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설악산 한계령에 올라.....
동락재통신- Prologue 2003. 5. 21
"우리 전원카페"의 주인님, 그리고 회원님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저는 지난 1월말 경 가입한 별명이 동락재란 사람입니다.
실은 제가 공직에서 퇴직한지 3년여 되었고 퇴직을 하자마자 서울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춘천과 홍천으로 거처를 정하여, 춘천에서는 중간 기착지로서 잠깐 생활의 방편을 구실로 책상물림의 아내가 장사의 "장"자도 모르면서 유명 유아용품 전문매장을 인수하여 창업을 하였고,
이 어리석은 소생은 퇴직 후 짧은 시간동안, 이런저런 일을 저질러 뭇 포식자들의 먹이감 노릇을 하다가 과감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버리면서 소도시인 춘천엔 아내를 남겨놓고 상처 투성이인채로 홍천의 한 사자락에 귀촌을 요량하고 한촌의 농가를 리모델링해서 "동락재同樂齋"라 이름하고 우거에 기거하면서 앞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산촌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은 그림을 그리며 또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은 목공예의 작업을 흉내내며 살아 오다가, 지난해에 이몸이 그래도 써먹을 데가 있다고 일을 도와달라는 청이 있어 거절치 않고, 한 7개월간 다시 도시에서 정형화된 조직생활을 하다가, 못돼먹은 성품을 이기지 못하여 이사장이란 인사와 심한 경영상의 의견차이로 그만 또 때려치우고 나와, 다시 홍천의 동락재로 귀거래歸居來를 하였습니다.
긴 세월 봉직했던 철밥통 같은 전문직을 때려치우고 나올 때에도 위촉연구직으로 근무해달라는 요청을 뿌리쳤던 인사가 퇴직 후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에게 돈도 마음도 크게 잃어 상처를 받고 사람 꼴이 말이 아니었었고, 또한 홀로 상업전선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아내에게 미안하여 웬만하면 다시 들어간 직장에서 65세 정년까지 보래려 했지만 이 잘난 심성 -남들은 의리있고 정의로운 불같은 성정이라 치켜 세우지만- 을 제어하지 못하고 또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려.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서 애를 쓰는 그러한 퇴직 후의 직장엘 말입니다.
어쨌던, 그건 그렇고 홍천의 산촌생활은 말이 전원생활이지 외로움과 고적함과의 소리없는 격렬한 싸움은 견디기가 힘들었지요. 세상물정 모르고 그 좋다는 전문직.... 30년 오로지 한길을 달리던 직장을 버리고 나온 자괴감이 더욱 본인을 작고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나같은 철부지 책상물림들이 서울을, 또는 대도시의 터전을 버리고 전원생활이나 산촌생활 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지요.
해서 바위처럼 누르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고자 취미도 살리고 장차 입에 풀칠을 할만한 최소한의 양식을 꾸려갈 수 있는 조그마한 수입원으로의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강원대 평생교육원의 도예과정에 입학을 하려다가, 우연한 기회에 목공예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되어 지금은 서울의 집에서 홀로 대학을 다니는 딸과 같이 생활하며 늙은학생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홍천의 우거 동락재에 머물면서 이 전원카페를 접하게 되었고, 나무식재에 관한 문의도 드렸다가 명쾌한 대답도 듣고.......
산촌생활을 하고 있는 저에게는 아주 값있고 귀한 정보여서 나름대로 고맙게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사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카페에 많이 참여도 하고 싶었지만, 학교의 입학관계로 바쁘다보니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겨우 조금 시간이 보여 잠깐씩이나마 자주 들를까 합니다.
전원이나 시골에 살면서 일어나는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지혜와 정보를 나누고 싶어하던 차였는데, 마침 이런 좋은 카페를 발견하게 되어 "이렇게 유익한 카페라면 그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것 자체고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이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시건방지게도 제가 홍천의 변두리에 살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이야기, 그리고 우리네 서민들의 평범한 산촌일기와도 같은 이야기를 <동락재통신>이라 이름하여 제가 가입한 공예카페에 연재하던 것이지만, 신참으로서의 제 소개를 대신하여 감히 올려보려 하오니, 카페의 주인님과 여러 회원님께서 너그러이 양해하고 내치지 않는다면 더없는 고마움으로 여기고 더욱 더 진솔한 산촌사는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싶은 것이 저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이야기의 연관성과 계속성을 위해, 이미 다른 곳에 올렸던 이야기라도 욕하지 마시고 혜량하여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기실 이러한 한존에서는 도시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아주 적막하고 고독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지지 않겠습니까?
어쩌다가 벗이나 친지들이 오면 그저 반가운 마음에 그동안 말친구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어 중늙은이의 수다를 떨게 됨은, 남자의 수다를 싫어하는 저도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이렇게 살다보면 어떤 날은 하루에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할 수 밖에요....
지금은 수업관계로 주말(금요일 저녁)에야 딸 홀로 두고 서울을 출발하여 춘천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내에게 들렸다가 함께 홍천으로 돌아가 월요일 새벽에는 다시 수업을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퇴직후, 서너집 살림을 하다보니 많이 벌어도 시원찮은데 길에다 뿌리는 돈이 적지가 않습니다.
요즈음 주말에는 홍천에서 채소며 꽃씨며 파종하느라 바쁘기도 합니다.
홍천에서의 생활은 차츰 이야기 하기로 하지요.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저와 시골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 홍천지방으로 귀촌을 계획하고 있는데 궁금한 점이 있는 분은 연락 주시면 제가 아는 한 모든 것을 그대로 가감없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귀촌, 귀농 또는 전원생활도 사전에 지나치다싶이 꼼꼼하게 조사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10이면 7~8이 실패하고 후회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신입인사를 드린 지도 오래되었고 하여, 다시금 신입인사에 대신하려고 합니다.
날마다 모두 좋은 날 되소서.
홍천 동락재에서 東山 드림
<댓글>
**窓 : "동락재 통신" 기대 할께요. 아직 몸은 도시에 있지만 마음은 하루에도 몇번씩 시골을 들락날락 하는 저라서 시골생활의 생생한 체험담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읽히지 않거든요. 동락재라는 이름도 참 정겹네요. 2003/05/21
우드맨: 동락재님, 홍천, 춘천이 다 그리운 이름이고 동락재님의 말씀 또한 너무도 보기 좋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03/05/21
뭘봐: 생생한 소식 많이 전해주세요~~~*^^* 기대 됩니다...두근두근..^^ 2003/05/21
yooki: ^^* 한적한 산촌 ...기대하고 기대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수다 많이 푸세요. 거울 보고 혼자 수다 떨면 관객이 한 분이잖아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2003/05/22
barnava: 기대 됩니다. 한번 뵙고 십네요. 2003/05/22
다정이아빠: 서로가 배워가며 사는게 또 세상사는 재미지예...........선배들의 경험이 우리에게 판단할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고예...........서로 더불어 힘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조켄네예.....늘 건강 하시길~ 2003/05/22
구름 나그네: 정말 멋진 신사같은 느낌 입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현실감 있는 소식 기대합니다 정말 그런걸 기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저는 손오공님이나 무영객님 등 각자의 개성있는 코너에 관심이 갑니다 2003/05/22
뽀식이: 참 좋은 생각이군요. 저도 산골로 내려온지 1년반이 넘었고 전주조식구가 된지도 한해가 지났는데 아직도 많은것이 부족하여 제대로 체험담을 못올리고 있어 송구스럽습니다. 전원생활이 재미는 있지만 무척 바쁘게 사는것 이더군요. 많은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나날되소서. 2003/05/22
ttorina: 고생끝, 행복시작 전주조 카페를 안 날 부터 그동안 고생많이 하셧습니다. 전주조회원이 1만명이 넘어섰습니다.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않될일이 없다고 봅니다. 홍천에서 번개 한번 하시죠? 200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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