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7: 운길산 수종사

sosoart 2007. 3. 23. 22:59

졸작 "산촌에서 보는 별 하늘"- 목판에 유채(부조)

 

 

  졸작 "동락재 이야기"-대나무 접시에 유채

 

 

졸작  "꽃"- 유채

 

 

 졸작 " 느티나무"-캔버스에 유채

 

 

 

<동락재 통신-7>     2003. 3. 13


어느덧 목요일! 내일이면 귀여운 4마리의 먹보 녀석들이 기다리는 동락재로 가는 날.

내일은 아침에 차를 가지고 학교엘 갔다가, 강의가 끝나는 대로 홍천으로 출발을 할까 합니다.


오늘 카페의 주인마님께서는 수종사에 가셨었나요?


봄날엔 봄 날 대로 좋고, 가을날엔 가을의 진한 노란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고....


그런데 지금의 풍경은 아마 갈색 일변도의 단조로운 쓸쓸한 풍경이 아닐까 쉽군요.


그러나, 초라한(?) 일주문을 오르는 계단에 서면, 그리고 목어가 있는 종루를 지나 은행나무 자리로 내려서서, 북한강 건너 양수리에서 삼회리로 이어지는, 지금은 포장된 도로가 보이는 강마을과 강변의 길 풍경은 하나의 그림 그대로 이지요. 또 새로 놓여진 4차선의 양수대교가 보이는 남한강 쪽의 풍광 또한 옛날엔 염소를 키웠던, 강변 길가 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 한 가운데에 사람이 살지 않는 조그마한 섬과 가끔 드라마에도 나오는 커다란 느티나무 있는 자리......


이런 풍경이 운길산 정상이나 수종사의 법당 앞마당에 내려서서 바라보노라면 하염없는 인간의 빈 마음과 풍경이 내 마음으로 들어오게 되어 좋지요.


듣자하니, 수종사에서 저 멀리 양수리의 풍경이 보이는 곳에, 茶室을 만들어 놓고, 차를 좋아하는 佛子와 내방객에게 무료로 차를 대접하고 茶道를 일러주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수종사를 아니, 수종사가가 있는 운길산을 처음 오른 것은 아마 30년 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주 산에 미쳐 있어서, 암벽등반(Rock Climbing)은 물론, 워킹코스로 등반을 해도 거의 종주등반을 했던 때였는데, 돌이켜 보면 그 즈음, 교통편과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서 서울근교의 산행은 주말의 1박 산행을 간다고 해야, 고작 용문산, 속리산, 치악산 정도였지요.

수종사를 처음 등반할 때는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양평 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양수리 다리입구 검문소에서 내려서 운길산 입구까지는 약 20여분 이상 걸었어야 했고, 거기서 수종사까지는 아마 1시간정도의 거리 밖에는 되지 않았지요. 지금은 수종사까지는 짚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넓게 잘 닦여진 것으로 기억됩니다. 수종사에서 물을 마시며, 다시 수통에 담고 운길산 정상(그래보아야 수종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기에 우리 산 꾼끼리는 제가 운길산을 "운길이네 뒷동산"이라고 명명을 해서 통용되고 있을 때였지요)에 올라 맞은편 산과 강을 내려다보면 두 강물이 합쳐서 이루어 내는 풍경이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산이 너무 높지 않아 보이는 풍경이 아주 친근하고 아기자기 하였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운길산의 수종사는 가을 날, 그것도 수종사의 500년 이상 된 은행나무의 노란 잎새들이 쓸쓸히 떨어져, 잔인하게 바람에 흩날리며 불당의 향내음을 머금고 산기슭에 나뒹굴 때, 수종사의 일주문을 통해 법당 뜰을 지나며, 저 아래 양수리의 풍경을 보고, 또 은행나무 아래서 지난날 애송하던 시를 생각하면, 온갖 사유와 감정과 추억의 침잠이 나를 더욱 깊은 곳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지요.


갔다 오신 후의 오늘날의 水鐘寺와 茶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지난 날, 총각시절 잠시 끄적였던 노트를 펼쳐 보았습니다.


펼친 면에 조병화님의 "하루만의 위안"이란 시가 맑은 눈망울로 나를 보고 있더군요.


잊어 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 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 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들기 가슴을 비비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다 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 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 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 버려야만 한다.


이 시를 읽으면 공연히 내가 그 누구에겐가 실연을 하여, 죽어도 잊기 싫은 사람의 사랑을 잊어야만 하는 스스로의 인내로 절제된 슬픔을 느끼게 되지요.

하기야 저 같은 사람은 하 그리 많은 사람들에게 실연도 많이 당했고,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싫어하기도 많이 했고, 피장파장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여릴 때는 너무나 한없이, 어리석을 정도로 여릴 적이 있었지요.


한참 젊었을 때는 조병화 시인의 시를 소위 아가씨 꼬시기 위한 그럴듯한 분위기 메이커로 써 먹던 적이 많았지요. 조병화님께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의 키는 적습니다만, 그래도 같은 남자인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결단력 있고 남자답다고..... 이제 갈때가 되었다고요? 자화자찬하면 갈 곳은 딱 한 곳. 흙속에 저 바람 속에 이겠지요.

그래도 작은 고추가 매운 것은 사실이라고 저는 지금도 주장을 합니다.

얼굴이야 추남을 벗어난 정도였지만, 대학을 다닐 당시 통기타 하나 들고, 밖에 나서면 아가씨들이 참 많이 따랐지요.


여자란 예나 지금이나 그저..... (아! 우리님, 주인마님, 00님, 그리고 모든 아씨마님들 죄송합니다)


멋있는 시와  그리고 기타와 생음악, 이러면 여자 꼬시기에는 더 무엇이 필요하겠어요?


허구한 날 아가씨 뒷 꽁무니만 쫓아 다녔으니, 오날 날 요 모양 요 꼴이지만 서두 말입니다.


이 카페의 여성식구들이 그렇게(?) 생각들을 하실 터이니, 오늘의 커텐은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이란 시로 내릴까 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겠습니다

변명이 자라면 자라날수록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예, 오해를 가진채

이 길을 서로 걷지 않기 위하여선

오랜 세월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래지 않아

추운 겨울밤

이대로 내가 가면

당신이 긴 이야길 해야 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긴 세월

..... 이렇게 있어야 하겠습니다.


제가 가져다 드리는 시는 거의 이별과 헤어짐에 관한 시가 많지요?

그런데, 우리가 한 세상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도 많지만 만나는 그 이상의 숫자만큼의 사람도 항상 헤어짐을 반복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만남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갈 때를 잘 알고 추하지 않게 버리고, 헤어지는 아름다운 이별도 반드시 뒤 따라야, 지저분하지 않고 더럽지 않고, 끈적끈적하지 않은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사람이 너무 맑으면, 사람이 꼬이지 않고,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꼬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우리 용도예가 어중이 떠중이 인위적으로 회원을 늘리지 않고, 지금 이 숫자만이라도 좋다! 하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소중한 만남의 인연을 더욱더 소중한 인연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자는 것과 똑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한 가지 조금 우려하는 것은 지금 아직 40도 안되신 대부분의 우리 카페의 아름다운 젊은 들에게, 너무 패배적이고 다다이즘적, 뭉크나 고호, 베토오벤의 체취와 분위기를 너무 늘어놓아, 젊은 패기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송구스러운 그리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세대의 이러한 인생이 우리 용도예의 회원의 일원으로 있구나....! 하고 지나치시면 큰 손실은 없을까 싶습니다.


내일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금요일!

우리 카페의 식구들 모두 복 받으시고 행복한 마음 가지십시오.


안녕히...... 동산 드림


<댓글>

 

한림신전: 님의 글 정말 잘읽고 있습니더. 중단없이 계속 연재 해주시길 바랍니더. 님을 사랑하는 애독자가 있다는걸 꼭 기억 해주세요^^*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요. 2003/05/28

 

배비장: 이미 되어 있는글이라면 조금 스피드-업 하심이 ? 잘 읽겠습니다. 200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