고 실행을 한다 했지만, 역시 책상물림들의 돈은 이미 자기 돈이 아니고 남의 수중에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아주 많은 돈을 주고 수업료를 낸 결과가 되었다 합니다.
재직 시 곧은 성정으로 흔히들 직위와 직책을 이용한 뒷거래가 없었기에 남들은 그 정도의 경력과 지위라면 두둑이 뒷돈을 챙기고 부를 쌓고 노후대책을 마련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퇴직금과 30여 년간 알뜰한 부인이 모아놓은 돈의 상당부분을 수업료로 갖다 바쳤다고 합니다.
지나고 보면 그 수업료를 그냥 앉아서 편하게 써도 5~6년은 거뜬히 버틸 수도 있고 간간히 해외여행도 즐길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 일이지만 그 돈을 그 당시 강남의 30평대 아파트 2채만 샀어도 지금은 수억의 돈이 수십억이 될 돈이었는데, 자신의 말대로 “자기 앞으로 돈이 떨어질 것 같으면, 돈을 이리 저리 마치 일부러 피해가며 살아온 인생”같다고 합니다.
역시 돈이고 뭐고 모든 것은 그 것을 열심히 추구하는 사람에게 붙는가 봅니다.
그렇게 인생공부를 다시 하고 많은 고난으로 막연히 세상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역시 배움과 성품이 그래도 엘리트라 하던 지난날까지 지켜온 자존감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지금은 마음이 부처가 되어 모든 욕심을 버리고 그저 나물먹고 물 마시는 옛날의 군자들 생활로 돌아가 돈은 없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시골에서 부부가 자신들이 자급자족할 정도의 푸성귀도 가꾸고 젊은 날에 생활에 매어 제대로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인은 젊은 날, 외국어 전공을 하여 번역의 일을 하였었지만 지금은 빈한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워 사군자도 치고 붓글씨와 다도를 즐기며 시골생활에 적응한 지가 벌써 10여년이 넘었고,
본인 자신은 젊은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못 다한 그림 그리기와 시작詩作과 창작생활을 하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승화시키며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합니다.
“어쩌면 이다지도 내 인생의 데자뷰(deja vu) 일까?”
그를 처음 마주 대하면서 그에게서 풍기는 맑음과 아우라(Aura)가 거리감 보다는 아주 오랜 친구를 보는 것처럼 친근감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와 아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그와는 비슷한 연배로서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시대적으로 많은 공감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습니다.
담근 지 몇 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껴오던 가시오가피, 산더덕 술을 거나하게 나누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맹자의 말씀에 盡其心者知基性也 진기심자지기성야
곧, 마음을 다하면 본성을 안다.
“마음을 다하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부끄럽고 꺼리는 마음을, 나보다 남을 앞세우는 마음을,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는 마음을 즉 仁義禮智인의예지를 지극히 한다면 그것이 진기심이며 知基性지기성, 내 마음이 선을 향해 모두를 다하고 있나?”
이러한 마음으로 사나이 대 사나이의 마음으로 의기투합하는 시간을 가졌던 날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소식을 나누며 서로를 보태가고 있습니다.
그의 위와 같은 시 “술 취한 놈이 시를 쓴다”는 정말 솔직한 표현으로 어쩌면 지금은 나이 들어 아웃사이더로 세상을 풍자하며, 자기를 돌아보는 자기성찰이며 욕심을 버리고 나를 찾는 구도의 길을 가는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지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는 것 같아 국민들의 마음이 아주 심난 합니다.
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원만하게 수습하여야 할 책임자와 그 공무원들 참 한심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뭔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패거리정치를 하던 그 X뭐라 하던 자와 잔당들이나 뭐 다를게 없습니다 그려.
자고로 “성군이란 백성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 했는데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天知 地知 予知 我知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
지도자는 사람을 잘 골라 써야 하고, 책임을 맡은 사람은 사리분별이 밝고 의로운 일을 추진력있게 정의롭게 행하는 자라야 합니다.
이 나라의 지도자나 장관들, 국회의원, 판사 그리고 나라의 정책을 집행하는 각급 공무원들 제발 정신을 가다듬고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국민이 지지하는 지도자나 공무원이라면 무언들 무섭고 무언들 안 되겠습니까?
하늘도 우중충, 우울한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부디 메르스 조심들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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