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5: 게으름 피으다 복순이의 새 집을 짓다

sosoart 2007. 3. 26. 06:02

작품 다탁(서나무)  1500 x 700 x 100

 

작품-다탁(은행나무)

 

 

작품-보석함(느릎나무)

 

소품(paper knife):붕어와 숫탉

 

 

작품-민화: 잉어, 은행나무. 양각 작업중

 

 

<동락재 통신-15>     2003. 4. 7


어느덧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 학교를 마치고 저녁시간에 춘천 집사람의 일터(?)에 들렸다가 8시 반쯤 집사람과 함께 동락재로 향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은 정기휴일로 삼고, 모처럼 집사람이 쉬는 날이기도 해서, 텃밭도 갈고, 나무도 좀 심을까 예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토요일엔 집사람 매장에 같이 있으면서 일주일동안 밀린 얘기도 나누고, 동락재와 춘천의 소식과 근황을 집사람이 알려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복순이 집을 지어 준다고 해놓곤 차일피일 미뤄 왔었기에 그 녀석의 집을 토요일엔 꼭 지어주려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일요일엔 뒷마당 텃밭에 상추, 고추 등 푸성귀를 심고, 앞마당 귀퉁이에는 호박, 가지도 심기위해 밭을 갈고 겨우내 준비했던, 개똥과 작년의 닭똥, 그리고 화원에서 가져온 부엽토 5-6 부대를 뿌려줄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짚차에 싣고 올 수만 있다면 묘목을 사가지고 와서 앞마당에 심자고 집사람과 결정을 하였습니다.


드디어 토요일, 집사람과 아들은 일터로, 친구 만나러 춘천으로 떠나고, 이 사람은 아침에 집안 청소를 하고, 밀린 빨래 - 카페트, 침대용 패드, 이불껍데기 등 평소에 집사람과 아들이 늦게 들어오느라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빨래를 하고, 점심은 간단히 먹고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우리 복순이 집을 짓기 위해, 창고건물의 보일러실에 보관해 두었던 각목을 꺼내와 뚝딱 뚝딱 2시간여에 걸쳐 개집을 만들었습니다.


전에 길렀던 닭장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가, 토요일에서야 겨우 복순이 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다른 개들은 크기가 발바리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복순이는 진돗개라서 그런지 점점 더 커가고, 기운도 장사여서, 닭장에 기거할 때에도 온통 나무를 물어뜯고, 바로 옆에 있는 꽃 사과의 밑 둥과 옆 가지를 물어뜯고 갉아 놓아서, 이번 집은 아주 크고, 무게도 무겁게 지어서, 복순이가 끌고 다니지 못하도록 그 옆에 크고 둥그렇게 생긴, 얻어온 전선 감는 나무통을 같이 나란히 놓아두었습니다.


어느덧 개집을 짓고 나니 저녁때가 다 되었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마당 여기저기 겨우내 방치되었던 나무, 폐자재, 쓰레기 등을 정리하고 말끔히 태워 버렸습니다.


10시가 다 되어 집사람과 아들이 돌아와서, 또 1주일 만에 고기를 굽고 술 한 잔씩 하며 하루를 보내며, 내일 아침에는 홍천읍에 나가 더덕과 1주일 동안의 양식... 나물, 야채 등을 사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서석이란 곳으로 가면 더 산골 스러운 먹을거리가 있지만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리므로, 홍천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서석엘 가면 시장 뒷골목의 맛있는 순대국을 잘 하는 시골집이 있는데...



일요일 아침에는 모처럼 늦잠을 자고, 8시경 일어나 아침을 먹고, 15분정도 걸리는 읍으로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집에서 마당에 심어 놓은, 간격이 너무 가까이 심어져 있는 구상나무, 단풍나무 들을 옮겨심기 위해 구멍을 좀 파놓기로 했습니다.


마침 나가려고 하는데,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들이 면사무소가 있는 문화회관과 읍의 예식장에 가신다 하여 두 분을 태우고, 한 분은 수타사 입구의 동면사무소 회관 앞에 내려 드리고, 한 분은 읍의 시장께 에서 내려 드렸더니, 더덕을 수입 산이 아닌 우리 것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알려 주시겠다고 하여 같이 가서, 반관에 만원어치를 샀는데 서울에서는 3-4만원 정도할 양을 주었습니다. 진짜 홍천 산(産)에 양도 많고.....


시골에 산다는 즐거움은 이런 것도 한 몫을 하기도 합니다.


그 할머니와 헤어지고 마침 장날이 되어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나무 묘목을 파는 곳에서 멈추어 유실수와 꽃나무를 구경하다 보니, 집에다 심고 싶어서....., 배달을 해 주느냐 물었더니, 차에다 싣고 가게 해주겠다고 하여, 벚나무, 모과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목련, 철쭉 등을 샀습니다.


어떻게 차에다 실을 수 있겠나 했더니, 승용차에도 싣고 가는데, 짚차에 싣지 못하겠느냐고 하면서, 어쨌던 다 실어 주어 집으로 싣고 와서 심을 자리를 결정을 하고, 곡괭이와 삽을 창고에서 꺼내와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힘도 들고, 땅이 단단한 곳도 많아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물론 아들이 많은 수고를 했지요.


앞마당 길 쪽으로는 집 옆으로 심어져 있던 구상나무를 옮겨 심고, 집 앞 거실 창 아래 계단 양 옆으로 철쭉을 무리지어, 전에 심었던 철쭉과 적당히 섞고 계단 양쪽으로 심어서, 꽃이 피면 집 앞이 화사하게 보이도록 진달래도 집 앞으로 배치를 했고, 그 사이 사이에 솟대에 올려놓으려고 만들었던 기러기 몇 마리를 조금 낮게 올려놓아 꽃 사이로 세워 놓았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왼쪽으론 한3미터 되는 꽃 사과나무, 왼쪽으론 백목련, 그 사이에는 철쭉과 진달래, 동백나무 그리고 꽃이 피는 화초,


왼쪽으론 길가에 벚나무, 모과나무, 앵두나무 등 꽃나무와 유실수, 단풍나무,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오른쪽엔 느티나무, 전나무, 구상나무, 잣나무, 앵두나무, 단풍나무 등을 심었고,


뒷마당엔 자두나무와 이름 모를 두 구루의 나무, 그리곤 앞마당 길옆엔 울타리 삼아 구상나무를 몇 그루 2-3미터 간격으로 심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울타리 쪽엔 개나리, 장미, 넝쿨장미, 쥐똥나무 등을 울타리삼아 심으려고 했는데, 조금 더 두고 봐서 결정을 하려 합니다.


이곳 홍천은 겨울 기온이 낮고 춥기 때문에, 수종을 잘못 선택하면 나무들이 다 凍死를 하기에, 이번에는 기온이 비슷한 곳에서 길러진 묘목과 꽃나무를 선택했는데 한 해 겨울을 지나 보아야 확신이 설 것 같습니다.


딸아이는 잔디를 먼저 심었으면 하는데, 잔디는 추후 건물을 짓거나, 다시 리모델링 하게 되면 마당에서 공사를 하여야 하므로, 좀 더 추이를 본 다음 심으려 하고 있습니다.


오후가 다 지나갈 무렵에서야 겨우 나무를 옮겨 심고, 새로운 자리에 새로 심기를 끝마쳤습니다.


참, 그런데......


여담입니다만 서두, 집안에 소나무와 동백나무는 심는 게 아니라고,  그리 길지는 않은 허기질 만큼의 시간, 산에서 도(?)를 닦다 내려온 학교의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 이유는 소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집안의 여자들이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다 하고, 동백나무는 그 꽃이 떨어질 때, 꽃 봉우리만 떨어지는 모양이 모가지만 똑 떨어져나가는 모습과 같아서 그 집안 가장의 수명이 짧아져 요절을 한다고 하니, 그런 말을 듣지 않았으면 몰라도 왠지 께름직해서 작년에 심어 놓았던 소나무와 동백(이 녀석은 지난겨울을 잘 넘기지 못하고 결국은 가 버린 것 같더군요. 재래종 빨간 동백꽃이 아주 예뻤었는데....)을 다시 캐서, 죽은 동백은 버리고 소나무는 뒷산 기슭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웃기는 일이지요?

그런데, 그 소나무와 동백이 꼭 있어야 하는 수종도 아니고, 그로 인해 집안이 해로울 수 있다니, 아깝지만 집 밖으로 추방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집안에 나무를 심을 때는 한 번 쯤은 고려를 해보시는 것도  어떨런지요.......?


나무를 심느라 땀을 많이 흘려서 모두 홍천온천으로 땀을 씻으러 가려했는데, 집사람은 딸아이가 오지 않아, 등 밀어 줄 사람이 없어 혼자가기 싫다고 동락재에 혼자서 남아 있고, 아들과 단 둘이만 온천욕을 하고 돌아와서 저녁의 만찬을 즐겼습니다. 동락재에서 홍천온천까지는 약 25분정도가 소요됩니다.


어제는 나무 심기만으로도 하루 종일 걸려서, 밭에다 부엽토나 거름을 뿌리지 못하고 해를 서산으로 넘겼습니다.


모처럼 하는 삽질, 곡괭이질이라서 그런지 온 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팠습니다.


운동을 하여야 하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는 규칙적 운동을 하지 않아서, 항상 마음이 부담이 되곤 했지만 말입니다.


어쨌던, 언젠가 해야 할 일을 얼떨결에 끝내니 마음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사실 저의 조그마한 꿈은 우리 집 정원 (그것이 동락재의 마당이던, 또 다른 강원도의 내 다른 터전의 마당에서 이던 간에)에서 우리 아들, 딸들의 결혼식과 피로연을 하는 것이 그 중의 하나인데......


물론 참석대상은 양가의 가족과 진정 축하해 줄 수 있는 가까운 친구들  뿐이겠지요.


저의 결혼식 때에도 양쪽 모두 합해서, 진정 축하해 줄 수 있는 100여명 밖에 초대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오늘 아침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5시 40분에 동락재를 출발해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일요일엔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서울 올라오는 차가 많이 밀리기 때문에, 아예 월요일 새벽에 올라오는 것이 덜 피곤하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창고의 작업실을 다시 정리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창고 안에 만들어 놓은 방 한 칸에 본채에 다 보관하지 못한 책과 책장을 몇 개 넣었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 겸해서 사용 했었는데, 방의 가구를 재배치하고 작업실 안의 주방과 5백만 원이나 헛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쓸모없는 남녀가 구분된 화장실에 샤워기와 순간온수기를 설치할까 계획 중이며, 창고 공간에 간이 소파 2조도 적당히 배치하여, 제가 다니는 목공예 학우들과 우리 까페의 님들 에게 휴식 및 작업장으로 제공할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니 산촌의 하루도 점점 바빠집니다.

오늘도 지난 주말 연 이틀간 중노동을 해서 그런지 매우 피곤하지만, 힘들더라도 조금만 정리를 더 하면 우리 동락재를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에게 안락한 휴식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감에서 그리 힘든 일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오히려 비내리는 밤이면>


오히려 비내리는 밤이면

귀를 기울이어 내 발자국 소리를 기다려 주오

비가 궂이게 쏟아져야

그대에 가까이 가는 길을 나는 찾아 간다오

나보다 더 큰 절망을 디디고

진정 이 지구를 디디고 나는 찾아 가리오

내가 살아가기에 알맞은 풍토는

비 많이 쏟아지는 밤

이러한 밤에 절망을 뒤적거려 보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가

무슨 주변에 내가 더 큰 것을 바라오리오

내 것인 것만 주오

진정 내 것인 절망만 주시고

나를 괴롭지 않은 이 자리에 머물게 하여 주오

비내리는 밤을 기다리는 사람의 절개는

그대 것인 가는 호흡을 호흡하는 것이라오

비내리는 밤이면

귀를 기울이어 내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어 주오

영 멀어 가는 그대여


어느 날엔가, 저는 저와 같은 동년배나 그 보다 좀 적게 나이가 든 40대의 불혹의 나이에  감히 입 밖에는 내지 못하고 가슴 졸이며, 그러나 아주 절박하게 염원하며, 나도 한 번쯤은 정말 이 나이에 진정한 사랑을 한 번 해 보았으면 하는 그런 소리 없는 외침을 많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니, 지금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것처럼, 불륜은 아니지만, 불륜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절한 사랑을 갈구하는 구원(?)의 불꽃을 지피는 그런 마음들을 보아왔습니다.


동감이 가면서도, 또 적극적으로 권유하지도 못하면서, 꺼져만 가는 인생의 저문 들녘에서 버려진 아까운 낱알 하나를 건져 올리려는 듯 한 그 마음을 왠지 알 것만도 같군요.


<가랑잎 내리는>


가랑잎 내리는

오후의 잡초원 같은 내 가슴에

실망하기 쉬운 엷은 마음을 내리고

흐린 날이 머물렀읍니다.


살아 있는 것이 이미 내 것이 아니올시다.


깊은 산중

검은 열매와 같이 남모르게 익어 가는

마음과 마음을 그대로 당신에 안기기 위하여

우수수 가랑잎 내리는 내 우울이

가슴에 소리없이 고여들어야 했읍니다.


당신은 깊은 내 어둠의 거울

밤이 내리면

나 호올로 이 지구 먼 한 자리

남아 있으면

별이 흐리다 개이고


별처럼

나와 내가 님에 비춰듭니다.


님이여.

羽毛와 같은 님의 손으로

내 오랜 녹슬은 마음의 유리창을 열어 주십시오.


열린 유리창 안에

나와 가까이 오시어

나에 안겨

님의 비밀을 술술술 이야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랑을 가난한 나에게 담아 주십시오.


찬 겨울 눈 깊은 한밤중

온 인생이 소리없이 사라지면

검은 장갑을 벗고

아름다울수록 허전해지는 마음의 거울을

이렇게 빈 가슴에 비춰 보는 것을

님은 알으십니까.


행복은 내 것이 아니올시다.

충돌과 인내의 긴 인생을

세월에

수레를 몰고


청춘이

사랑이

사업이

모조리 지나간 빈 자국을

이렇게 둘둘둘 굴러내리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님이여 보십시오

검은 밤

훨훨 타오르는 마지막 이 가슴의 불꽃

황홀해지는 내 거울에 비춰

이글이글 이글거리는 내 육체를 보십시오.


인생이 지나가면 회상이 남는다.


님이여

가랑잎 내리는 오후의 잡초원 같은

내 가슴에

영 흐리지 않을 마음의 거울을 비춰 주십시오.


실망하기 쉬운 내 가슴에

영 타오르는 마음이 불꽃을 비춰 주십시오.



오늘은 <밤의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촉촉한 봄비와 같은 그런 마음이 되어 상실되어가는 우리들의 사랑하는 이야기를, 마음들을 하나 더 올리고 이 밤을 하직 해야겠습니다.


<물 떼와 같이 밀리는>


물 떼와 같이 밀리는

입술과 입술과 입술에 떠서

내 입술마저 믿을 수 없는

도시의 그늘에 끼여


당신의 이야기를 믿어도 좋겠읍니까

당신의 믿음을 믿음으로 안아도 좋겠읍니까.


돈 떨어진 저녁 노을

대도시 한가운데

외로운 섬처럼 둥둥 내가 떠서


벗이

사랑이

인생이

비켜 가는

화폐의 고독에 끼여


그냥 그대로 당신의 말을 믿어도 좋겠읍니까

당신의 믿음을 믿음으로 안아도 좋겠읍니까.


나의 소유는 외줄기 가는 생명

달달 서류에 닳아 빠진 젊은 조각.


때가 오면

그 날이 오면

모조리 보내야 할 그것이 아니겠읍니까.


희망과 동경과 미래와

오오..... 아스라지는 절망을 양손에 고이고


人間 孤島.


이렇게

당신의 이야기를 믿어도 좋겠읍니까

당신의 믿음을 몽땅 내 것으로 안아도 좋겠읍니까.


비를 맞은 탓일까요?

비 맞은 중처럼 횡설수설 말이 많았습니다.


비 오는 東山을 그리며 동산이

 

 

<댓글>

 

irose: 서석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무척 놀랬네요...외갓집이 서석에있어서 두어번 다녀왔거든요..지금두 외사촌오빠가 사시지만 지금은 넘 먼 거리네요... 2003/04/07

 

달님이: 글 참 잘 쓰시네요.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동락재가 펜션이라면 예약이라두 하고 싶네요~ 200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