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2: 목공예디자인 학교의 입학 면접을 보다

sosoart 2007. 3. 23. 21:54
 
 
 
 
 

 동락재의 발코니.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방문하면 둥그런 테이블 앞에서 숯불구이 잔치를 한다.

  

 

 꽃사과 나무의 그늘이 여름엔 시원하다.

 

 솟대(El condo pasa)- 자작나무 울타리의 낙엽송 기둥에서 막 비상하려는 듯 한 이 기러기는

"El condo pasa"라고 명명하였다.

 

 

 

<동락재 통신-2>     2003. 2. 24


사실은 지금까지 손자욱을 남기려고 한참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왼손 새끼

손가락이 누가 약속을 하자며 손가락을 걸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판의

어디를 건드렸는지 몰라도, 30여분간 작업을 한 것이 흔적도 없이 날라가

버려, 傲氣로 다시 글을 쓰고 있는데, 이 까마귀 대X리가 금방 쓴 글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 더 한심한 마음뿐 입니다.


성질이 나가지고, 공연히 밖에 나가 우리집 길동이(이 놈은 슈나우저와

 X개의 혼혈 잡종의 숫놈임)녀석 머리통 한대 갈기고 들어 왔습니다 그려.


오늘에사 <좋은글....  플래쉬방>에 들어가 보니 주인마님께서 올려놓으신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만, 좋은 그림을 배경으로 제가 올렸던 조병화님의

시가 올라가 있더군요.


잘 보았습니다. 애 쓰셨군요.


저는 오늘 목공예를 배우기 위해 지원한 00학교에 면접시험을 보러 갔다

왔습니다.


어제 딸 아이와 같이 서울에 올라갔다가, 오늘 오전에 면접을 보고 딸 아

이를 뒤로 한채 점심때쯤 동락재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많은데 배울 수 있겠느냐?"고 면접관이 질문을 하더군요.

아니 배우는것 하고 나이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요?


오히려 나이가 들은 만학도들이 더욱 열심히들 하는것 같더구만.


어쨌던 기분이 무척이나 "거시기" 했습니다.


나이 50 중반, 이제 겨우 인생의 허리 쯤에 올라와 안개가 조금은 걷힐듯,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아냐, 이런게 아닌가벼....!" 하고 아직도

콩인지 팥인지도 구분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에게 늙은이라고?


고연 못된 놈들 같으니라고..........


아무튼 기분이 팍 잡쳐서 왔습니다.


며칠 후에 발표라니, 그래도 기다려 봐야겠지요.

지는 뭐 안 늙나?.....................


용도예에서는 늙은이 취급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내심 걱정이 되네요.


정말 우리끼리 얘기지만 인생 50 이면 이제 겨우 걸음마 내딛는, 몽고반점도

없어지지 않은 나이인데, 안 그래요?


오늘은 기분도 그래서 오다가 세차를 하고 왔습니다. 이 촌 구석에서 세차

하나마나 이지만, 여성들이 기분이 요상해지면 미장원에가서 멀쩡한 머리도

만진다고 하잖습니까?  아마 그런 기분이겠지요.


조병화 님의 밤의 이야기 두 편을 올려 봅니다. 시인의 병환이 쾌차하기를

빌면서........

 

 

-제16장-

 

굿바이도 없이 헤어지자

너와 내가 이제 헤어지면 그 뿐


긴 이 침묵의 여행도

이제 종점에 가까이 온 듯

짐을 찾아 보니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이 열차도 그러한 것

모두가 내려 버린 곳간에

너와 나만이 남아 있구나


너는 금전과 계산

나는 고독과 도피

......너와 나의 사이엔 의자가 없다


따지고 보면 지독한 굴욕의 여행이었으나

이제 계단에 서니

바람도 나무도 구름도 하늘

모두 새로 보는 내 마음이다


굿바이도 없이 헤어지자

인생이 그러하듯

헤어지면 그 뿐

 

 

-제21장-

 

술이여! 쓸쓸할 때 너는 나를 찾아 주어 좋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언제나 너를 찾아갈 수 있어 좋다 너는 공산주의도 아니요

자본주의도 아니요 아무런 주의도 아니어서 좋다 너는 당적이니

호적이니 등록이니 하는 것이 없어 그저 좋다 아무런 수속이 없

어 좋다


너는 그저 너의 자리에 있는 것 백년 천년 몇몇 천년을 그저

너의 자리에 소리없이 있는 것


가장 이야기가 많으며 가장 없는 것

가장 쓸쓸하지 않으며 가장 쓸쓸한 것

가장 가난하지 않으며 가장 가난한 것

가장 잊혀지지 않으며 가장 잊혀지는 것

깊은 자리로 깊은 자리로 항상 혼자케 하여 주어 좋다


거처가 없는 자의 벗이여

떠나는 자의 벗이여

내일을 두고 가는 자의 벗이여


스스로 스스로에 취해 스스로를 찾아

스스로를 버리는

이 자유여


너는 내 곁에 언제나 있어 주어 좋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수속

없이 따짐 없이 두려워함 없이 너를 내가 찾아갈 수 있어 좋다

 

.................


 

헤어짐과 술, 어떠한 함수관계가 있을까요? 그리고 밤과 이야기,

여름 밤 하늘에서 쏟아지듯 총총히 반짝이는 별과 겨울의 차디 찬 밤공기

속에 얼은 듯 박혀 있는 별과는 우리의 마음에 어떻게 다가와서 이야기를

할까요?


동락재의 너른 창으로 보이는 왼켠엔 저수지의 물이 추위에 얼어붙어 하얀

어름으로 그 모습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날, 한 두 사람의 낚싯군이 얼음을 뚫고, 자그만 구멍을 응시하며

깊은 물밑, 있는 듯 없는 듯, 그 존재조차 모호한 그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낚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지요.


자신과 얘기하듯 자그마한 낚시의자에서 그들은 그렇게 한 나절을 있다가

갔습니다.


그의 뒷모습이 얼음 우는 소리처럼 긴 궤적을 남기면서, 발자욱만 남기고

돌아들 갔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끝난 철지난 바닷가, 모래사장의 발자욱 흔적에 덮혀 들리지

않는 젊은이들의 밀어를 주어 담는 밤바다의 고적함처럼 이제 어둠이 그

시작의 자락을 덮고 있는 이 시각입니다.


쓸쓸하여라! 이 산촌의 해질녘, 어둠의 시작.


제가 지난 날, 어느 누구를 사랑과 미움의 중간에서 오락가락 할 적에 읽어

내린 신석정 님의 "임께서 부르시면"이란 시가 생각이 나서 적어 봅니다.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봄이 오면 어딘지 떠나가고 싶은 마음은 여성만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군요.

저는 바람이 잦은 삼,사월은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총각시절에는 가을이 참 좋았었는데..... 낙엽 태우는 내음, 짙은 커피 향,

설악 십이선녀탕의 복숭아탕과 같은 탕과 소(沼), 그리고 폭포, 깊은 산속

에서 화려함과 강렬한 아름다운 색채로 유혹하는 단풍의 가을, 또 가을걷

이가 끝난 커다란 호수가에 쓸쓸한 화려함으로 숲을 이룬 갈대들 위에 살짝

얹힌 초생달의 하얀 낚시터의 가을 밤이 좋았었는데, 이제는 라이락의 계절,

실록으로 초록의 여유로운 따스한 마음을 갖게하는 5월이 좋습니다.


그 5월은 기차에 몸을 담고, 온통 초록이 창으로 스쳐 흐르는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대학시절 혼자서 기타를 메고 교외선 기차를 자주 탔던 때가 있

었지요.


교외선 기차라도 타 보는 거다

무거울 것도 없는 내 체중은

의자에 잠시 버려 놓고

차창 밖이라도 내다 보면되지

장흥.... 일영....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는

풍경때문에

피로하지도 않은 시계(視界)

어릴 때 뒷마당에서 무심히

바라보면

산이며 구름을 보듯

원근(遠近)을 보면 되지

그리고 다음 주에는

고속버스도

타 보는 거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보내는 일을 되풀이 하며, 또 내일을 맞습니다.

좋은 밤들 맞으소서!!!!!!


동락재에서 동산 드림

 

<댓글>

 

ttorina: 물결에 흐르듯, 바람결에 날리듯, 구름에 실리듯, 시간은 흐르지만 비가 수증기가 되어 다시 내리듯 이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또 다시 오리...... 2003/05/22

 

찔레꽃: 정말 나이가 무엇이간디 언제부턴가 나이 얘기만 나오면 자신이 없어지고 매사 주춤거려지며 한발 물러설 때가 많은데, 님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자신감에 찬 도전정신에 무한한 찬사를 드립니다. 접관의 코가 납작해지도록 멋진 발전 있으시기 바랍니다. 2003/05/22

 

 

화니: 홍천의 동면 몇 년 전  처음 갔을 때 정말 감동적이였었는데 한 번 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은 멋진 자연을 음미할 수 있는 님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 건강하시고 도전하시는 목공예공부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렛쯔----- 200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