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7: 마당에 핀 벗꽃을 바라보며

sosoart 2007. 3. 26. 06:07
 

길 옆 자작나무 울타리를 따라 넝쿨장미와 금계국이 예쁘게 피었다.

 

<동락재 통신- 17>     2003. 4. 16


오랜만에 찾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 동락재엔 일주일전에 심어 놓은 벚나무와 목련이 피었더군요.

큰 나무가 아닌 묘목정도 크기의 나무이기에 화려하게 많은 꽃은 피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 살아나고 있다는 표시를 해주니 얼마나 고맙고 대견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호도나무와 대추나무를 심지 못해서 아쉽지만, 올해 심은 나무들이 올 겨울을 무사히 지내는 것을 보고 내년에나 심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고 있음을 올해에는 더욱 더 절감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목공예를 배우고 실습하는 시간이 아주 재미있고, 갈수록 더욱 깊은 흥미와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제는 아~ 어떻게 만들겠구나. 하고 짐작을 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으니, 스스로 대견할 뿐이지요.


월요일을 시작하면 어느새 휙 금요일이 됩니다.


이번 주부터는 방과 후에도 남아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주초에 그만 콧물감기가 들어, 약을 먹으니 졸립고 정신이 멍한 것 같아서, 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병화님의 <내가 시를 쓰는 건>을 소개해 드립니다.


내가 시를 쓰는 건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나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하나를 쓰고 그만큼

둘을 쓰고 그만큼

셋을 쓰고 그만큼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에게 편질 쓰는 건

언젠가 돌아올 너와 나의 이별

그것을 위해서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너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아무렇게나 버리기엔 너무나 공허한 세상

소리없이 떠나기엔 너무나 쓸쓸한 우리

그냥 작별하기엔 너무나 깊은 인연


내가 시를 쓰는 건

하나 하나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잊기 위해서다


그와 같이

내가 네게 편질 쓰는 건

머지않아 다가올 너와 나의 마지막

그 이별

그걸 위하여


하나 하나 너를 바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잊기 위해서다.



오래간만에 "밤의 이야기"를 올려 봅니다.


<밤의 이야기 -제20장>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봄이란 참 우리 사내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왜 봄에 여성들은 꽃처럼 화사해지고자 치장을 하며, 꽃잎이 바람에 날리듯 마음이 왜 하늘하늘 거리는지? 그리고 왜 무작정 떠나고만 싶어 하는지?

얄궂은 날씨 탓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왜 일까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듯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어 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봄바람 살랑이듯 마음을 먼 곳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그저 덧없이 마음가는대로 놓아두고 싶은 듯 보이기도 하고.......


그러기에 어리고 예쁜 여학생들 보다, 우리 Old  여선생님이나 제 옆자리의 아릿따운 아줌마(?)와 그 일당들도 그저 하염없이 날씨타령만 하고 목공예디자인 수업은 저 멀리 날려 버린 것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하늘거리기만 하니, 어떻게 마음을 잡아 드려야 할지 이 작아진 머슴아들은 모르겠습니다 그려.


그래도....... 연분홍 꽃바람에 봄날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가슴에 봄바람을 잔뜩 묻어놓은 여성들에게 보내드리는 헌시(獻詩)입니다.


<우리가 어쩌다가> 조병화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서로 알게 된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는 인연이려니

이러다가 이별이 오면 그만큼 서운해지려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슬픔이 되려니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알게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한 운명이라 여겨지려니

이러다가 이별이 오면 그 만큼 슬퍼지려니

이거 어쩔 수 없는 아픔이 되려니


우리가 어쩌다가 사랑하게 되어

서로 더욱 못견디게 그리워 지면, 그것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숙명으로 여겨지려니



심한 코감기로 인해 약을 먹었더니 정신이 몽롱하고 눈이 절로 스르르 감깁니다.


이런 비몽사몽의 정신상태 에서는 무언가 얘기다운 얘기를 나누기는 힘이 들겠지요?


이만 오늘을 접습니다. 출석부에 도장을 찍기 위해 잠시 들렸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마음을 가진 행복한 사람이 되소서.


동락재의 동산 드림

 

 

<댓글>

 

우드맨: 실시간 동락재통신을 기다리고 기대합니다. 200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