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9: 귀촌한 젊은 도예가에게 보내는 이야기

sosoart 2007. 3. 26. 06:11
 

홍천 삼마치의 어느 산자락 소나무에 담쟁이 덩굴이 올라가고 있다.

 

 

 

<동락재 통신-19>     2003. 5. 20


어언 한 달 만에 별곡을 이어갑니다.


물론 기다리는 분, 한 분도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제 인내와 끈기의 시험 밖에는 안 되겠지요?


봄이 한참 무르익어 라일락 향기 흩날리더니, 이제는 실록마저 짙어 녹음을 향해 우거져 가고 있습니다.


실로 봄날의 생명력과 성장력은 하루가 다르게 시야를 바꿔갑니다.


홍천 동락재에서 자연과 같이 호흡을 하며 살게 된 지가 어언 3년째가 되니, 자연이 변하여 감이 예사롭지가 않고, 마치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그 마음과, 이야기를 들어 아는 듯 착각이 들게 합니다.


광주의 도예방 주변에는 배꽃이 만발하고 복사꽃이 연분홍의 새색씨 저고리와도 같은 설레임과 기대감을 같게 할 것도 같군요.


아직 陶藝房 茶室의 명명식은 준비 중이신가요?

요즈음 주인마님은 차의 멋에 한껏 젖어 들어, 모든 것을 다 잊고 사시는 외도에 빠진 듯 하여이다.


저는 요즈음 가구소품 제작을 배우고 있습니다. 뒤주, 소책장, 장식장, 등(燈) 제작을 배우고 있으며, 이번 주 목요일(모레)에 있을 도장(途裝)기능사 시험에도 도전을 할 예정입니다.


이 나이에 자격증을 딴다고 어디에 써 먹겠습니까 만은 일단 할 수 있다는 확인은 하고 싶어서이지요.


전공인 목공예디자인 자격시험은 연말께나 있을 예정인데, 물론 자격증을 꼭 따야겠지요? 그런 다음 목공예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높여 나가는 끊임없는, 힘들지만 즐거운 작업과정을 이 세상 다하도록 밟아나가야 하겠지요.


어쨌던 요즈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시간은 빨리 흘러갑니다. 새로운 과제에 대한 도전과 의욕은 남보다 뒤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짬짬이 관련 도서도 검색하고 읽어도 봅니다만,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선진국의 전문 관련정보나 우리의 전통 목공예 관련도서에 대한 정독, 연구학습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물론 전통가구 제작과 현대감각의 생활가구 제작은 물론이지만 독자적인 회화와 목공예 유전자(?)의 조화로운 배열을 통한 木繪畵(?)분야의 입문입니다. 욕심을 내자면 독자적인 세계의 구축이지요.


정말 가소롭지요? 그러나 그러한 목표도 설정하지 않고 그냥 배우는 것에 만족한다면 의욕과 재미는 없지 않겠습니까?


요즈음도 동락재는 매주 금요일 밤에는 가고 있습니다.

봄이 온 후로는 동락재에서의 하루, 이틀은 바쁘기만 합니다.


봄에 심은 나무들의 보살핌과 파종한 꽃씨들의 모종, 그리고 우리 마당의 네 식구-복순이, 해피, 복돌이, 길동이- 이 녀석들의 output의 결과물=개똥 을 치우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닙니다.


물론 개똥이 거름은 되지만 그냥 거름이 되는 것은 아니고 모아서 썩혀야 나무나 농작물에 줄 수 있는 거름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그것을 아무 곳이나 던져두지 못하고 나무근처의 거름 모아두는 곳에 어느 정도 모아 두거나 땅을 파고 묻어버리는 일이 시간과 손을 많이 가게 합니다.

지난 토요일엔 홍천읍에 나가서 고추 모, 상추 모, 방울도마도, 가지, 호박 모를 사가지고 와서 밭고랑을 일구어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마당에 파릇파릇 솟아나는 떡잎들을 보니, 작년에 자랐던 자리에 저절로 씨가 뿌려져 자생하는 코스모스, 들깨, 이름 모를 예쁜 들꽃, 수박, 도라지, 해바라기, 봉숭아와 올해에 꽃씨를 심은 분꽃, 맨드라미, 채송화 씨가 바글바글 오글오글 서로 다투어 싹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들이 조금 더 자라면 이곳저곳 적당한 자리를 잡아 옮겨 심는 일도 아주 큰일입니다.


그러니, 주말마다 동락재엘 가도 쉴 시간이 없어, 오나가나 바쁘고 고단한 육신이 되어집니다.


이제 날도 따뜻한가 하더니 금방 더워지니, 마당에서 돼지고기나 구우며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맑은 소주잔에 담아 마실 수 있는 운치 있는 동락재의 밤을 맞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쯤 부터는 앞의 저수지 이 곳 저 곳 기슭에서 몇 몇 낚싯군이 한가로이 낚싯대를 담그고,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낚고 있는 풍경을 펼쳐줍니다.


예전 같으면 저 또한 그 그림속의 한 인물이 되어 수평선의 한 점이었을 텐데, 지금은 일을 하면서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바라만 볼 뿐입니다.


이제 제가 시간이 좀 여유가 생긴다거나, 여름 방학이 되면 우리 회원님께서 누추하지만 동락재에 하루 머물고 싶으시다면 기꺼이 손님으로 맞이하고 싶은 욕심입니다.


참, 그리고 지난 토요일엔 커다란 뱀을 한 마리 잡았습니다.

저도 "뱀"소리만 들어도 자지러지게 놀라 도망가곤 했었는데, 3년 전 동락재에 오고부터는 뱀을 친구삼아 자주 보게 되니-아니 이 녀석들이 동락재의 현관 문 앞이나, 작업실의 문 앞에 스르르 소리도 없이 또아리를 틀고 있거나, 슬며시 기어가면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지지난해 어느 날  불찌깨로 뱀의 허리를 꽉 잡고 막대기로는 뱀 대가리를 짓 눌러 꼼짝 못하게 하고선 양파 그물주머니의 주둥이를 벌리고 뱀을 집어넣었습니다.


한 번 경험이 두려움을 잊게 해주더군요. 그 후 조금 더 빠른 시간에 빨리 뱀을 잡을 줄 알게 되었고, 급기야는 1.5리터 PET병의 주둥이로 뱀의 대가리를 앞세워 넣고 뱀술도 담게 되었습니다 그려. 땅꾼 다됐지요.


아직도 뱀술이 두병이나 있습니다. 물론 징그러워서 본인은 먹어 보지도 못했습니다만.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선물로 줄까 합니다.


며칠 전에 잡은 뱀은 쥐틀 속에 구겨 넣고 풀밭에 던져놓고 왔습니다만, 이번 주말에 가면 또 뱀술을 만들지, 풀어 살려줄지 저도 모릅니다.

징그러운 얘기지요?


어쨌던 5월의 주말 낮과 밤은 이렇게 분주하고 정신없이 흘러만 갑니다.


백수로, 돈이라고는 용돈도 벌지 못하면서........


하긴 이번 달 말까지는 실업수당이란 것이 있긴 있군요. 허! 참........


언제 목공예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어 돈도 좀 만져볼 수나 있으려는지?


오늘도 이런 쓸데없는 생각하며 밤의 자락을 덮으려 합니다.


동락재의 동산 드림



                                                *                       *                     *

 

 

 

졸작:  저무는 숲 속에...,  나무에 채색

 

 

 

오늘로서 지나간 동락재통신의 연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많이 지루하시고 재미가 없으셨지요?

 

지나간 말들을 리바이블? 해서 들려드리니, 많이 짜증도 나셨겠고 욕도 많이 하셨을 줄 압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읽어주신 님들께 두손모아 합장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이어가는 동락재통신부터는 살아 숨쉬는 실시간(real time) 이야기가 되겠지요.

 

틈나는 대로 다시 새로운 인사를 드리까 합니다.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조병화님의 천렵문답川獵問答을 올려 드립니다.

 

 

 

 

자네, 손주 보러 서울 다녀왔다지

말말게 서울

서울이 아니라 아우성이더군

아귀다툼 생지옥이란 말이여

옛날길 옛골목

어디가 어딘지

말정히 털려서

부룽부룽

주소 물어 다시 찾는

새서울

 

 

온통 북새통이란 말이여

길가에서 촌늙은이 행세 단단히 했지만

서울놈들 혼들이 없더군

빈 깝데기

터지게 우글거리는 꼴

숨이 확확 맥혀

노리끼리한 냄새

하룻밤 겨우 새워

방금 내려오는 길일세

아, 훤한 이 석천(石川)

미류나무 푸른 그늘 이 냄새

황금의 바람

후, 한잔 건네게

서울놈들 돈 좋아 돈 속에 살지만

이맛 알겠나

초여름 석천 진거미, 피래미 천렵

노인들 껄껄껄

앗다, 자네

손줏바람에 서울 갔다왔다지

 

 

어제 오늘 비가 오는 둥 만 둥, 오락가락  햇빛이 났는가? 하면 어느새 비구름.......

 

마치 철따구니 없이 제기분에 따라 말을 뱉고 던지는 어떤 대통령이란 인사와 똑같다고 아내와 함께 고소를 금치 못하였습니다 그려.

 

이런 얘기 자꾸하면 386인가 뭔가 하는 세대에게 미움받겠지요?

 

동락재에서 밤을 맞으며,    동산 드림

 

 

<댓글>

 

풀잎햇살: 삶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보기 좋습니다... 2003/05/20

 

보아embro: 선생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모든면 정열적인 면을 존경합니다 건강하십시요 그러고 계속 소식주십시요 기다립니다 감사함니다 2003/05/20

 

moon: 그동안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군요 저는 홍천 서면에 미래를 준비중입니다 2003/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