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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재 통신-53: 흐르는 것은......

sosoart 2007. 4. 3. 21:44

들꽃펜션 객실 "난실"에 매달아 놓은 오브제

 

   

 

<동락재 통신-53: 흐르는 것은.....>                2006. 4. 3(월)


뒷산으로 아침에 산책을 갈까하다가, 어제 작업을 하던 오브제-강아지의 작업을 오늘까지 마치기 위해 작업을 계속하였다.

비록 큰 통나무는 아니지만 사방 6寸에 높이 7寸 크기의 나무의 속을 파내는 작업은 매우 땀을 흘리게 하는 작업이다.


더구나 조각용 목재가 아닌 일반 건축재를 사용할 때에는 특히 공구의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잘 못하면 조각도나 일반 공구의 날이 빠지고, 무뎌질 수 있기에 대단히 조심을 하며 작업을 하곤 한다.


기실 용도별로 각각 종류가 다른 목재를 넉넉히 쌓아놓고, 자연 건조를 시키며 작업을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3년 전에 원목을 제재하여 구입해 놓은 목재도 이미 많은 양을 사용했고, 또 그 사이 사이에 소량의 제품목을 구입하여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원하는 나무를 제때에 구해서 쓰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은 것이다.


소량을 필요시에만 구입한다 해도, 1톤 트럭 한 차 분은 되어야 하고, 또 내가 필요한 樹種이 적정한 가격에 구하기도, 수배하기도 어렵고, 인터넷에서 소량으로 재단해서 판매하는 곳의 나무는 거의 쓸 만한 것이 없고, 또 너무 비싸고 택배를 이용하기에도 마땅치 않기에, 목가구나 목공예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해당 관청 측에 제안을 한 적이 있었지만, “쇠귀에 경 읽기”는 고사하고라도, “수요가 많지 않으니 어렵다”는 답변만을 의례적으로 회신하는 공무원들의 편의 주의적 행정을 탓하고 싶지도 않다.


제안의 내용인 즉, 전통 목가구나 목조각 등 전통 공예나 예술을 전승하고자 하는 목공예인들을 위해 산림청 산하의 어느 기관에서 “나무은행”을 운영하여, 전통 우리 樹種의 목재나, 수입품이라 할지라도, 우리 수종의 희귀성으로 인한 대체 목재와  제품화 혹은 규격화 한, 전통 목가구재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용하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었지만, “의견은 좋지만 현재는 불가하다”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상투적인 메아리만 돌아 올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아쉬운 사람이 방법을 강구해야지, 누가 해 주겠나? 싶다.

요구 사안이 “과거사 정리” 차원의 얘기라든지, “과거 좌익판정에 대한 민원” 등과 같은 것이라면 즉각,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결을 해 주겠지만, 우리네 전통 문화의 계승에 관한 것이라면 누가 눈 한 번 깜빡해 주는 정권은 아니지 않는가?


대학의 교직에 몸담고 있던 자가, 책 몇 권 썼다는 이유로 문화재 청장에 발탁되더니, 광화문을 지금의 자리에서 훨씬 앞으로 내어야 한다는  포퓨리즘적 발상이나 하고, 진정한 전통문화의 보존과 방법의 강구에는 아랑곳 하지 않으니, 계란으로 벽치기일 뿐이다.


인간문화재라 지정은 하여 놓고,  그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생활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는가?  최저생계비 수준은 되는지?


광주사태의 참여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옥석을 가지리도 않고,  몇 억 이상의 돈을 보상하고, 또 얼마나 많은 혜택을 지금도 주고 있는가?


더구나 명칭도 烈士니 義士니 하며.......


머리가 혼탁한 요즈음은,  항상 이 말을 머릿속에 품고 산다.

하긴 내가 품을 말이 아니고, 품을 사람이 따로 있을 진데.....


誠之者人之道也

성(誠)을 빈틈없이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길이다.


老子와 莊子는 하늘을 常德이라 했고

孔子와 孟子는 하늘을 至善이라 했다

이 상덕이나 지선을 섬기고 지키는 마음을 良心이라 할 수 있고

양심은 곧 마음의 하늘이다

양심을 어기는 마음을 私心이라 한다고 한다.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는 말은 사심을 부리지 말라 함이고,

하늘을 두려워하라는 말은 또한 사심을 부끄러워하란 말이다.

사사로운 마음의 포로가 되면 덕이나 선을 비웃게 되며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弘益人間)이 선이요 덕이다.

선과 덕을 어기고 어긋나게 하면 그것이 곧 죄이며 악이다.

천지가 만물에 베푸는 것을 誠 이라고 한다.

고로 맹자는 誠을 하늘의 길(天之道)이라고 했다

하늘의 길을 따르는 것(誠之道)이 곧 사람이 갈 길(人之道)이라 했다.


나는 “사람이 갈 길을 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어쨌던, 점심 밥을 뒤로 미루고 오후 4시가 되어서 작업을 마쳤다.

무릇 어떠한 작업을 마쳤을 때, 만족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해 놓고 보면, 이런 저런 것들이 모두 모자라다.

그렇다고 모두를 다 깨버릴 수는 없고, 이것도 나의 작업의 흔적일 터이니 습작이라 여기며, 작업의 기록을 해 놓는다.


다음에, 같은 작업을 할 때에나, 유사한 작업을 할 때에는 작업의 기록이 많이 참고가 된다.


여기에 작업 설계도면, 재료, 방법과 기법, 시간 등 제반 참고사항을 기록해 두면 훗날 좋은 자료로 활용을 할 수가 있다.

오늘 작업의 만족도는 70% 정도이다.


다음 작업 시까지는 조각도를 갈아 놓아야 할 것 같다.  겨우내 한 번도 숫돌을 쓰지 않았으니, 조각도의 날이 예리하지 않아, 작업도 힘들고 의도대로 깎고 파는 형태가 마음에 들지도 않을뿐더러, 시간이 더디다.


점심을 늦게 마치고 밤이 되기 전에 칠 작업을 완료하였다.

이제야 말로 “작업 끝”이다.

성취감 보다는 오늘은 끝냈다는 안도감이 앞선다.


어제는 앞으로의 작업 구상에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이 작업을 구상하면 저 작업을 먼저 하고 싶고, 또 목 조각을 하려 하면, 목가구 작업을 먼저 해야 할 것 같고.


이제 4월인데, 꽃이 피면 적어도, 미리 나의 작품에 知人이 찜을 해놓은 작품 數와, 質과 量만큼의,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데, 이제부터는 쉴 시간이 거의 없다.

또한 각종 채소의 파종과 묘판을 심기도 해야 되고 또 꽃나무 심기와 관리도 해야 하고.........,


아내가 옆에 없어서,  혼자서 다 해야 하니 시간이 딸린다.

더구나 식사의 준비와 설거지, 주부의 겸업도 하여야 하니, 여러 가지로 바쁘다.


아, 그리고 오늘 오후에는 전에 지원했던 “숲 해설가” 결정을 위한 면접이 있다고 연락이 왔었지.........


다 늘그막에 산림청의 말단 지방 사무소 소장의 면접도 봐야한다.


4-5급의 지방공무원이면 이곳에서는 제법 높은 축인데, 면접에서 무슨 질문을 나에게 할 것인가?


지난해에는 일을 하고자 지방 관서의 계약직을 지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면접차 갔더니, 면접을 해야 할 사람이 피면접자의 면접을 보지 못하고 쩔쩔 매며 자기의 기관장 앞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력서만 보고 도통 질문을 하지 않는다.


답답하여, 피 면접자인 내가 이러저러 해서 임금이 적다해도 상관이 없고,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와있으며, 전직에 대한 예우라든지 편견은 버리고 그냥 근로자로서만 여기고, 써 달라!

더구나 젊은이들은 低賃으로 곧 이직을 할 터이니, 나이가 많다 해도 오히려 성실과 근면한 것은 고령자 이므로, 나를 쓰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극구 주장을 했지만, “기일 내에 연락을 드린다”며 현관 문까지 나와서 배웅을 한다.


저희가 할 말을 오히려 피면접자인 내가 대신했던 꼴이라니.....

질문 하나 제대로 못하는...., 이것이 작금의 지방공무원들의 실상의 일면이다.


이렇게 되면 일하기는 틀린 것 아닌가?

자기가 부려먹을 사람을 상전 모시듯 해야 한다고 하면, 자기들이 불편하니 나를 써 주겠는가? 생각을 하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다른 젊은 사람을 채용해 죄송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나마, 내가 가부간 연락은 꼭 해달라고 했으니 연락을 주었지, 그렇지 않으면 "안됐소!“하고 연락이나 주겠는가?

그러니, 어느 정도의 경력과 경륜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하고 싶어도  막일도 못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가 아닌가?

그러한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일도 열심히 하고, 알아서 잘 처리 할 터인데, 저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그것도 저희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불편해서 써 먹을 수가 있겠는가? 생각을 하면, “그것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 일이 생각이 나서, 이번 “숲 해설가”의 면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하긴 이런 시골의 군 단위 소재지에서 늙은이들이,  일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들이 보기에 나와 같이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들이 부려먹기에 매우 불편하니 써주질 않을 테지만, 그래도 혹시 “思考의 폭이 넓게 트인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요행을 바라며 기대를 해본다.


“숲 해설가”를 해도 문제는 문제다.


할 작업은 많은데, 비록 한 달에 4-10회 라고는 하지만, 해보지 않은 분야의 일이라서, 익수해 지려면 또 많은 공부를 해야할 터인데......


어쨌던, 결정이 되면 고민을 하기로 하자.


그래도 바쁘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하긴 이 나이에 나처럼 많은 일을 하고자 덤벼드는 사람도 흔치는 않겠지.....

이제 벌써 자정, 이제부터는 또 여러 가지 자료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어보는 시간이다.


흐르는 것은

한 번 자리를 뜨면

뜬 그 자리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려니


구름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세월처럼,


인생도 세월따라 흐르는 것이어서

그 자리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어라


아, 그와 같이

매일매일

순간순간이 이별이어라


조병화님 “흐르는 것은”


이 분이 세상 뜰 무렵의 허허로운 시들을 하나 옮겨보며, 오늘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