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동락재 통신-94: 봄은 오는가 ?

sosoart 2007. 4. 7. 16:14


벽의 벽돌을 깨고 세멘을 바르는 미장일을 처음 해 보았다. 귀촌하여 시골에 살려면 무슨 일이든지 손수 해야 될 경우가 많다.  이런 시골에서 업자들에게 일을 맡기려면 터무니없는 인건비와 재료비는 물론이거니와 일도 깔끔하게 처리를 못한다는 것이 몇 번을 경험해본 내 생각이다.

막말로 칼을 안든 강도놈이란 것이다.  물론 집수리나 리모델링을 하려고 여러 업자에게 여러번 맡겨 보았으나, 우연이랄까 내 집에서 일한 자들은 모두 그런 자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웬만한 일은 내 스스로 배워서 한다.

어찌보면 처음 하는 일이지만 수고스러워서 그렇지 내가 그 자들 보다 훨씬 낫다. 저기 보이는 창도 내가 벽을 뚫고 미장을 하고 창문을 주문하여 내가 끼운 것이다.

누구든지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내집에 대한 애착과 그들보다 더 배운 내가 낫지 않겠는가?

 

 

동락재 통신-94: 봄은 오는가     (07. 2. 26)


어느덧 丁亥年의 설날도 지나고, 2007년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나간다.

세월의 덧없음은 흐르는 물과 같음을 뒷산 저 골짜기 봄기운은 바람을 타고 내

뜰 안 나뭇가지 위에 사푼히 앉아잇는가 싶더니,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의 발자

국처럼  흔적도 없이 꼬리마저 보이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나이를 먹어감에 시간은 더 더욱 빨리 지나는 듯 허허롭다.


겨우 내내 게으름으로 덕지덕지 싸여진 내 몸뚱이는 아직 기지개도 켜지 않고

마냥 누렁소 여물을 반추하듯 여전히 뭉기적 거린다.


이제 완연한 봄이 내려앉은 마당의 강아지들에게 밥을 주며, 그 놈들이 싸놓은

개똥을 치우면서 삽으로 흙을 푸다보면 그 추운 겨울에도 忍苦하며 모진 생명

력을 보여주는 파릇한 풀잎들이 아주 살짝 그 푸른 생명을 보여주며 저의 생존

의 확인한다.

예년의 경우를 보면, 아직 꽃샘추위도 있고 눈도 한 두 차례는 더 오지 않을까

싶지만.....


해서 어제는 울타리 옆의 조그만 밭뙈기를 넓히기 위해 공방 난로에서 때고난

연탄재를 겨우내 갖다가 부었는데, 아직도 더 돋구어야 올해 농사를 지을 수 있

을 것 같아, 뒷산의 흙을 퍼다가 그 위에 덮는 작업을 시작했다.


너 댓 번을 날랐지만 아직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그거 몇 번 했다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요즘 들어 운동을 별로 하질 않으니 조금 무리를 했다싶으면 무릎이 뜨끔하고,

가래톳이 솟는 것처럼 가랑이가 뻐근하여, 그런 신호가 오면 작업을 중단하곤

한다.


몸이 신호를 보낼 때에는 그저 몸뚱이를 덜 움직이는 것이 상책인 것을 요 근래

에 터득을 했기에, 되도록이면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깡촌 산골짜기에서 몸까지 아프다면 그 외롭고 시린 마음이야 더 할까 싶

어서 말이다.


언제부터 몸이 요 모양이 되었을까?  생각을 하면 “이제 나도 별 수가 없구

나....,  정말 이제부터는 몸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젊을 적에 만들어 놓은 몸만을 가지고 너무 자만하고, 그 몸 상태를 유

지하는 일에 게을리 하여, 무릎 관절도 이상이 생겼고, 손가락과 손도 이상이

생겨, 작품 제작을 하기 위한 彫刻刀를 사용할 적에도 전과 같이 힘을 주는 강

도가 허술함을 느끼게 되니, 다시금 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할 터이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전 상태에 근접하기 위하여 줄넘기도 하고, 역기도 다시

들어볼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마음뿐이다.

발등에 불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내 몸뚱이가 가늠하고 있는 것일

까.........?


혼자 있으니 많이 게을러진 것이 사실이다.

아내가 항상 옆에 있으면 잔소리에 자극도 주고 같이 운동을 하며 심심하지 않

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터인데 혼자서는 마냥 게으름이다.

봄이 오니 이제라도 시작을 하여, 설늙은이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제 또 밖으로 나가 어제 마저 다 하지 못한 밭 돋구기 작업을 계속하여야 겠

다.

올해 농사는 이 밭과 뒷곁의 밭에만 지을 요량이다.

앞마당엔 꽃이나 가득 심고, 농사는 고추와 푸성귀나 조금 심어 자급자족이나

하면 되겠지 싶다.


김준태 시인의 <콩알 하나>란 시가 나의 마음과 같을까?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주었다.

그때 사방 팔방에서

저녁 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