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락재의 뒷동산 산책 숲길-삼림욕에도 적당한 왕복 50분 정도의 산책 코스이다.
<동락재 통신-11> 2003. 3. 25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입니다.
<마음 2>로 지금 이 시간의 마음을 엽니다.
항시 깊은 물 속과 같이 고요한 내 마음에
당신은 끊임없이 불어오는 고요한 바람
잠드는 깊은 내 마음 고요한 자리에
당신은 어지러이 불어옵니다
당신은 멋대로 다녀가는 나의 귀여운 손님
당신은 내 가슴에 시간을 접어두고 돌아갑니다
돌장난하는 아이처럼
연못가에서 돌장난하는 아이처럼
당신은 내 마음에 돌을 던지단 돌아갑니다
해 저물면 시간을 던지단 돌아갑니다
당신은 멋대로 다녀가는 나의 귀여운 손님
내 마음 좁은 문을 소리없이 고요히 드나듭니다
불현듯, 어느 날, 어느 장소, 어느 어둠의 시간에선 나의 귀여운 손님(?)을 만들어 보고 싶은 허접스러운 마음도 문득 스치듯 가져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나이에, 지금의 이 즈음에, 지금의 아무것도 뚜렷이 보이지 않고, 아지랑이 속에 봄나비의 날개 하늘거리듯, 희미함 속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희망도 가져보기도 합니다.
어떨 땐, 그저 마음 가는대로, 아무런 마음의 부채도 없이 그저 그렇게 마음 가는대로 그저 따라가고 싶은 시간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이 고단한 지금을 사는 생활. 그저 기쁘지 않은 이 시간들의 연속- 그 속에서 나만의 시간이 아닌 우리들의 공동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듯 하며, 아주 정반대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 시대의, 지금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깝지만은 아닌 때가 있듯이....
<밤의 이야기- 25장>
밤은 소리없이
너와 나를 이어 준다
까마득히 먼 그곳
구석구석
밤은 소리없이 너와 나의 말
밤은
너와 나를 이어 준다
인간은 서로 같이 살고는 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쓸쓸한
거리
자리 자리에서
끝끝내
눈감고 가는 외로움
인간은 외로운 것을 사는 거다
보아라 이 캄캄한 어둠
밤마다 흐르는
밤의 소리
밤은 별 아래
너와 나를
멀리 잠 뜨게 한다
<밤의 이야기 -12장>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고 하지만
차가운 겨울 밤을
빈 손을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육체는 소모해 가며 없는 자에게 지혜를 주며
생명은 노쇠해 가며 가는 자에게 시간을 준다
사랑과 미움은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끝이 없는 거라 하지만
너와 나는 사랑도 미움도 없이
어두운 다리목에서
그저 마주 서 있는 거다
아 아침이여
따스한 입김이여
사랑스런 눈물이여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 하지만
차가운 긴 밤을
빈 손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오늘은 밤의 이야기에 대해 조금은 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딸 아이가 또 방금 들어 왔습니다.
오늘도 또 무슨 자료를 찾고 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하기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컴퓨터를 내줘야 하겠습니다.
어느 날엔가는 누가 들어주던, 그러하지 않던 나의 이야기만을 마냥 늘어놓고 싶을 때가 있지요?
오늘은 좀 더 마음 깊은 이야기를 찾아내어 풀어놓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군요.
언젠가 제가 드린 말씀이 있었지요?
제가 명퇴를 하기전 2-3년전 쯤에 구상하듯 자유스럽게 써내려갔던(정확하게 말하자면 3류작가도 안되는 일개 평범한 필부의 끄적임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연습장에 썼던 글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을 언제고 정리를 하여 무언가를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재충전, 재포장하여 님들께 그저 심심풀이 삼아 읽어주셨으면 하고 내어 보이려고 하였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그건 아닌가 싶습니다.
혹여, 또 마음이 변하고, 얼굴이 더욱 두꺼워져 부끄러움도 모르는 날, 갑자기 카페에 올릴지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가제(假題)를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라고 지극히 세속적인 제목으로 어림잡고 있었는데, 그 역시 어줍잖은 대중작가를 흉내내는 것 같아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제목을 연구중입니다.
일기체 형식으로 연재를 한다고 마음 먹었는데, 동락재에 갈 때마다 그 동안 틈틈이 적어 놓았던 기록을 가져온다 하면서 그 알량한 기억력의 쇠잔으로 번번히 잊어 버리고 옵니다.
연재를 하게 된다면, 연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습고 가소로운 일인데, 저의 잡필작가?(雜筆作家?) 수업을 위해 훈련을 한다 생각하니, 비웃는 님들의 모습도 그리 두렵지만은 아닌 만용으로 이 나이를 살아가나 보다 라고 너그러이 보아주십시오.
기회가 되는 대로 올려볼까 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댓글>
ssoy72: 님의 글은 정성이 많이 담겨 있군여. 그러나 좀 간략했으면 좋겠다는 저의 생각이 주제넘은 간섭으로 둔갑해서 혹시나 곡해하시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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