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동굴의 종유석
기생식물처럼 이 담쟁이 덩굴도 제 혼자는 아무것도 못하는 코드파인가?
목조각: 도깨배상
< 동락재 통신-52: 따뜻한 그리움으로> 2006. 4. 1 (토)
그간 이런저런 핑계로 너무 꾀를 부렸나보다.
하긴 할 일을 하지 않고 다른 데 한 눈을 판다고, 마음이 편할 것은 하나도 없다.
내 본업인 나무공예 작업을 내 팽개치고, 다른 일을 해야 될 처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도 저것도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뻔한 이치인데....
그래서 오늘은 아주 작정을 하고, 몇 달 전부터 하려고 마음먹었던, 강아지의 오브제 작업을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금방 작업이 끝날 줄 알았는데.
하긴 나무도 무슨 나무로 할 것인가? 또 나무의 접합 부분은 짜맞춤으로 하되 어떤 방식의 짜맞춤으로 할 것인가?, 작품의 성격상 사람들의 손이 많이 탈 터인 즉, 연결부분을 금속이나 쇠붙이로 심을 넣고 나무로 마무리를 할 것인가? 이런저런 것조차도 구상을 하지 않고 시작을 하니, 오늘 다 마치지 못하는 것은 정한 이치이고, 내일, 모레까지는 작업을 해야 될 것 같다.
그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 같으면 일도 쉽고 좋겠지만........
나무는 무늬결을 살리기 위해 소나무로 하고. 머리 부분은 6x6 寸 이상의 나무가 준비된 것이 없으니, 할 수 없이 싸이즈가 그와 비슷한 수입목을 대용으로 사용하여 강아지의 머리 부분을 길이 250mm 정도의 크기로 재단을 하였다.
겨울동안엔 가급적 조각도로 작업하는 벽걸이나 입체조각을 하였기에, 오랜만에 톱이나 대패를 쓰려니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끌과 평칼 그리고 구멍을 뚫는 드릴도 오랜만에 만지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또 그런대로 금방 익숙해지며 새로운 작업에의 의욕이 솟구친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 소화도 잘되고, 운동량 또한 많아지니 마음이 즐거워 좋고, 몸도 제 컨디션을 찾아주니 좋고, 콧노래 절로 나니 一石三鳥가 아니겠는가?
이 목재의 가공과 다듬는 작업은 끊임없이 손을 논리고, 힘의 강약을 적시에 제 자리에 주어야 하니, 몸과 머리의 힘 조절이 되어, 늙으막에 “치매 때문에 근심, 걱정을 할 일은 없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싶다.
밖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그야말로 봄비다.
바람이 불고는 있으나, 어제와 같은 그런 바람이 아닌, 이 바람이 지나고 나면,
또, 비가 그치면 기온이 올라갈 그런 바람이다.
이젠 시골의 생활이 6년째이니, 날씨의 변함을 몸으로 우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동물적인 감각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들었나보다.
오전부터 저녁 시간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작업에 몰두하였다.
오랜만에 맡는 나무 내음. 작업실에 들어오면 나무내음이 좋다.
둥근 기계톱으로 두꺼운 나무를 재단하면, 제재소에서 쓰는 커다란 톱은 아니고, 공방에서 쓰는 중형의 톱이어서, 무리를 하지 않게 천천히 사용하면 나무 타는 냄새가 난다.
나무를 절단할 때에나, 연마할 때, 또 손으로 陰刻이나 陽刻을 하며 조각 작업을 할 때에는, 그윽한 나무냄새가 몸과 정신을 편하게 해준다.
욕심 같아서는 오늘 기본 작업을 다 끝내고, 내일은 마감 작업을 완료하려고 하였으나,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라서 그런지, 천천히 나무를 만지는 즐거움을 느끼며 서둘지 않고, 음미하며 진행하였다.
이번 작업이 흡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같은 칫수의 같은 나무 소재로 하되, 채색을 한 강아지의 오브제를 하나 더 만들어 볼 요량이다.
그냥 자연스러운 나무의 결을 살린 그대로의 색과 채색을 한, 두 개의 작품을 나란히 두고 보면, 더 새로운 작품에의 영감이 떠오를 것을 기대해 보며......
사람의 보는 눈과, 선호하는 맛과 멋이 서로 다른 것을 보면 참 재미가 있다.
사람 수 만큼의 다양한 모습과 좋고 싫어함의 작품 형태가 너무 다른 것을 보면, 우리네 사회라는 것이 참으로 다양하기에,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또 이해해 가며 살아가는 것이, 삶을 더 풍부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동의 선을 찾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며, 진정 민주화 된 사회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비오는 날을 아내는 참 좋아 하는데......
이런 날이면 전에 현직에 있었을 때에는, 아내를 옆에 태우고 교외로 나가곤 했는데,
내가 퇴직을 하면서 아내가 생업에 종사를 하게 되어 그 흔한 바깥 나들이 한 번도 못하고, 휴일도 없이 매장을 지키느라 이제는 많이 늙어버린 아내의 얼굴을 그려보며, 못내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살아갈 날도 그리 적지만은 않으니, 앞으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풀어줄 날이 반드시 오게 만들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그러한 간절한 소망으로, 오늘에 열중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내일은 되도록 작업을 완료하고, 모레는 텃밭에 퇴비 주는 작업을 해야겠다.
어제는 울타리의 길게 뻗은 넝쿨장미는 잘라서 꺽꽂이를 하였는데......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모르겠지만, 어쨌던 感으로 판단을 해서 정성껏 심어 놓았으니 5-6 월이 되면 성패 여부가 가려 지겠지.
잘 자라면, 올 해에는 더욱 울타리가 넝쿨장미로 화려하며 아름다워 지리라.
올해는 밭작물을 작년보다는 덜 심고, 꽃밭을 집중적으로 가꾸려 한다.
작년엔 고추 농사를 많이 지었지만, 올해에는 김장고추 보다는 가을까지 풋고추만 넉넉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고추 농사를 짓고, 상추, 쑥갓, 그리고 고구마, 도마도, 참외, 수박 농사만 집중적으로 지을 예정이다.
과일나무는 복숭아, 자두, 앵두가 있으니 그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다.
여름이 되기 전에 테라스에 데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세멘 바닥보다는 아무래도 나무가 마음 편하고 친근하니, 작년에 하려고 계획을 했다가 못했으니, 올해에는 가급적 꼭 데크를 만들 생각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토종 소나무로 방부처리를 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작년 이후로 소나무 값도 많이 올라서, 낙엽송으로 해도 좋겠지만, 값도 값이지만 운반에도 문제가 많아, 재단이 된 방부목을 사다가 해야 될 것 같다.
올해부터는 아무래도 손님들이 많이 올 것 같으니, 기왕이면 좋은 환경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비가 오는 밤이다.
무언가 나직이 내려 앉아 내 곁에서 이 밤을 잡고 있듯이, 韓非子의 세 가지 망하는 길을 다시금 살펴보며, 이제는 세 가지 흥하는 것만을 향해 매진하고자 한다.
世有三亡
흔히 흥하고 망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 한다.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먹는다면 언젠가는 그 끝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선한 마음이 사악한 마음의 유혹과 공격을 받을 때가 있지만
결국은 악이 선을 이기지 못한다.
事必歸正이라 하지 않던가?
나의 마음이 선하면 흥하고, 내 마음이 사악하면 망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은 불변의 진리이다.
亂이 治를 공격하면 망한다
邪가 正을 공격하면 망한다
逆이 順을 공격하면 망한다
이를 일러 세 가지 망하는 길이라 한다.
亂은 무엇인가?
무질서요 獨也靑靑, 흐트러져 서로 잘났다 하는 꼴이다.
내가 문란하면 내가 망하고
가정이 문란하면 一家가 망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자가 문란하면 내 나라 내 민족이 망한다.
邪란 무엇인가?
아담에게 사과를 권했던 뱀과 같이
원죄적 악함과 못된 마음이 일컫는 말이다.
邪惡하면 萬物萬生이 망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逆이란 무엇인가?
어긋남이며 지나치게 억지를 쓰는 것이다.
어긋나 뒤틀린 것은 제자리로 돌아 갈 수가 없다.
나무가 한 번 뒤틀리면 바로 잡을 수가 없다.
바로 잡으려면 부러진다.
제 자랄 때에 열등감으로 한이 맺혀 있다 해도
아비가 되면 자식들에게 善行이 아니라면
그 한풀이의 꼴을 보이지 않는 법이다.
왕이 되었다 한들 그 한을 백성에게 푼다면
개, 돼지만도 못한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이 올바르지 않고 문란하면 다스려라
그것이 곧 治이다.
治의 시작은 곧 나이고 나의 집안이다.
그래야 백성과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邪惡한 것은 물리쳐라.
그것이 곧 正인 것이다.
네 앞에서 달콤한 말을 속삭여도
眩惑되지 말고, 우선 네가 정직하라.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눈을 감고 생각하라.
나에게 어긋난 생각과 일이 무엇인가를
이것이 順 , 곧 順理이다.
그래야 모든 것이 잘 풀리며
영원히 순탄하리라.
대나무는 강해서 부러지고
물은 약해서 잘리거나 끊기지 않는다.
그러기에 강한 것 일수록 더욱 더 부드러움을 내보인다.
老子가 “柔弱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柔弱하면 흥하고 剛强하면 망한다 했다.
제 강한 것만 믿고 나를 거칠게
眼下無人하면 나는 망하며, 나는 죽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 고마운 藥비가 좀 더 내려 주면 좋겠다.
산불도 나지 않고, 봄의 황무지처럼 건조하지 않고, 모든 이의 마음을 행복에 젖어 촉촉하게 해주기를 희망하며,
나보다 더 절박한 환경에서, 고통과 절망에서 미망을 헤매는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힘과 신의 가호가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날 궂는 날엔 더욱 아파하는 아내의 괴로움을 내가 가지려는 마음으로 시 하나 옮겨 놓으며, 이 밤을 접는다.
한적한 마음이 그리움으로 이어지며
불현듯 불러보고 싶은 당신의 이름
“여보”,
여보, 당신은 늘 그리운 만큼의 거리에
떨어져 있구려
그리운 만큼의 거리에 떨어져 있으면서
가득히 오고가는 그리운 마음,
내 마음은 당신으로 가는 편지로 이어지면서
한없이 고요하오
창밖엔 내 마음처럼 고요히 눈이 내리고
고요한 눈을 하얗게 맞으면서
겨울 한가운데 묵묵히
나무들은 제각기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
제각기의 봄을 기다고 있소
아, 천지 사방이 고요한 세월
존재로 가득한 이 세상
아, 한적한 이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
당신은 그 자리에, 나는 이 자리에
여보,
우리는 이렇게 있소
따뜻한 그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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