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14: 학교에서의 액자 작업

sosoart 2007. 3. 26. 06:00
 

 

복돌이의 평화로운 오후

 

 

코스모스가 반가이 맞아주는 "동락재"의 입구

 

 

<동락재통신-14>  2003. 4. 23


오늘은 학교에서 액자만들기 마무리를 하고 칠을 하였습니다.


이제서야 처음 시중에서 상품으로 취급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처음 만드는 것이니 만큼, 매끄럽지 못하고 상품적 가치는 아직은 적다할지라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깃들어 있으니, 투박할 망정 따뜻한 인정과 이제 막 깃들어 가기 시작하는 예술혼(?)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보는 이가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어제는 한 열명 정도의 학생과 구수한 입성을 가지고 계신 선생님의 댁 근처 하남시의 한 삼겹살 집에서 사제간의 정을 쌓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층의 학생들과 선생님을 모시고 좋은 말씀도 나누고, 모든 우리네 생활의 근본이 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쌓아가는 과정과 그 심성을 우리의 마음과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고 추구해가야 할 목공예 예술에 또 생활이 곧 예술이기를 만들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날로 극도의 개인주의로 치달아 가는 요즈음의 세태에 우리가 속해 있는 아주 조그마한 모임, 울타리, 조금 더 나아가서는 집단과 소속해 있는 단체에서 나부터 솔선수범하여, 인간성 상실과 부재의 현실로부터 인간성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나만 잘되는, 나만 행복한 그런 사회보다는 더불어 잘 되고, 더불어 행복한, 더불어 즐겁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내 주변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서로 몸을 부비대며 살고 있는 이 세상, 누가 잘 났고, 누가 못 났던, 서로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야 하고, 생활이던 생존을 꾸려 나가야 하는 그런 삶의 나날들 입니다.


지나쳐 보면,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내 자신이 내 이웃이, 우리네 인간들이 너무 하찮고 어엽뿐 가배야븐 존재들 일진데, 그저 나만 잘났다고 부르짖으며, 그 아주 조그마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먼지와도 같은 아주 작은 제 존재를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하여 너무 집착하고, 혼돈과 착각 속에서 인간의 못남을 부끄럼없이 자랑하는 듯한 몰아(沒我)의 모습들이 얼마나 가엾은 일인가?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이제 저의 경우는 살아온 날보다, 하늘(예수가 아님)의 부름에 순응해야 할 날이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제가 살아온 날들은 "남보다 나의 잘남"을 보이기 위해, 또한 그렇게 인정받기 위해, 또 남들이 그렇게 보도록 강요하는 마음이 아니었나? 또 지천명 나이의 한 복판을 지나 이제는 자기의 나이를 추수해야 할 이 즈음에도 "이것이 바른 길이고 옳은 것이다" 라는 확신도 하지 못하는 가치관의 미명 속을 헤매이는 어리석음, 그리고 아집과 편견을 전가의 보도처럼 굳건히 지키려고 하는 이 자신을 추스르기 괴로울 때도 많습니다.


과연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 왔고, 무엇을 위해 지금 이 시간 숨을 쉬고 있으며, 어떠한 미래를 기대하며 알량한 꿈을 머금고 살고 있는지? 혼자 자문하며 지금을 보면 아주 답답하기 그지없을 괴로운 시간도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하고도 극명한 것은 남은 시간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하찮은 일이라 여겨질지라도 전력투구를 하자는 마음만은 다시금 다잡고 있습니다.


세상은 그래도 어쨌던,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하니까요.


저는 조병화님의 이 <하루만의 위안>이란 시를 참 즐겨 읽었습니다.

지금도 젊었을 그때의 그 감정, 그 생각을 다시금 기억하며 가끔은 지금도 되풀이 하여 읽고 있습니다.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다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 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 버려야만 한다


아! 그런데, 조금은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이도 아직 젊은 것이 왜 이렇게 건망증이 심한지 모르겠습니다. 금방 무얼 가지러 저 쪽에서 이 쪽으로 와 놓고선, 멍하니..... 내가 무얼 가지러 왔나? 하는 횟수가 민망하리 만큼 많아졌으니........


실은 지금도 제가 어제 "동락재 통신" 14호 부터, 제가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과 또 감히 선생님께 시간이 넉넉지 못해 우리들의 카페에 올리는 동락재통신을 위의 모든 분께 일일이 따로따로 보내지 않고, 한꺼번에 모든 이야기들을 비빔밥처럼 섞어서 올리고자 한다고 양해를 구하는 말씀을 먼저 드리려고 했었는데, 지금이야 생각이 나서 이렇게 중간에 삽입을 합니다.


그러니까 "동락재 통신"에는 이 사람 “東山”이 지금 서울에서 사는 생활반경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한 그릇에 담겨지게 되어도 한 평범한 인간이 사는 이야기이니까, 또 우리 서민들의 이야기 이니까 비난 하거나 흉은 보지않아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아울러 드립니다.


하긴 누가 이 "동락재 통신"을 쓰라고 명령한 것도 아니고, 부탁한 것은 더더욱 아닐진데, 그저 저 잘난줄 알고 혹은 제 연습장인줄 알고 덤비는 이 부족한 사람의 뻔뻔함과 무지와 무식을 탓해 주소서!!!!!!!


그리고 이틀간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딸 녀석한테 컴퓨터를 빼앗겨서 오늘에야 열어보니, 선생님과 학교 친구, 그리고 홍천 동락재에서 2년전부터 교류해온 메일 친구들, 그리고 제 오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메일이 많이 와서 쌓여 있었는데 이제야 간단하게 일일이 답장을 보내게 되었음을 너그러이 덮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밤의 이야기-제 26장>으로 오늘밤 마지막 시간을 접을까 합니다


인간은 희망만으론 살 수가 없는 거다

때론 상실 때론 절망 때론 포기 때론 단념

때론 비통 때론 참회

때론 기원


가시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

차갑게 그저 사는 거다


마음이여

너와 나의 눈이여

인연도 관계도 없는 텅빈 이 시간이여


서서히 작별하는 스스로의 악수여


잔인하도록 외로와라

잔인하도록 가난하여라

잔인하도록 먼 곳을 가라

 

그리하여

이 땅 이 세상 이 인연에서

너는 

인연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라


인간은 희망만으로 살 수가 없는 거다


때론 상실 때론 절망 때론 포기 때론 단념

때론 비통 때론 참회

때론 기원


가시지 않는 쓸쓸한 인생을

그저 차갑게 사는 거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더욱이 조병화 시인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하는 이런 얘기들을 듣습니다.


그는 多作의 시인이다. 별로 어렵지 않게 시를 量産한다. 허구한날 똑같은 시어의 반복으로 독자를 誤導한다......


뭐 그런 얘기들을 하곤 했지요.


그러나, 저에게 시인의 친구들이 몇 몇 있습니다. 그들에겐 미안한 얘기이지만 - 그들이 중, 고등학교의 급우 때부터 즉, 어린 시절부터 그들의 생활, 그들의 남 모르는 점을 조금은 더 알기때문에- 반드시 친구들을 지칭하거나, 모든 시인들이 다 그런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그들은 시란 어려워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자기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도 모르는 채 시작(詩作)을 해왔고, 독자들이 너무 모르는 노래만을 불러왔습니다.


저도 모르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어떻게 시인의 의도대로 이해를 하겠습니까? 시란 우선 누구든지 읽어서 알 수 있는 단어의 배열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진실은 누구에게나 이해가 되는 것이어야 하고, 단순해야 하며, 누구나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는 화가들에게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지요.

인사동이나 화랑의 그림 전시장에 가보면, 화가 자신이 무엇을 표현한 그림인줄도 모르며, 설명을 요구하면 온갖 되지도 않는 돈 냄새나는 궤변과 무식 만을 읊어대지 않습니까?


전시회를 몇 번 열었나 하는 횟수가 무슨 훈장의 숫자나 되는 양, 돈으로 화폭을 쳐 발라서 역한 돈 냄새가 똥냄새보다 더한 그런 그림들과 작품보다는 기름기 번지르한 화가의 팜프렛(?) (-그들의 그러한 인쇄물은 팜프렛이라 하는것도 조금은 아까운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과 수많은 화환과 화분만이 그들의 어줍잖은 그림을 초라하게 감춰줄 뿐이지요.


이야기가 조금 빗나가기 시작을 하니 이제는 입을, 아니 이 막 쓰는 글을 접을 때가 되었나 봅니다.


이제는 아름답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보고, 아름답게 숨을 쉬고,

아름답게 시간을 쓰고자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선 나를 위해서.

불쌍한 나의 영혼을 위해서 말입니다.


내일은 홍천 동락재로 회귀하는 날입니다. 보고 싶은 집사람과 아들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갖는 날입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뵙는 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동산 드림

 

 

<댓글>

 

그레이스벨: 맞습니다 자신을 정리하는 연습장으로 이 카페에 글올리는 것 대상이 누가 되었던..... 2003/04/23

 

 

배비장: 잘 읽었습니다. 지금쯤 타임머쉰이 3월쯤 왔습니까? 200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