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2: 올해의 식수植樹계획을 세우며

sosoart 2007. 3. 26. 05:57
 

외국산 소나무(소송) 원목으로 만든 다탁에 도예가 용도예의 작품 찻잔이 놓여있다.

 

 

<동락재 통신-12>     2003. 3. 31

 

어느덧 다시오지 않을 삼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는 시간입니다.


요즈음은 금요일엔 수업을 마치고 동락재에 가기위해 춘천의 집사람 매장에 들려서, 9시경이면 마나님을 태우고 홍천으로 핸들을 향합니다. 금요일이면 강의가 없는 아들이 아침에 제 어머니를 춘천에 모셔다 드리고,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제가 저녁시간에 춘천에 들러서 집사람과 함께 동락재로 향합니다.


- 저야 학교가 끝나는 대로 곧장 홍천으로 향하면 동락재에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제 어머니 출,퇴근 때문에 친구들과 강의가 끝나면 술 한잔 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어머니 운전기사 노릇을 하느라, 매어 사는 아들에게 미안해서 금요일 날은 아침에 어머니 모셔다 드리고, 제 시간을 갖도록 하였고, 토요일과 일요일엔 집에서 쉬도록 못난 아비가 조그만 배려를 하려 한 때문이지요. -


가는 시간에 지난 1주일의 얘기로 밤의 시간을 채우며, 토요일 아침엔 집사람과 같이 홍천의 동락재를 출발해 춘천의 가게로 가서 밤에 문을 닫을 때까지 시간을 함께 합니다.


물론 동락재에 새봄이 오니 할 일이 많지만, 토요일에 집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일요일 오전에 서울로 출발을 하니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많지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주말엔 집사람과 강원도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이런 저런 풍물과 인심을 맛보기도 하고 여행의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일 텐데, 이 못난 남편 때문에 家計를 꾸리기 위해 가게를 해야 하는 집사람에게는 더욱 미안함으로 또 일주일 동안 헤어져 있음으로서 같이 있고 싶은 마음 때문에 토요일엔 온종일 가게에서 함께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길지 않은 시간, 다시 다니던 중소기업규모의 직장을 떠나 동락재로 돌아오면서 이제는 시간이 많으니, 이 것 저 것 시간을 가지고 화실 작업장이나 동락재 주변을 정리하고자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게다가 동락재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강원대 평생교육원의 도예 수강신청과, 1주일에 하루 국립춘천박물관의 자원봉사도 신청을 했었는데, 벼란간 서울에서 목공예디자인을 배우게 되어 동락재의 주변정리가 점점 어렵게 되었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하지 못하게 되어 한편으론 마음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할 일을 조금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겠지요.


동락재 주변에 1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지만 금년엔 벚나무, 사과나무, 배나무를 심고, 마당엔 철쭉을 심으려고 했는데, 또 내년으로 미루게 될 것 같습니다.


진돗개 복순이 집도 지어 주어야 하고, 도로와 마당의 경계선에 쥐똥나무도 심고, 뒷마당과 앞마당에 채마밭 20평정도만 가꾸고, 작년에 시험 수확했던 박(바가지)도 심을 예정입니다.


올해도 잔디는 또 심지 못하고 미루어야 되겠습니다.


내년에 카페 겸 펜션용 집을 짓거나, 작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창고를 목공예 공방으로 활용하게 되면 앞마당의 활용도를 보아 결정을 해야겠습니다.


이 것 저 것 할 것이 많은데, 착수도 못하고 자꾸 미루게 되니 마음의 부담이 적지 않게 쌓여만 갑니다.


아무튼, 새봄이 오면 농촌, 산촌, 어촌은 다시 바빠지면서 사람들의 많은 손길과 수고를 시작해야 할 시기입니다.


풍요와 결실을 위해 우리네 사람의 준비와 수고를 아낌없이 주기를 재촉하는 계절이지요.


동락재 뒷산에는 이맘때부터 나물 캐러 서울에서 또는 심지어는 인천에 사는 사람들도 해마다 찾아 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예의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뒷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자기들의 차를 주인의 양해도 없이, 동락재 앞마당에 2-3대 턱 세워놓고, 나물캐러 올라갔다 와서는 주인의 얼굴을 마주쳐도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가버립니다.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는 물을 마시고, 씻고, 쓰고 나서는 수도꼭지를 잠그지도 않고 그냥 가버리는 개똥같은 인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앞의 저수지에 낚시하러 온 친구들도 그렇게 제 멋대로 차를 주차해 놓고는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다 하기에, 작년부터는 산에서 나무를 주어와 얼기설기 접근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쳐 놓았습니다.


심지어는 남의 앞마당에 밤새 시동을 켜놓고, 잠을 자거나, 못된 짓거리를 하는 남녀도 있었습니다.


그런 풍기문란한 녀석들은 이 동산이 가만 놓아두지 않았지요.

천하에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라고....


세상엔 참 벼라 별 인간의 종자들이 많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고향이, 시골이 좋다는 시가 떠 오릅니다.



<고향에 산다>


매연과 개스와

질식할 정도로 독한 인간들의 냄새

천연의 맑은 공기란 어디 한 곳

찾아볼 수 없는

서울의 한 복판에서

그리운 것이란 오직 하나

맑은 고향

고향의 산천

공기와 흙의 냄새이다


인간의 생활사는

수렵시대를 거치고 농업시대를 거쳐서

상업, 공업시대로 진보되었다지만

돈과 싸움으로

들끓는 도가니

푸른 풀 하나 없는 생지옥이다


남아 일생 푸른 꿈 안고

고향을 떠난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지금은 어디나 인간들이 살고 있는

땅덩어리 

뜻있는 곳에 푸른 꿈은 돈다


날마다 짙어가는 이 매연, 인해개스

독한 인간들의 냄새에 젖어 도는 돈

돈의 생지옥


벗이여

푸른 꿈, 고향에서 찾자

푸른 하늘, 그 흙속에서




봄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부질없던 사람이었기에......



<肖像>


내가 맨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듯이 바다기슭을 다름질쳐 갔습니다



40줄에 들어서던 해 정도만 했을 때였던가? 중년이상의 나이가 들어도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일어날 수 있을까.....? 궁금해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은 아무리 내일 죽는 90 고령의 나이라 할지라도 이성에 대한 사랑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칸트가 10대 소녀를 사랑했다는 얘기.

전엔 "미친 놈!"하고 속으로 경멸을 했었습니다.


하긴 지금도 김흥수라는 老 화가와 그 젊은 부인을 곱게만 볼 수없는 것은 여전하지만서도 말입니다.


하긴 이성이든, 무엇에든 사랑의 감정이 지속하여 일어나야만 살아갈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밤의 이야기를 그동안 많이 소개해 왔기에 이제는 서서히 님들이 좋아할 만한 시의 바닥이 보이는 군요. 밤의 이야기의 소개가 어느덧 끝나면 사랑과 이별을 다룬 시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밤의 이야기- 제34장>을 보내 드립니다.


지금 네가 있는 바로 그 옆 사람

그 사람을 자세히 보아라


그 머리 그 이마 그 눈썹 그 눈

그 코 그 입 그 목 그 가슴

그 다리 그 팔

그 손 그 발


너와 꼭같은 그 사람이 아니냐!


그리고 지금 네가 있는 바로 그 옆 사람

그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라


그 외로움

그 갈망


너와 꼭같은 그 마음이 아니냐!


그리고 지금 네가 있는 바로 그 옆 사람

그 숨소릴 자세히 들어 보아라


그 천대 그 공포

그 가난


너와 꼭같은 그 숨소리가 아니냐!


그리고 지금 네가 있는 바로 그 옆 사람

그 생명을 자세히 생각해 보아라


그 사랑

그 뜨거움


너와 꼭같은 그 생명이 아니냐!


그리고 너와 나 우리 서로 이웃이

같은 말로 살고 있는

땅과 하늘을 깊이 보아라


너무나 많은 눈물

너와 나 우리 서로 이웃 그것이 아니냐!


지금 네가 있는 바로 그 옆 사람

그 긴 긴 목을 보아라


너와 나 우리 서로 이웃

쓸쓸한 인간이 아니냐!


이제 내일을 위해, 벗꽃 활짝피는 화사한 4월을 맞는 채비를 위해, 오늘을 정리해야 겠군요.


4월엔 온통 좋은 일들로만 가득하시기를......


동산 드림


 

 

<댓글>

화니: 정성스런 글 보기만 합니다. 감사히 보고갑니다 200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