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0: Seoul Living Design Fair 2003

sosoart 2007. 3. 26. 05:54

목공예 작업장 안내판:  이 안내판을 보고 목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다가 간혹 들려서

배우고 싶다며 혹은 부럽다는 말을 남기고 간다.

글쎄, 이 작업이 부럽고, 아무나 배울 수는 있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전원생활처럼

그런 편하고 한량들이 하는 작업은 아닌데....

어떤 이는 그저 나무뿌리 주어다가 하는 그런 것인줄 알고 들어오는 이들이 많다.  

 

 

 

<동락재 통신-10>     2003. 3. 24


님들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요?

시국이 어수선 하군요.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시작하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그들의 영향력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곧 국력이 약하다는 것이 속상한 일입니다만.... 그럴수록 우리나라의 남남갈등은 없어야 하고, 정치하는 인사, 대통령과 정부 모든 공무원이라는 인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국민과 대중을 저희들의 안위와 치부를 위해 이용하지 말고, 멸사봉공해야하는데, 그리고 젊은이들은 진정한 자존심이 무엇인가를 알고 나라의 자존을 위해 합심단결해도 모자랄 판인데, 정말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빨리 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가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잡혀가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저는 어제 동락재에서 돌아와 딸과 1주일분의 장을 보고, 오랜만에 부녀가 둘이 앉아, 춘천에서 사가지고 온 돼지고기를 구어서 술을 한 잔 했습니다. 딸과 먹는 돼지고기와 매실주도 별미이지요. 가끔은 딸아이가 아직도 고기를 상추에 싸서 먹여달라고 어리광을 부립니다.

그래도 싫지가 않아 상추에 고기를 싸서 입에 넣어주곤 하는 마음이 부모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COEX에서 열리고 있는 Seoul Living Design Fair 마지막 날 단체로 견학을 했습니다.


직장에 다닐 적엔 월간지 "행복이 가득한 집"을 정기구독하여, 초대권이 와도 시간이 없거나,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가보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학교에서 교과시간에 가는 것이기에 아주 오랜만에 가 보았습니다.


그전에는 전원주택에 관한 전시회는 몇 차례 학여울 역에 있는 전시장엔 가본 적이 있었으나, COEX에서 전시하는 전시회는 옛날 COEX개관 때, 무슨 산업박람회 인가를 보고 처음 입니다.


더러는 연구소에서 원자력관련 대 국민홍보전시에 관여 하기도 했습니다만 직접 COEX에는 가지를 않았었지요.


오늘은 전시회 마지막 날이며, 또 시간제한을 두고 구경을 하려니, 관심이 있는 코너에서도 자세히 보지도 못했고, 파장하는 날이라 참여업체의 기자재 철수관계로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가급적 앞으로 작품제작에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얻고자 카타로그, 자료수집에 역점을 두었으나, 신통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하고, 각종 디자인, 인테리어 관련 잡지, 도서와 몇 가지 특이한 소품을 구입을 했습니다.


여주에 있는 도예방에서도, 경주에 있는 도예방에서도 참여를 했더군요.

혹시 우리 용도예를 볼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도 했었지요.


어느 코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쪽마루짝이나 소반 등, 고가구는 아니지만 그러한 전통한옥에서 나오는 폐자재를 이용해 제작한 그림도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본 것도 있었는데,  흙을 각각의 색으로 채색하여 2-3 차례 구어서 만들었다는 1호정도 크기의 도자기 그림(얼핏 보기에는 칠보로 만든 작품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만)을 조그마한 나무액자에 넣은, 흔치않은 도자소품도 보았습니다.


역시 전시회는 작품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속적으로 관람을 해야하고, 새로운 기법의 발견 및 응용을 위해서는 절대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를 보는 동안에는 작품을 향한 창작의욕이 불타오르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듯함을 뜨겁게 느낄 수가 있고, 고정관념에 자극을 받게 해주어서 아주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목공예를 배우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전통가구의 제작기법, 디자인, 아이디어, 또한 현대적인 감각의 가구 및 생활가구, 소품의 제작, 디자인 관련 동향, 그리고 서양의 앤틱가구와 독특한 소재가 혼합된 퓨전형식의 작품 등도 앞으로의 본인의 목가구 제작이나 생활소품 등의 제작방향 설정에 많은 점을 시사해 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목공예 제작을 위한 절단, 연마, 다듬기 등 각종 목공예 작업에 필요한 신제품의 수공기계나 전동기계를 직접 보고,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도 하나의 수확이었습니다.


저의 욕심은 가구와 그림의 이상적인 접목입니다. 자연스러우며, 훌륭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나 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작품 세계를 확립하여야 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왔습니다.


앞으로, 비록 지금 시작하는 초년 병아리 이지만 국내, 외의 각종 작품을 많이 접하고, 새로운 기법의 전수와 이전에 필요한 모든 일련의 작업도 철저히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하여야 겠습니다.



오늘은 서울의 이야기로 시를 열어보아야 겠군요.

1950년대 후반의 조병화님의 "서울"이란 시집은 연애와 사랑의 감정도 표현하며 의도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도 했었습니다.


<낙엽>


당신 생각만 했지요

당신께만 할 이야기가 많았지요

당신만 기다리다 말았지요

초록색 몸차림을 하고 단장을 하고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당신 생각만 했지요

어느날 당신이 내 그늘 아래 쉬었을 때

그때 내 마지막 그 말을 당신에게 주는 걸 그랬어요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아주 잊어버린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 생각만 했어요

당신께만 할 말이 많았어요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도 먼 이 자리에서

당신만 기다리다 말았어요



<사랑>


나에게 배정된 시간에 당신이 없는 하늘이 너무나 많아요

줄어드는 내 시간에 당신이 없는 하늘이 너무나 많아요


깊은 바다와 같이 당신 눈 속 깊이 당신은 가라앉아

눈물가에

당신은 잔물결치는 그리움만을 보내 줄 때가 너무나 많아요


보리 바람처럼 나는 당신 물가에 후줄근히 불어왔다간

검은 눈 기슭 깊이 너무나 깊은 바다 속 깊이 당신은 가라앉아

나 호올로 후줄근히 돌아갈 때가 너무나 많아요


밤은 깊이 잠들고 새벽 잠 잃은 먼 별들

나의 창가에

영원히 기다리다 질 때가 너무나 많아요


프랑시스 쟘의 노새 이야기도, 또 토끼 이야기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장미 사철나무 이야기도, 전쟁 이야기도

나 혼자 이야기하고 말 때가 너무나 많아요


나에게 배정된 시간에 당신 없는 하늘이 너무나 많아요

줄어드는 내 시간에 당신이 없는 하늘이 너무 많아요



방금 딸이 들어 왔군요.

오늘, 근처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오늘이 마침 문을 닫는 날이어서 집으로 들어왔다고 하니, 컴퓨터를 내줘야 하겠습니다.


<밤의 이야기-12장>으로 오늘을 마감해야겠습니다.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고 하지만

차가운 겨울 밤을

빈 손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육체는 소모해 가며 없는 자에게 지혜를 주며

생명은 노쇠해 가며 가는 자에게 시간을 준다

사랑과 미움은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며

끝이 없는 거라 하지만


너와 나는 사랑도 미움도 없이

어두운 다리목에서

그저 마주 서 있는 거다


아 아침이여

따스한 입김이여

사랑스러운 눈물이여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 하지만

차가운 긴 밤을

빈 손을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좋은 하루를 마감 하십시오


동락재의 동산 드림


 

<댓글>

 

한림신전: 잘읽고 갑니더. 항상 생각케하는 글.... 건강하시고 행복한 6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3/06/02

 

사랑방: 좋은글 늘 감사합니다..^^ 2003/06/02

 

화니: 느낌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 200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