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3: 행복한 하루

sosoart 2007. 3. 26. 05:59

 백일홍이 피어있는 동락재 앞뜰에서 길동이 녀석이 누나 복순이와 놀고 있다.

뒤로 보이는 것은 자그마한 텃밭에 고추를 심어 여름철 싱싱한 반찬으로  먹으려 한다

 

 

<동락재 통신-13>     2003. 4. 1


 오늘은 참 마음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하루였습니다.


점심시간엔 저희에게 모든것을 빠짐없이 전수하고자 애쓰시는 선생님을 모시고 몇몇 학생이 점심자리를 같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거짓말을 보태면 이 세상에서 제일 어여쁜 얼굴과,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고운 마음을 가지신 선생님과 무릎을 마주하며 일용할 양식을 나누어 잠시 즐거운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부러운 일인가를 다시금 생각케 했고, 더욱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일은, 사랑하는 급우들과 톱밥과 대패밥을 같이 호흡하며, 저녁에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먼지를 없앨 수 있는 도야지 고기를 서로 눈을 흘길지라도 상추쌈에 싸서 입안에 넣을 수 있는- 이 세상의 첫 번째 기쁨인, 먹는 즐거움을 똑같이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이구나 "라고 되삭임 할 수 있는 것 또한 아주 큰 기쁨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비록 입으로 서로 통신(Communication)한 말은 많지는 않지만 서로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시간과 우리들만의 자그만한 공간을, 또 우리들만의 울타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세상 사는 큰 즐거움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었습니다.


이것이 그저 다른 학생들보다 단순히 나이를 더 먹은 설 늙은이의 넋두리만은 아니라고 항변을 하고 싶습니다.


하긴,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저의 나이또래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면 그저 잔소리, 쓸데없는 多辯이라고 불만을 표현합니다만, 그들이 인생의 깊이를 어느만큼 알고나 있는지........? 과연 그런 용기와 만용이 그들만의 특권으로 인정을 해야 할지? 그들 보다 더 나이를 덜먹은 사람들은 역시 또한 그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다 보면 안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세상은 단순히 나이를 더 먹었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해서는 안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이 어쩌면 고단한 生 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단함이 역으로 큰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망각이란 시간 속에서 다시금 기억하게 한다는 것이 또한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凡事에, 우리가 사는 모든 과정에, 평범한 생활의 시간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가(?) 새삼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며칠 전에 우리 선생님에게 부탁을 드린 것이 있었는데, 마다하지 않으시고 스승으로서 학생의 바라는 바를, 비록 대수롭지 않을지라도 아침 조회 시간에 읽어 주십사 한 글을 급우들에게 마다않고 전달해 주셨기에(이 선생님은 아침 시간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소개된 좋은 글들을 많은 시간을 들여,  노심초사하여 선별해서 하루에 한 편씩 학생들에게 읽어 주시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십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어쩌면 다- 배려를 해줄 수 있을까 노력하는 선생님을 뵙고, 진정 사랑하는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랑은 이성에 대한 사랑은 물론 아닙니다.


언감생심........, 그러나, 선생님! 제자로서 선생님 두 분을 정말, 진정, 사랑합니다.


저는, 우리끼리 얘기지만...... 부끄럽게도, 얼마전 작고하신 조병화 시인님의 마니아 입니다.


그 분의 시집을 모두 수집하려고, 25 여년전 부터 노력을 하였으나, 제가 게으른 탓에 아직은 20여권 정도 밖에 구하질 못했습니다.


저도 그분의 옥호(屋號)인 안성의 편운재(片雲齋)를 흉내(?) 내려고 홍천의 제 적막한 보금자리를 동락재(同樂齋)라 감히 이름을 붙였습니다.


더구나, 가관인 것은 저의 호를 메일 친구(도를 좀 닦으려고 흉내를 냈다고 합니다만, 예사롭지 않은 귀한 친구이지요)의 권유에 따라 운산(雲山)에서 동산(東山)으로 바꿨습니다.


구름(雲)이란 덧 없고 제 자리를 마다하고 떠돌아 다님을 제 삶(?)으로 여기기 때문에, 어쩌면 김삿갓과 같이 덧없는 삶이나 목숨이 되기때문에, 雲자 들어가는 호는 쓰지마라 하는 간곡한(?) 계시(?) 를 내린 친구의 고마운 뜻을 받들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술을 많이 마셔서 횡설수설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병화님의 시를 대신하여 오늘의 이별의 말씀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저의 경솔함과 못남을 너그러이 혜량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며,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기를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는 공범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하겠습니다. 좋은 밤을 마감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동락재의 동산 드림


<밤의 이야기-제 8장>


실은 맨손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단 말이다


이곳에선 외롭긴

누구나 매한가지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외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헤세의 말을 빌면

인간은 

깊은 안개 속에서

서로의 Sein

-서로를 모르는 채

그저 서로 Sein하고 있는 것이라 하지만


생존은 너무나 허허한 자리

실로 이상한 건

살고 있다-하는 마음이다


무욕해질수록 가득 차 가는 마음

바람에 집을 둔 마음

입김처럼 순한 이 외로움


생명이여

떠나는 것이여


이곳에선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매한가지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빈 마음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註: Sein이란 獨逸語로서 존재(存在)의 의미라고 해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밤의 이야기- 제 20장>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For the Good Times!   동락재의 동산이

 

<댓글>

 

벽계수: 동산님의 동락재가 어디쯤일까? 홍천에 많이 가보았습니다만 더욱 더 님의 글을 읽고 궁금하였습니다. 지나간 글들 이지만 아주 많은 생각을 하며 일고 있습니다. 더욱 더 기다려지는 것은 동산님의 실시간(Real time) 의 이야기도 빨리 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동락재에 한 번 초대 해주시면 더욱 영광이겠습니다. 200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