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5: 좋아졌네! 국가에서 실업수당이란 것도 다 주고

sosoart 2007. 3. 23. 22:43

도로쪽 자작나무 울타리에 핀 넝쿨장미는 작년에 심은 어린나무여서 그런지

 꽃이 그리 화사해 보이지 않아 아쉽다

 

 

<동락재 통신-5>     2003. 3. 9


또 시간은 돌아 다시금 일요일의 오후, 서울의 한켠 하늘 아래 지붕 밑에서 이

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노동부에서 “놀고먹는데 힘들지?” 하면서 휴업

수당을 준다 하기에 고용안정센터 인지? 에 가서 신청을 하고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참 많이 좋아졌지요?

몇 해전, 2000년도에는 다니던 연구소를 그만두고 나서 실업수당을 6개월 정

도 탔었는데, 이번엔 지난번 다니던 직장의 근무기간이 7개월밖에 다니질 않아

서 3개월만 준다 하더군요.


어쨌던 실업수당을 두 번이나 타게 된 것도 좀 우습지만 싫지는 않네요.


그래도 한 달에 100만원을 준다하니 일당 3만원은 좀 넘는군요.

하긴 이렇게 백수로 노는 것도 참 힘이 들고 고단하다는 것을 어찌 알고, 어엿

삐 여겨, 나라에서 돈까지 주는건지.....


어쨌던 고마운 일 아니겠습니까? 서울에서 홍천, 그리고 이곳 저곳 다니는 거

마비를 보태주니.....


지난 1주일, 하루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수업을 하니,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사내의 그것은 “궁뎅이”라고 해야 되나...?) 배겨서 고생 좀 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도 이틀 동안 하고....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수업으로 들어갈 모양입니다. 한 열흘정도만 더 다

니면 적응이 잘 될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들려서 신청을 하고 춘천의 집사람에게

들려서 같이 홍천의 동락재로 향했습니다.


딸은 하루 전 목요일 날 동락재로 향했고, 그래서 금요일엔 모처럼 4식구가 다

함께 만나는 날이라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동락재에 도착하니 늦은 9시30분경, 차에서 내리니 마당의 복순이, 복돌이, 길

동이, 해피(이 계집아이 놈은 남이 기르다가 준 애완견 종인데, 흰털이 복슬복

슬한 자그마한 놈이지요. 그래도 추운 겨울을 밖에서 잘 견뎌내서 여간 신통하

고 예쁘지가 않아요) 이 네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짖어대니 적막한 동네의 밤하

늘을 온통 흔들고 찢어놓는듯 하더군요.


우리 마당의 네 녀석들과 만남의 세리머니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돼지고기

파티를 열었습니다.


춥지않은 날 같으면 밖에서 숯 불에 고추장 양념한 돼지 삼겹살구이에 매실주

를 아들, 딸과 권커니 잣커니 하면서, 집사람의 포도주잔에도 술을 채워 주면

서, 모처럼 가족간의 만남의 이야기에 밤하늘의 총총한 별도 부럽지 않은 시간

이겠지만, 겨울 들어서는 동락재의 거실 바닥에 가스불을 켜놓고, 빙 둘러 앉

아 , 그 위에 돌판을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먹는 맛도 아주 삼-삼-한 맛이 있습

니다 그려.


옛날만 같아도 소주 몇 병 정도는 괜찮았는데, 요즈음은 소주 두병도 무리가 되

고 한 병도 조금은 거나해져,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도 하며, 또 아이들

의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들어보기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우리들의

이야기에 꽃을 피우지만 요즈음은 집에서는 집사람과 아이들 눈치보랴, 건강

생각하랴...해서 쇠주는 가급적 피하고 매실주 매취를 주로 마십니다.


딸아이와 술잔을 마주치며 건배하는 맛은 또 아들 녀석과 나누는 맛과는 조금

은 또 다르더군요.


딸아이와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는 매실주도 1병 이상을 허락하지 않아서, 조금

은 거시기 하지요. 그래도 아빠 몸 생각해서 못 마시게 한다니 어쩝니까?


다른 녀석들 집은 다 지어 주었는데, 복순이(진돗개) 집을 짓지 않아서 이번 주

에 지을까 했는데, 또 못만들어 주고 왔네요.


그 녀석은 다른 애완견 종류보다 몸집이 커서 개집도 크게 지어 주어야 하는

데....


어쨌던 4명의 가족이 1주일만의 해후를 하고, 오늘 아침엔 홍천 온천엘 갔습니

다.

홍천군에서 위탁 운영한다는 온천은 부도 이후 정상 경영이 안되고 있고, 그 옆

에 개인이 운영하는 온천 원탕이 있는데, 이 곳은 입욕비도 싸고(1인당 4천원),

수질도 설악산 척산온천보다 좋은듯 합니다.


혹 홍천 쪽에 오시면 한 번 둘러서 온천욕도 즐겨 보십시오. 온천에서 목욕하고

상경길에 홍천 명물 숯불화로구이도 맛 보시고 가시면 후회되지 않는 여행길이

되실겝니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도 시골의 음식점 치고는 괜찮은 편이며, 우거지 국이 아주

구수한 것이 맛이 좋습니다.


온천을 끝내고 온천입구에 있는 양평해장국집에서 버섯해장국으로 아침을 대

신하고, 또 1주일 후를 기약하며 집사람과 아들은 춘천으로, 저와 딸은 서울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오늘은 왠지 집사람과 아들과 동락재를 두고 오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더군요.


지난 일주일은 조금 피곤했습니다.

오늘 동락재 통신을 끝내고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1-2시간의 낮잠을 즐겨볼

까 합니다.

나른한 오후, 마음 놓고 게으름을 피워봐야 겠습니다.


모든 것을 소유하지 못하면서 또, 소유한다 한들,  소유하는게 아니면서 소유란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다시 쳐다보며 조병화 시인의 밤의 이야기 45

장을 펴 보았습니다.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을 갈망하고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하길 갈망하며 헤매지만


실로 위대한 거란

죽음만이다

 

그리고 인간은 죽음을 키우다

적당한 장소에서 작별을 하는거다


쓸쓸할수록

가기 쉬운 것


실로 허망한 거란

소유한다는 거다


원래 생명은 아픔에서 시작이 된 거다

그리고 아픔을 뚫고 태어난 거다

그리고 그 아픔을 뚫고 다시 돌아가는 거다


울음소리 저 소릴 들어 보아라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하여 신음하는


피울음 저 소리


그리고 소리없는 소리 저 소릴 들어 보아라

하나의 생명이 숨지어 가기 위하여 신음하는

홀 울음 저 소리


아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을 갈망하고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하길 갈망하여 헤매지만


실로 위대한 거란

아픔을 마지막 거두고 가는 거다



요즈음 시인이 노환일지 아니면 지병일지,  아니면 모두를 두고 가는 연습을 하

는 일일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예언적 시를

자꾸 보게되어 마음이 가볍지를 않습니다.



밤의 이야기 24장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는 날엔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쓸쓸히 혼자서 떠나련다


너에게 더 가까이 말을 전하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작별을 하는 날엔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나의 시와 같이 쓸쓸히 떠나련다


진실로

한 번도 가져 본 일이 없다

진실로

한 번도 주어 본 일이 없다

진실로

한 번도 나를 풀어 놓은 일이 없다


내게 숨은 소망을 이제 네게 말하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는 날엔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쓸쓸히 비가 내렸으면 한다


길고 짤막한 인간의 골목

피해서 살다 가는 나의 골목


평소에 내가 그러했듯이

이 세상 뉘게도 신세로움 없이


쓸쓸한 빗소릴 들으며 혼자서 떠나련다




이제 눈꺼풀이 점점 무겁게 내려 앉는군요.

불현듯 스쳐가는 지난 날 어떤 사람의 초상을 잠시 떠올려 보다가 조병화님의

시 "초상"을 옮겨 놓으며 이별의 인사를 해야 하겠습니다.


<肖像>

 

처음 그대를 보아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 하며

미친듯이 바다기슭을 다름질쳐 갔읍니다


추신: 주인님께서 제가 올려놓은 시 "밤의 이야기"와 배경음악, Franck Pourcel

악단의 가 아주 좋군요. 고맙습니다.

이 곡은 제가 지금보다 아주 젊었을때, 정말 좋아하고 아끼던 음악이었지요. 지

금도 이 경음악을 들으면 그 옛일-지나치면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한

다고 하던가요?-들이 스쳐갑니다,

황혼에 발간 노을이 산봉우리의 곡선에 실루엣처럼 환상의 그림을 그려놓을 적

에 동락재의 캄캄한 방 안에서 불도 켜지 않고 가끔은 이 음악을 듣습니다.

그러면 더욱 더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 빠져들게 되지요.


한 가지 덧 붙여 부탁을 드린다면 앞으로 배경음악을 선곡하실 경우가 있을 때

"My cup runneth over with love" 도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신상공개는 다른 데 처럼 전부를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 성별,

나이, 사는 곳 정도라면 어떨까 하는 것이지, 혹 공개해서 피해를 볼 정도라면

저도 반대를 한다는 것을 덧붙입니다.


모든 회원님들이 힘있는, 즐거운 한 주를 맞이 하시기를 바라며.....


서울에 온 동락재의 동산 드림

 

 

<댓글>

 

뜨락: 동락재님의 일기처럼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늘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200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